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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신종 코로나 확산···공연계, 빈익빈부익부 가중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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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02 09:52:45
스타배우 출연 작품, 매진 이어가
어린이 공연·영세 소극장 공연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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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국내에서도 4명이 발생함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된 가운데 28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사거리 횡단보도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고 있다. 2020.01.28.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전국이 비상인 가운데 1일 오후 대학로는 생각 이상으로 활기가 넘쳤다.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의 스타 배우 강하늘 출연으로 매진됐던 연극 '환상동화'의 오후 2시 공연과 6시 공연은 예정대로 관객들이 가득 찼다.

인지도가 큰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주목할 만한 공연에는 관객이 들어섰다. 같은 날 오후 8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 음악극 '리차드 3세 – 미친왕 이야기'가 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차세대 열전 2019!'를 통해 선보인 이 작품의 객석도 만석이었다.

개성 넘치는 배우 육현욱이 타이틀롤을 맡아 열연하고 대학로에서 주목하는 배우들인 이진우·김리현 등이 출연한데다 음악, 춤이 어우러지는 구성이 기존 리처드 3세를 다룬 극들과 차별화를 가지면서 이전부터 이 작품을 점찍어둔 관객들이 많았다.

이날 오후 7시께 마로니에 공원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다소 포근해진 날씨 덕인지 버스킹 공연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정식 공연 전에 앞서 마로니에 인근 소극장에서 선보인 낭독공연에도 사람이 가득 찼다
 
물론 이날 대학로를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객석에 들어와서 휴대용 세정제를 사용하는 이들도 꽤 됐다.
 
그럼에도 이들이 대학로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인의 공연을 보기 위해 대학로를 찾았다는 30대 초반의 커플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사회 활동을 그렇다고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대한 조심해서 다니고 있다. 당국과 시민들, 공연장 관계자들이 잘 대처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소극장 뮤지컬을 보러 왔다는 대학에 다니는 20대 여성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뉴스가 많이 나와 불안하기는 했지만 마스크를 잘 쓰고 다니고 손을 꼼꼼히 잘 씻으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면서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날이라 관극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에도 매진됐던 '환상동화'의 강하늘 회차, 5일 오후 3시 뮤지컬 '웃는 남자'의 수호 회차, 11일 개막 예정인 뮤지컬 '드라큘라'의 김준수 회차들의 표는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 치열한 예매 경쟁을 뚫고 힘겹게 티켓을 예매한 만큼, 관객이 쉽게 표를 취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내한공연이다. 오는 6, 7일 예정됐던 '보스턴 심포니' 내한공연은 139년 만에 처음이라는 상징성에도 중화권을 함께 돌 예정이었던 탓에 취소될 수밖에 없었다. 다음달 홍콩필하모닉 내한을 비롯해 클래식음악 내한공연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면역에 취약한 어린이 공연과 영세한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연극들이다.

어린이 공연의 상황은 심각하다. 이달 수도권 일대에서 예정됐던 어린이 공연 '캐리TV-캐빈 엘리쇼'가 취소된 것을 비롯해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가뜩이나 관객이 들지 않아 침체를 겪고 있는 소극장 공연들도 피해가 막심한 것은 마찬가지다. 소극장 공연 관계자는 "세정제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 출입문 손잡이, 객석 의자 등을 꼼꼼히 세척하고 있지만 여력이 있는 대형 공연장과 달리 소극장은 방역에 취약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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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과 관련해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공연장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2020.01.30. photo@newsis.com
이와 함께 중국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넌버벌 퍼포먼스 공연도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가 비교적 큰 공연이더라도 주목 받지 못했던 공연들의 타격도 크다. 뮤지컬 '위윌락유' 라이선스 공연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리는 영국 밴드 '퀸'의 히트곡을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하지만 스타 캐스팅 불발 등 관객의 주요 소비층인 20~30대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면서 흥행에서 부진했다. 방역에 취약한 것으로 인식되는 가설극장 등의 상황까지 더해지면서 이달 말까지 예정됐던 공연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중단됐다.

반면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롯데콘서트홀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지만 그만큼 방역이 철저하고 안전성에 대한 홍보도 잘 돼 있다. 이곳에서 공연하는 작품들은 비교적 타격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연계에서는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국 공연의 예매 건수 등을 집계하는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토요일인 지난 1일 전국 공연 건수는 243건·예매건수는 3만9636건이다.

지난달 토요일들을 살펴보면 4일 공연건수 258건·예매건수 7만1331건, 11일 공연건수 295건·예매건수 7만5458건, 공연건수 308건·예매건수 8만2319건, 25일 공연건수 98건·2만937건이었다.

흔히 2~3월은 공연계에서 비수기로 통하는 달인 것을 감안해도 공연 건수와 관극 자체가 적은 설날 당일인 25일을 제외하면 2월1일 예매건수가 1월보다 확연히 적긴 한다.
 
그런데 매진된 인기 공연이나 스타배우들이 출연하는 공연 티켓의 예매는 없으니 이 예매건수가 어린이 공연과 영세한 소극장 공연에서 빠져나간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은 예상치 못한 상황인데다가 공연계 인력이 막을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공연계는 마냥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15년 국내 공연시장 규모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악재에도 7815억원으로 전년(7593억원)에 비해 2.9% 증가했다. 이 경험 등을 바탕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메르스 등으로 공연계가 어려움을 겪었으나 추경예산 등을 통해 공연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공연시장 규모는 증가했다.

중소 연극을 제작하는 관계자는 "메르스나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등이 일어나면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소극장과 작은 공연 관계자들"이라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추경 등의 대책과 함께 빈익빈 부익부이 가중되지 않도록 평소 소극장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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