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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대란' 대책 나왔지만…노인을 위한 배려는 없다

등록 2020.02.28 0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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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농협 물량 110만개, 지방에만 공급

서울 고령자 "우리도 인터넷 못해" 발동동

정보취약…마스크 공적판매 자체 모르기도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해 전국에서 마스크 구입 대란이 벌어진 가운데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동점 매장에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매장 관계자는 '오늘부터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번호표를 배부 했다'고 밝혔다. 2020.02.26. semail3778@naver.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해 전국에서 마스크 구입 대란이 벌어진 가운데 지난 2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동점 매장에 마스크를 구입하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천민아 류인선 기자 = 정부가 우체국과 농협에 저렴하게 공급하기로 한 마스크 물량이 지방에만 제공될 예정인 가운데, 서울 등 수도권 거주 노인들이 사실상 '마스크 사각지대'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뉴시스 취재진이 서울 시내 우체국과 농협 등을 돌아본 결과, 주로 온라인 구매를 어려워 하는 노인들은 마스크를 구하려고 발품을 팔다가 허탕을 친 모습이 다수 목격됐다. 이들은 우체국과 농협 판매분이 지방에만 공급된다는 사실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영등포구의 한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서 만난 70대 김모씨는 "인터넷으로는 (마스크를) 살 줄 모른다"며 "이번에 농협에서 판다고 해서 나왔는데 괜히 나왔다"고 말했다.

종로5가 우체국 앞에서 만난 김모(71)씨는 "(마스크 정보가 없어서) 라디오에 나오는 것만 겨우 듣고 있다"며 "정말로 구하기도 힘들고 그냥 아들내미가 주는 것 낀다"고 토로했다. 김씨 역시 전날 우체국에 마스크를 사러 왔지만 빈 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인근에서 만난 다른 시민 박모(69)씨는 "우체국에서 판다고 하길래 전철 타고 왔는데 안 판다고 해서 다시 돌아간다"며 "젊은이들은 검색해서 사는지 몰라도 나는 직접 다 돌아다녀서 사야 하는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없어서 면 마스크를 끼고 있다"고 답했다.

우체국에 써 붙여져있던 '마스크 판매를 안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한참 들여다보던 박씨는 이내 힘없는 발걸음을 돌렸다.

'정보 취약계층'인만큼 일부 노인들은 마스크 공적 물량 판매 사실 자체를 모르기도 했다.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정부가 약국·우체국·농협·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한 농협은행 지점에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정부가 약국·우체국·농협·공영홈쇼핑 등 ‘공적 판매처’를 통해 마스크 판매를 시작한 27일 오전 서울 한 농협은행 지점에 마스크 판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2.27. [email protected]

종로구 노상에서 만난 종모(67)씨는 기자가 '약국이랑 농협, 우체국에서 마스크 판다는 소식 들었느냐'고 묻자 "잘 몰랐다. 안 그래도 필요한데 마스크를 판다고 하던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스마트폰 이런 것도 잘 못하고 그냥 사람들 말하는 거 듣고 판다고 하는 데 있으면 거기서 사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공급 여건이 취약한 지방에만 우체국과 농협 물량을 풀 예정이다. 서울과 경기를 제외한 약 1900개 농협 하나로마트에 일일 55만장을 공급하고, 읍면 소재 1400개 우체국에 55만장을 공급한다.

다만 같은 취약계층인 서울과 경기권에 사는 노인들은 대책에서 소외됐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약국에서는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2만4000곳에서 마스크를 판매하지만, 지방을 제외한 서울 등 수도권에 배포될 물량은 절반 미만 수준이다.

한편 지난 27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일(28일)부터는 약국에 할당된 240만장 중 우선 100만장을 전국에서 우선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100만장 중 23만장은 대구·경북 지역에 우선 공급된다.

이어 "다만 이번 조치 과정에서 생산업체와 공적 판매처간 세부 협의가 진행중인 곳이 있어 500만장 규모의 정상 공급 체계를 구축하는 데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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