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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건강하다고 마스크 쓰지 말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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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06 15: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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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세계 10위' 경제 강국인 대한민국이 마스크 하나 때문에 대혼란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속도만큼이나 몸값이 껑충 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동네 약국이며 마트마다 새벽부터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소문난 맛집도 아닌데 '대기표'까지 받아들어야 겨우 접할 수 있다.

줄을 서는 시간을 투자하지 않으면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온라인에서 '10장에 7만1000원', '100장에 56만원'에 팔리는 걸 보니 마스크에 금가루라도 묻혔나 보다. 이마저도 '광클'(빠른 클릭)을 해야만 손에 넣을 수 있다.

마스크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 현상이 지속되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지난 5일 내놓은 세 번째 대책에서 한 사람당 구매할 수 있는 물량을 일주일에 2매로 제한했다. 여기에 자가용 출퇴근을 제한하는 '5부제'를 마스크 사는데 적용했다. 1957년생인 아버지는 매주 화요일에만 줄을 서면 그만이니 오히려 다행스럽기까지 하다.

정부가 이제라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건 반길만하다. 하지만 잘했다는 칭찬을 듣기는 어렵다. 단순하게 생각해 하루 생산량 1000만장을 국민 5200만 명으로 나누면 일부 국민은 일주일에 2매는커녕 1매도 살 수 없다.

특히 갈지(之)자 대책을 내놓은 점은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폭증하는 확진자 수를 보고 대중의 불안은 고조됐는데, 정부는 자주 말을 바꿨다.

정부는 지난 1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나 KF99 마스크를 사용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확진자가 20명을 넘어서자 일반인은 KF80까지만 쓰면 된다고 권고 기준을 슬그머니 바꿨다. 하지만 이번에는 "코로나 예방과정에서 KF 마스크 기능이 과하게 홍보된 부분이 있다"고 말을 또 뒤집었다. 

마스크 생산방식을 바꾼 것도 아닌데 갑자기 '재사용'도 가능해졌다. 지난달 4일 마스크를 재사용할 경우 필터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 한지 한 달 만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건용 마스크 재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 보건용 마스크 사용보다 중요한 건 '사회적 거리 두기'라고 하면서 아침마다 마스크 판매로 국민을 일렬로 줄 세우는 것도 모순이다.

급기야 정부는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양보하는 미덕을 가지길 부탁드린다"고 말한다. 또 "건강한 사람은 평소 활동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도 했다.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비껴가기라도 하는지 의문이다. 품귀 현상에 정부가 대놓고 '구매 자제'를 권장하는 궁여지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되자 "정부를 믿고 경제 활동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는 중요한 시점마다 '오락가락' 대책으로 국민의 불신만 더 키웠다.

1957년생 아버지는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가. '특단의 대책'에서는 답을 구할 수 없었다. 이번 대책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게 아닌 마스크 대란을 잠재우기 위해 껴 맞춰진 '미봉책'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불편이 불신이 안 되게, 일관된 가이드라인 제시가 정부의 몫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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