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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경력 믿고 뽑았는데 거짓말…"무조건 해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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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2/29 11:00:00
3개월 일한 직원…알고보니 이력서 경력 허위
해고 통보하자…지노위·행정법원 "부당해고"
"이미 제공된 노무로 형성된 관계 효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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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경력을 보고 채용했는데 그 경력이 거짓말이라면 무조건 해고를 당해도 마땅할까. 부당해고이며 이에 따라 해고 후 영업점이 폐업한 시점까지의 임금도 지급해야 한다는 게 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었다.

이는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의류 판매점을 운영했던 A씨와 이 판매점에 고용됐던 B씨의 사연이다.

A씨는 지난 2010년 7월 L백화점 잠실점과 일산점에서 의류판매점 매니저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B씨를 자신의 매장 매니저로 고용했다. 월급 130만원에 매출액의 3%를 판매수수료로 주는 조건이었다.

A씨는 그러나 B씨의 진실을 알게 됐다. B씨가 L백화점 잠실점 의류판매점에서는 일 한 적이 없고, 일산점에서 일한 기간도 딱 한 달 뿐이라는 것. B씨 이력서에는 잠실점에서 1년3개월, 일산점에서 1년8개월 일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A씨가 B씨에게 같은 해 9월말까지만 나오라는 해고를 통보하면서 긴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B씨 해고를 부당해고로 봤다. 그러면서 A씨에게 B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을 수 있는 임금을 지급하라고 했다. A씨가 서울행정법원에 이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B씨는 A씨를 상대로 마지막 출근한 다음날인 2010년 10월1일부터 2011년 4월29일까지 7개월 간의 임금을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한 해고였기 때문에 월급과 판매수수료인 2100만원,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까지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A씨는 이 모든 게 B씨의 거짓말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근로계약 자체가 B씨의 기망에서 체결된 것이기 때문에 효력을 잃었고,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이다.

2010년 시작된 이 사건은 대법원, 파기환송심을 거쳐 지난해 1월30일에야 확정 판결이 났다. 법원은 근로계약을 인정해 기본급과 판매수수료를 지급하되, 판매수수료의 기준액은 B씨가 실제로 일한 3개월 간 보인 성과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백화점 매장 근무 경력은 노사 간 신뢰관계를 설정하거나 회사 내부질서를 유지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에 해당한다"며 "허위임을 사전에 알았더라면 B씨를 고용하지 않았거나 최소한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했다.

다만 "근로계약의 무효 또는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근로계약에 따라 그동안 행한 근로자의 노무 제공 효과까지 소급해 부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미 제공된 근로자의 노무를 기초로 형성된 취소 이전의 법률관계까지 효력을 잃는다고 볼 수 없고, 취소 의사표시 이후에만 효력이 소멸된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근로계약의 종료 시점을 A씨 사업장이 폐업한 2011년 9월15일로 보고 그때까지 유효한 근로관계가 계속되고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이라며 "A씨는 B씨가 요구한 7개월 간의 임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2010년 10월1일부터의 매출액은 B씨가 아닌 다른 매장 매니저가 판매한 결과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판매수수료는 2010년 7월부터 같은해 9월까지 3개월의 평균을 내 산정해야 한다"며 "A씨에게 1392만2215원의 미지급 임금 및 판매수수료와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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