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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뉴욕 메트의 성악가 부부 홍혜란·최원휘 "우리를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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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15 10:20:42
최원휘, 아내 이어 지난달 메트 깜짝 데뷔
홍혜란은 2011년 데뷔
"나중에 메트 함께 오르고 싶다" 소망
앞으로 부부 무대 많이 꾸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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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세계적 오페라 극장 '뉴욕 메트'에 각각 공연했던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부부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3.12.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오늘 저녁에 알프레도를 맡아줄 수 있어요?"

지난달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미국 코네티컷에 있었던 테너 최원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메트) 관계자로부터 긴박한 전화 한통을 받았다. 그는 동생 집에서 조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안락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 '세계 클래식계 꿈의 무대'로 통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남자 주인공인 '알프레도'를 맡아달라는 요청의 전화였다. 알프레도를 맡을 예정이던 테너의 목 상태가 돌연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최원휘는 급히 차를 몰아 2시간 만에 뉴욕에 도착했다. 지하 연습실에서 정신없이 준비를 하다 보니, 어느새 무대에 올라가 있었다. 공연이 끝난 뒤 객석에서는 기립 박수가, 현지 미디어에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최원휘의 메트 데뷔 신고식은 깜짝이었지만, 그의 무대는 진짜였다.

'라 트라비아타'는 상류사회의 고급 매춘부 '비올레타'와 순진하고 가난한 귀족 청년 알프레도의 신분을 넘어선 사랑을 노래한 작품. 아직까지 메트는 동양인 오페라 가수들에게 유난히 더 문턱이 높다. 지금도 굵직한 오페라의 남자주인공들은 주로 백인계 성악가들이 독점을 하다시피 한다.

그런데 2011년부터 해외 여러 무대에서 알프레도를 맡아온 최원휘는 이번 '라 트라비아타'가 자신에게 다섯 번째 프로덕션이었다. 능수능란할 수밖에 없었다.

소프라노 홍혜란은 최원휘의 무대 실황 전체를 서울에서 라이브로 듣고 있었다. 최원휘가 대기실에 설치된 스피커 앞에 둔 휴대전화를 통해서다. 한국시간으로 밤에 최원휘가 메트 무대에 오르게 됐다는 소식을 들은 소프라노 홍혜란은 밤을 새고 아침에 이 공연 실황 전체를 들었다. 남편 최원휘가 무대에서 내려와 전화통화를 할 때 홍혜란은 펑펑 울기만 했다.

앞서 홍혜란은 2011∼2012 시즌에 메트에 먼저 데뷔했다. 한예종 음악원 동기인 두 성악가는 2005년 졸업을 하고 2006년 결혼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메트에 서기를 막연하게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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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세계적 오페라 극장 '뉴욕 메트'에 각각 공연했던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부부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3.12. amin2@newsis.com
최근 서초동에서 만난 최원휘는 "뉴욕 메트 무대에 오른 뒤 이틀 밤을 못 잤다"고 말했다. "메트는 뉴욕에서 공부를 하면서 구경을 많이 했던 곳이에요. 학생 때는 맨 뒤에서 스탠딩으로 관람하기도 하고, 아내의 리허설을 지켜보기도 했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시는데 '정말 진짜 내게 일어난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날 겨를도 없었어요." 최원휘는 같은 달 7일 한 차례 더 알프레도 역으로 메트에 서 자신의 기량을 한 번 더 증명했다.
 
사실 최원휘는 2017년부터 메트에서 일을 시작했다. 본 공연에 오르는 성악가의 컨디션 등이 좋지 않을 때를 대비하는 커버로서 매 공연마다 준비를 해왔다.

홍혜란은 "오빠가 누구보다 메트 무대에 서기 위해 열심히 해온 것을 잘 안다"며 지금까지도 촉촉한 눈으로 말했다.

독일, 이탈이라 등도 유학 후보지로 생각했던 이들 부부가 뉴욕으로 떠난 이유 중 하나는 메트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포함됐다.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출연한 '사랑의 묘약',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한 '리골레토' 등 학생 시절 메트 작품을 DVD 등을 통해 영상으로 본 뒤 '메트에 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젊은 학생 부부에게 뉴욕 유학 생활은 '맨땅에 헤딩'과도 같았다. 한국에서 300원이면 살 수 있던 껌 한통 값은 현지에서 1500원가량이었고 당시 지하철 티켓 값도 이들에게는 무지막지하게 비쌌다. 히스패닉 계열에서 운영하는 버스회사의 요금은 다소 저렴했지만, 1달러라도 아까기 위해 먼 거리의 마트까지 걸어 다녔다. 뉴저지에 사는 젊은 동양인 부부가 물통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모습은 현지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라 구경거리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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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세계적 오페라 극장 '뉴욕 메트'에 각각 공연했던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부부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3.12. amin2@newsis.com
아침밥은 뼈를 계속 우린 국물로 때웠고 점심밥은 매일 집에서 싸온 같은 종류의 간단한 샌드위치로 대신했다. 샌드위치는 치즈 한 장, 햄 한 장이 전부였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뉴욕 유학 생활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당시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게 했어요. 유학을 올 수 있다는, 저희에게 주어진 환경 자체가 감사했거든요."

홍혜란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메트에서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홍혜란과 최원휘는 돌아봤다. 홍혜란은 우승 이후 세계 곳곳으로 연주 여행을 다녀야 했고 최원휘 역시 따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쩍 줄어든 것이다.

"이런 과정이 사실 저희가 동경하던 모습이기는 했어요. 그런데 좋은 부분만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꿈꾸던 것이었는데 '중요한 것은 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라며 여전히 신혼 같은 두 부부가 입을 모아 말했다.

홍혜란도 남편에 이어 최근 성악계에 기분 좋은 소식을 전했다. 한국 가곡을 노래한 음반 '희망가'를 냈다. 그녀는 201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에서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다.

어린시절 가족의 무한한 사랑을 받은 그녀는 마음 속에 항상 노래로 보답하리라는 다짐을 심었다. 그 약속을 어린 시절부터 위로 받았던 한국가곡을 담은 첫 앨범으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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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세계적 오페라 극장 '뉴욕 메트'에 각각 공연했던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부부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3.12. amin2@newsis.com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시름이 깊은 이 시국에 앨범 제목처럼 희망과 위로를 안기는 앨범이다. 최근 이 앨범을 듣고 위로가 됐다는 대구 시민의 말을 듣고 "자신이 더 고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대구·경북지역은 코로나 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의료진, 자원 봉사자분들이 정말 열심히 코로나 19와 맞서고 계시잖아요. 음악가로서 이런 상황에 나약하다는 생각에 애통했는데, 힘이 됐다는 말에 정말 감사했죠."

홍혜란과 최원휘는 일찌감치 음악을 통해 봉사를 해왔다. 2017년 캄보디아에서 연 자선음악회가 대표적이다. 클래식음악을 한번도 접해못지 않은 아이들 500여명 앞에서 노래를 했다. 그 중 한 친구가 이들에게 직접 쓴 편지를 전해주기도 했는데 "선생님들 덕분에 성악가의 꿈을 꾸게 됐다"는 글이 적혀 있었다. 영어는 삐뚤빼뚤했지만 내용에는 진심이 가득했다.

이들 부부는 '우리를 통하여'라는 타이틀로 이런 공연을 앞으로도 시리즈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두 성악가 부부는 '부창부수(夫唱婦隨)'라는 말이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부부다. 각자에게 지음(知音), 즉 가장 절친한 음악동료는 서로이기도 하다.

최원휘는 "우리는 '아내와 저'를 가리키기도 하지만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요. 음악을 하는 여러 사람들을 통해서 마음이 전달됐으면 해요. 때로는 말보다 노래가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죠"라고 힘주어 말했다.

"부부로서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무대도 더 꾸미고 싶어요. 음반 작업도 함께 해보고 싶고요. 메트 무대에 같이 서는 건 어떠냐고요? 그런 순간이 올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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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세계적 오페라 극장 '뉴욕 메트'에 각각 공연했던 소프라노 홍혜란, 테너 최원휘 부부가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03.12. amin2@newsis.com
두 부부에게 오는 6월이면 새 가족이 태어난다. 홍혜란은 딸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다. 지난해 9월 모교인 한예종의 교수로 임용된 홍혜란은 이제 가르치는 일에 좀 더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본인을 위해 좀 더 살았다면 이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더 노력하며 나누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한예종에 입학하자마자 서로 사귀어 왔으니 20년 가까이 상대방을 지켜봐온 셈이다. 두 성악가 모두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꾸준히 성장해왔다.

"남편은 한결 같이 마음이 넓고 좋은 사람이에요. 음악적인 부분은 정말 깊어졌어요. 처음에 만났을 때 음악 관련해서는 풍운아 같았거든요. 그런데 음악적으로 이렇게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놀라워요. 열정이 넘친다는 말을 넘어서 현재 머릿속에는 음악 생각밖에 없는 것 같아요. 제게 하는 말의 90% 이상이 음악 이야기에요."(홍혜란)

"깊이 알면 알수록 아내는 진국이에요. 몸은 작아도 마음은 정말 깊은 사람입니다. 음악적으로는 진심을 담으려고 노력을 해요. 아름다운 소리, 좋은 소리 이상으로 진심을 담은 소리를 내려고 하죠. 내면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평소에도 많이 느껴져요."(최원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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