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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무죄 그후…접속폭주 "양육비 내겠다" 조짐

등록 2020.01.18 0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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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 구본창·양해연 이영 대표

"사이트 접속자 폭증·상담 문의도 줄이어"

"돈 없어서 못 준다고? 그저 아이가 뒷전"

"법원 판결, 양육비 피해자들에겐 구세주"

"배심원 만장일치 무죄, 사회적 공감 방증"

"입법 활동 매진할 것…지속적 관심 부탁"

[서울=뉴시스]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가 양육비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17(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서울=뉴시스]배드파더스 구본창 대표가 양육비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17(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아이들의 생존권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모의 명예에 우선한다는 '기념비적' 판결이 최근 나왔다. 지난 15일이었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창열)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드파더스(Bad Fathers)' 구본창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해 얼굴과 이름, 근무지 등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구 대표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배심원과 법원은 배드파더스의 신상정보 공개가 공익성에 부합한다고 봤다.

이번 선고가 난 이후 뉴시스는 구 대표를 만났다. 그는 어느때보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판결 후 곳곳에서 그를 찾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판결 후 사이트 접속자 하루 20만명"

"사이트 개설 후 지난 1년6개월 간 배드파더스에 제보할 의사를 갖고 3번 이상 문의·상담한 사람의 수가 3500명 정도 됩니다. 그 중에서 명예훼손이 두려워 실제로 제보한 사람은 400명 정도인데요. 새벽부터 거의 24시간 동안 전화와 카카오톡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어요."

사이트 방문자 수도 폭주하고 있다. 구 대표에 따르면 배드파더스 사이트에는 판결 이후 하루 약 20만명이 방문한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 제한이 풀린 뒤 하루 약 12만명이 접속했던 것에 비해 6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양육비 미지급 사건 해결 건수도 판결 사흘 만에 113건에서 117건으로 늘었다.

"재판 하고, 재판 결과 나오고 나서 세 명은 양육비를 바로 지급했고 두 명은 양육자와 미지급자 간 대화를 하고 있어요. 개인정보가 사이트에서 내려가는 것까지 완료된 사람이 117명이 됐습니다. 이전엔 미지급자들이 저를 고소하겠다고 협박했거든요. 이제는 태도가 바뀌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 어떻게 하면 내 정보를 내릴 수 있냐 묻더라고요."

지난 15일 13시간 넘게 진행된 재판에서 구 대표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는 "실제로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게 '미투'운동의 발목을 잡기도 했고요. 양육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어요. 검찰은, 또 국가는 양육비 문제를 아동의 생존권 문제가 아닌 개인 간 채무 문제로 봐서 공익성을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거든요."

무죄 판결 뒤 양육비 피해자들의 응원과 감사도 쏟아지고 있다. 온라인 카페 등 곳곳에서 배드파더스, 배드파더스와 함께 이 문제에 앞장서고 있는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에 고맙다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양육비 피해자들 입장에서는 법으로도 해결을 받을 수 없고, 직접 가서 양육비를 달라고 하기에는 겁이 나고 이게 마지막 수단이었습니다. 특히 피해자 중 80%는 여성이에요. 미지급자에게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사람도 상당수죠. 그런 상황에서 당연히 이번 판결은 구세주와 같았을 겁니다."

필리핀에서 코피노(한국인과 필리핀인 혼혈아) 지원 활동을 하던 구 대표는 한국 법이 양육비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 법정에서 한국인 아버지에게 필리핀에 두고 온 가족에 양육비를 주라는 판결을 내려도 실제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70%를 웃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믿어지지 않고 납득이 안 갔어요. 법원 판결까지 나왔는데 양육비를 안 주는게 말이 되나요? 그런데 한국은 양육비를 못 받는 경우가 80%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피해 아동이 100만에 달하고요. 코피노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국법이 바뀌는 게 먼저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구 대표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이유로 대다수가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댄다고 했다.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 된 400여명도 이같은 이유를 들었다.

"다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해요. 여유가 없다고요. 그냥 지출의 우선순위가 다른 것이죠. 벌어 들이는 돈으로 자기 생활도 해야되고, 용돈도 해야 하고, 빚도 갚아야 하고, 노후대책도 세워야 하고 쓸 돈을 다 쓰고 나니까 아이들에게 줄 돈이 없는 것 아닐까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구 대표의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했다. 배심원과 법원은 배드파더스의 신상정보 공개가 공익성에 부합한다고 봤다.
[서울=뉴시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양육비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17(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서울=뉴시스]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관계자들이 양육비 관련법 통과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0.01.17(사진=양육비해결총연합회 제공)

◇"이제 다음 발걸음을 생각할 때…목표는 양육비 법안 통과"

양육비해결총연합회(양해연)의 이영 대표는 지난 15일 법원의 무죄 선고가 나는 순간 기쁨보다 큰 책임감을 느꼈다. 무죄 판결을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추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재판 당일은 꽤 피곤하고 지쳐 있었어요. 무죄 선고에 기쁘기도 했지만 의외로 담담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머리 속에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쁨을 만끽하진 못했는데 집으로 돌아와 하루 자고, 주위에서 획기적인 일이라고 얘기를 해 줘서 그제서야 '기쁘구나' 싶었어요."

이 대표는 구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 공익변론단을 구성해 함께 맞섰다. 양해연을 이끌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구 대표의 무죄 판결을 발판 삼아 양육비 이행강화 법률안 입법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현재 10여건의 양육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으나 처리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 모든 일이 법안 통과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것은 사회가 얼마나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특히 만장일치로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사회적인 공감대가 우리와 같게 형성 돼 있다는 것을 방증했다고 생각해요. 결국 최종 목표는 양육비 이행강화 법안 통과입니다."

입법에 도달하기 위해 결국 필요한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다. 이 대표는 "양육비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일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 전부에 해당하는 문제라는 점을 알아 달라"고 당부했다.

"양육비 피해자는 전체 대한민국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미래의 국가 동력이라는 점에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결핍을 느끼지 않게 해 주는게 중요합니다. 결국 내가, 내 자녀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는 것이니까요.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힘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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