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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기초수급자에 '근로' 요구한 정부…法 "국가가 배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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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12-20 18:30:40
심장질환 수술 받고도 '근로능력有' 판정
최인기씨 일한지 3개월만에 쓰러져 숨져
연금공단·수원시에 1500만원 지급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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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故) 최인기씨 재판 선고를 앞두고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사람들의 모습. 2019.12.20. (사진=빈곤사회연대 누리집 갈무리)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임재희 기자 = 일을 해야 생계급여를 지급하는 '조건부 수급자' 판정을 받고 끝내 일하던 중 숨진 고(故) 최인기(당시 60)씨에 대해 국가가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심장질환이 있는데도 근로능력이 있다고 판단한 건 잘못이라고 본 만큼 이번 판결을 계기로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 '근로능력평가제도' 개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수원지법 민사1단독 강민성 판사는 20일 최씨 아내 곽모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민연금공단과 수원시에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버스 운전기사였던 최씨는 심장 대동맥을 인공혈관으로 치환하는 수술을 2003년과 2005년 받았다. 생계가 중단되면서 2005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됐다.

그러나 최씨가 2013년 11월 근로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18세 이상 64세 이하 기초생활수급자 가운데 직업이 없는 수급권자는 근로능력을 평가받아 능력이 있을 땐 자활사업 등에 참여해야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근로능력 판정제도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되면서 평가가 강화되면서 최씨의 근로능력 판정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다.

결국 최씨는 2014년 2월부터 일자리에 참여했고 3개월 만에 부종과 쇼크로 병원에 입원, 그해 8월 세상을 떠났다.

강 판사는 "국민연금공단의 근로능력 평가가 위법하고 과실도 있으며 최인기씨 사망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공단은 수원시로부터 공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관계에 있어 국가배상법에 따라 수원시에도 책임이 있다"고 공동책임을 물었다.

이번 판결은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가 유가족과 함께 최씨 사망 3주기인 2017년 8월28일 소송을 청구한 지 2년4개월여 만이다.

애초 청구했던 위자료 3000만원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지만 근로능력평가로 인한 국가의 취업 강요를 사망 원인으로 인정한 점은 의미가 있다고 원고 측은 판단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근로능력 평가 과정에서의 과실과 위법으로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부분을 인정한 점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면서 "국가가 '조건부 수급자'라는 일방적인 행정으로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근로능력판정 결과 근로능력자로 평가받은 기초생활수급자는 16만7664명이었다. 이 가운데 조건부 수급자는 22.9%인 3만8491명이었다. 그러나 7.4%인 1만2344명은 정부가 부과한 자활사업 참여 등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소득이 적은데도 생계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9만7347명은 조건부과 유예, 1만9482명은 조건제시 유예를 각각 받은 상태였다.

근로능력평가제도는 이미 주관적 판단요소가 많다는 이유 등으로 2015년 한 차례 제도가 개선된 바 있지만 여전히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근로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는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복지부 관계자는 "아직 판결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검토 후 내부 보고를 거쳐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mj@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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