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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마스크 대란' 靑참모진이 대통령에게 '깨진' 이유

등록 2020.03.1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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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마스크 대란 사태로 대통령에게 안 깨진 참모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뿔난 것은 처음 본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머지않아 종식 단계에 이를 것 같았던 확산세가 신천지 등장 이후로 가파르게 솟구쳤고, 일선 현장에서의 혼란과 공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화난 마스크 민심에 결국 대통령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럼에도 현장 일선에서는 오락가락 마스크 사용 준칙과 현장성이 반영되지 않은 정부의 권고에 당혹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면 마스크는 완전 보호에 제약 있을 수 있다."(2월4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마스크 쓰기 등 행동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면 감염을 거의 피할 수 있다."(2월9일 문재인 대통령)→"건강하다면 가급적 마스크 사용을 자제해달라."(6일, 김상조 정책실장)→"면마스크 사용을 당부한다."(9일 문재인 대통령)

한 달 새 마스크 사용과 관련한 사용 수칙은 이렇게 바뀌었다. 청와대의 내부 풍경도 변했다. 일주일 전만 해도 전 참모진이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고 내부 회의에 참석했다면, 이번 주부터는 면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바뀐 마스크 사용 지침에 여론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마스크 공급에 한계가 있다는 데서 비롯한 변화였다. 정책실장의 당시 발언도 마스크 생산 공적 공급 비율을 높이는 내용의 고시 개정안이 전날 임시 국무회의를 통과했던 터라, 바로 다음 날 시민들에게 '배려 소비'를 독려한 취지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마스크는 최소한의 방역 도구이자 생존 필수품이 됐다. '건강한 사람들은 마스크 착용을 자제하라'는 발언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 거다.

청와대는 뒤늦게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꼭 의료용 마스크일 필요는 없다'를 원칙적으로 따르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마스크에 대한 의존도가 턱없이 높아진 시민들을 납득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부족한 점은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면 될 일이다.

또 걷잡을 수 없었던 확산세 탓에 적시에 마스크 착용 지침을 알리지 못했던 것이라면 이 역시 담담하게 인정하고, 보완책 홍보에 더 주력하면 된다.

그런데 정책실장의 '마스크 사용 자제' 발언이 나온 당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그간 정부의 권고 사항과 배치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이 핵심 관계자가 차라리 "그렇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기에 방침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고 터놓고 이야기했다면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도 수긍했을 것이다.

또 처음부터 마스크 성능별 기능을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면, KF94나 KF90과 같은 방역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는 초유의 대란 사태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전 세계는 한국 방역 체계와 투명한 정보 공개에 주목하고 있다. '완전 종식'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정부의 무기는 '솔직함'이 되어야 한다. 전례 없던 사태에 정책에서의 혼선도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책에 대해선 인정하며 혼란 최소화에 주력해야 한다.

퇴근 후 마스크 5부제 순번에 따라 약국을 찾은 직장인들은 '마스크 품절(언제 들어오는지 모릅니다)' 안내문만 보고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여전히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KF94 방역마스크 사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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