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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350만장 푼다' 했는데 현실은 딴판…시민들 분통

등록 2020.02.27 14:2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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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스크 언제 오나, 그거 기다리면 끝"

온라인 어려운 노인들, 허탕…"괜히 나왔네"

직원들 피로 호소 "문의 많아 일못할 지경"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정부가 약국·우체국·농협·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한 농협은행 지점에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정부가 약국·우체국·농협·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한 농협은행 지점에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천민아 류인선 기자 = "정부가 국민을 우롱한 것 아닌가요?"

정부가 이르면 27일부터 약국과 우체국, 농협 등을 통해 마스크 350만장을 배포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실상은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이른 아침부터 마스크를 구하러 왔다가 발길을 돌린 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약국에서 일하는 약사 A씨는 "우리 약국은 한 도매상을 통해 판매를 일원화하기로 한 걸로 아는데,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된다. 보니까 우리 말고도 아무도 수급 받은데가 없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대형 약국에서는 마스크 판매를 문의하자 "(마스크 공급이) 이제 시작인데 어느 세월에 여기까지 오겠느냐"며 "일단 기다려봐야지 받아서 팔면 파는거고 없으면 못 파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인근의 다른 약국에서는 KF94 마스크를 개당 4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약사 B씨는 "정부에서 준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공장에서 수백 명씩 줄 서서 겨우 구한 것"이라며 "정부 것이 언제 오겠나, 그거 기다리면 다 끝나갈지도 모른다"고 바라봤다.

서초구에서 일하는 한 약사는 "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나 들어올 거고, 그것도 정부에서 말하는 것처럼 100개가 아니라 매우 소량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마스크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email protected]

이날 헛걸음한 시민들은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강남 지역 한 우체국에서 만난 C씨는 창구에 "마스크 안 들어왔냐"고 문의했다가 "서울 지역 우체국에서는 안 판다, 온라인으로도 당분간 팔지 않을 예정"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C씨는 기자에게 "우체국쇼핑몰에 원래 3월초 마스크 판다는 공지가 있었는데, 갑자기 내려갔다"며 "다른 약국도 들러봤는데 애초에 물량 확보 자체가 안 됐다더라, 이게 국민을 우롱하는 게 아니면 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온라인으로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노인들이 마스크 판매 소식을 듣고 집을 나섰다가 허탕친 경우가 많았다.

종로구 소재 농협 앞에서 만난 박모(68)씨는 "방송에서 마스크 판다길래 친구 것도 내가 사준다고 하고 나왔는데 뭐라고 변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여기까지 왔는데 안 파니까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02.2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고객들이 마스크 구입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2020.02.27. [email protected]

영등포구 농협 하나로마트에 방문한 70대 김모씨는 "(감염 우려로) 사람 안 만나려고 이른 아침부터 일찍 나왔는데 괜히 나왔다"며 "작년에 미세먼지 때문에 두 박스 사놓은 걸로 겨우 버티고 있는데, 인터넷을 잘 모르니까 이렇게 나온건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종로5가 우체국 앞에서 만난 박모(69)씨는 "젊은이들이야 검색해서 사는지 몰라도 나는 직접 다 돌아다녀야 하는데, 돌아다녀도 없다"며 "지금도 마스크가 없어서 면마스크를 쓰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계속되는 문의와 항의에 일선 약국과 우체국, 농협 직원들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영등포구 농협 하나로마트 직원은 "업체 선정 하나도 안 됐는데 기사가 잘못 나간거다"라며 "문의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일을 못할 지경이라 중간에 수화기를 내려놓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종로구의 한 NH농협은행 직원은 "은행에서는 판매를 안 하는데 어제부터 물어보는 시민들이 너무 많아서 지치고 목소리도 잘 안 나온다"며 "불친절하다고 소문날까봐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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