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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오스모 벤스케의 '주먹인사'···서울시향의 부활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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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16 10: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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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 교향곡 부활. (사진 = 서울시향 제공) 2020.02.16.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주먹 인사'부터 심상치 않았다.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새 음악감독이 무대 위로 들어선 뒤 부악장 웨인 린과 악수 대신 가볍게 주먹을 부딪치는 '피스트 범프'를 할 때부터 공연장 안에 화사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지난 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벤스케 감독의 서울시향 취임 연주회는 '부활 찬가'라 할 만했다. 딱딱한 격식 대신 친근함을 표현하는 주먹인사는 단원들과 함께 잘해보자는 의지의 노래요, 청중에게는 파이팅 메시지와도 같았다.  

이날 연주 프로그램은 80분짜리 대곡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에서 영감을 얻은 곡으로 알려졌다. 베토벤의 '합창' 이후 처음으로 성악이 대대적으로 등장한 교향곡이다.

전임 감독인 정명훈 전 예술감독은 2015년 12월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합창' 지휘를 끝으로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후 4년3개월이 지나 그간 상임지휘자 공백을 메운 벤스케 감독이 '부활'을 연주한 것은 그래서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이런 운명의 연쇄는 광활한 음의 세계로 대체됐다. 특히 벤스케의 말러 부활 해석은 호방했다. 특히 관악기군이 현악을 은밀하면서도 힘차게 호위할 때 서울시향의 연주는 '부활'을 위해 총진군했다.

삶에 대한 호기심으로 관을 뚫고 나온 것처럼 얕은 숨으로 약동하는 듯한 1악장을 거쳐, 막 생명력이 움튼 듯한 2악장을 지나 기쁨과 슬픔, 환희와 절망 등 온갖 감정이 뒤섞인 3악장의 어수선함이 청중을 자연스레 음악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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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 교향곡 부활. (사진 = 서울시향 제공) 2020.02.16. realpaper7@newsis.com
이후 성악과 합창이 썰물과 밀물이 돼 청자의 음악세계뿐만 아니라 삶까지 파고들었다. 말러의 가곡집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를 가사로 한 '근원의 빛'이 주축이 된 4악장, 프리드리히 고틀리프 클롭슈토크의의 시 '부활'을 기초로 한 5악장이 이어졌다.

특히 "부활하리라"는 대규모 합창단의 음성은 감정의 꼭짓점을 등정하게 만든다. 이날 무대는 체험에 가까웠다. 침잠하기보다 장엄하고, 고뇌하기보다 심사숙고한 면이 느껴진 이날 말러는 광야에서 홀로서만 내뱉는 외침이 아니었다.

앙코르 없이 '부활' 연주만 끝내고 단원들끼리 파이팅 넘치게 인사하는 모습에서 벤스케가 지난해 간담회에서 강조한 '원팀'의 결이 보였다. 벤스케 감독은 연주를 마치고도 단원들과 주먹 인사를 했다. '새로운 시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벤스케와 서울시향은 15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부활을 꿈꿨다. 벤스케 감독의 임기는 올해 1월부터 3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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