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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은희 작가 "기생충 책에서 영감···'K-좀비' 개척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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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20 14: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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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은희 작가(사진=넷플릭스 제공) 2020.03.20.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역병도 끝날 것입니다. 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면 이 모든 악몽이 끝날 것입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 속 의녀 '서비'(배두나)의 대사다. 서비는 왕세자 '이창'(주지훈)과 조선시대 정체를 알 수 없는 역병의 근원을 쫒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란을 빚고 있는 세계인들은 이 모습을 보며 희망을 얻곤 했다. 해외 네티즌들이 "넷플릭스에서 '킹덤' 봐봐! 한국인들이 1600년대 왕국 시절부터 어떻게 바이러스와 싸워 왔는지 알 수 있을거야!"라며 호응하는 까닭이다.

김은희(48) 작가는 20일 코로나19 탓에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킹덤'은 2011년부터 기획했다. 경상도 상주에서 역병이 시작된다고 설정했는데, 대한민국 지도를 펼치고 봤을 때 백두대간으로 자연스럽게 장벽이 만들어지는 부분에서 착안했다"며 "지금 마음이 가벼운 사람은 없을 거다. 최대한 이 사태가 진정됐으면 좋겠다. '킹덤'은 창작자의 자유로운 상상에서 만들었지만, 서비의 대사처럼 봄이 오면 모든 악몽이 무사히 끝나고 제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킹덤'은 굶주림에 시달린 백성들이 인육을 먹은 뒤 '원인을 알 수 없는 역병에 걸려 좀비가 된다'는 설정부터 독특하다. 기생충 등과 관련된 책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게 김 작가의 말이다.

좀비물 마니아인 김 작가는 '기생충' '감염' 등에 관심이 많다며 "관련 서적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기생충, 바이러스 등은 생태적은 특징이 많다. 작품 속으로 가져오면 흥미롭고 새로운 좀비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은 우리 주변에서 알게 모르게 같이 숨쉬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물로 유인해 성충이 돼 나오는 기생충이 있더라"라면서 "물을 잘 이용하면 킹덤만의 새로운 좀비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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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는 '킹덤' 시리즈를 통해 'K-좀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기도 했다. 좀비물이라는 장르적 보편성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녹여 외국 시청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춘 점이 통했다. 스스로도 '한국에 이런 아름다움이 있구나'라고 놀랄 정도다. 특히 기와로 연결된 궁궐 지도를 보고 "아름다워서 구현하고 싶었다. 건축, 자연 등 한국적인 미를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K-좀비라고 해줘서 기분이 좋다. '킹덤' 안의 좀비들은 슬퍼보였으면 했다. 왕실의 탐욕에서 시작해 어떤 역병에 걸린지도 모른채 살아서도 죽어서도 배고픔에 시달려 슬픈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다"며 "나도 서양인이 아니라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킹덤'이 가지는 극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주는 것 같다. 워낙 동양적이고 총이나 차가 없는 시대적인 분위기, 계급이 사라진 좀비들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킹덤2'는 창이 세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막을 내렸다. 창이 아버지에 이어 스승인 '안현대감'(허준호)를 죽이고, 동생에게 왕좌를 물러준 데 대해서는 "결국 혈연, 핏줄 관련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짚었다. 권력 전복을 생각하기 보다 '어떤 리더가 가장 좋은 리더일까' 고민했다며 "창이 무리해서 왕이 되는 게 과연 좋은 리더일까 싶더라. 창의 선택은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안현대감이 '조학주'(류승룡)을 무는 장면은 극본을 쓰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가장 기대한 장면이었는데, 감독님이 잘 표현해줬다. 김성훈 감독과 일하다가 시즌2에서 박인제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똑같은 사람이 쓴 글도 '이런 식으로 해석이 다를 수 있구나'라고 느꼈다. 6회에서 중전 '계비 조씨'(김혜준)이 아이를 안고 있을 때 생사역 환자들이 몰려드는 장면은 왕좌가 무너지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잘 구현돼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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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인 주지훈(38)에 대한 칭찬도 아까지 않았다. 시즌1 때는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호흡하며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 김성훈 감독이 '주지훈은 영리한 배우'라고 한 데 고개가 끄덕여졌다며 "계속 같이 일을 하는 재미가 있다. 극의 이해도가 높고 자기만의 해석력도 깊다"며 "솔직히 노는 것만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책도 많이 읽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 즐겁다. 앞으로 쭉 오래 갔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반면 배두나(41)와 김혜준(25)은 지난해 시즌1 공개 당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다. 기존의 사극과 다른 톤은 어색함을 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김 작가는 "시즌2에서 한양으로 올라와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뒷심을 발휘했다. 서비는 천민이지만 전문직 여성인 의녀이고, 중전은 신분이 높아도 아들을 낳지 못해 대우를 못 받지 않았나. 두 캐릭터의 대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두 사람에게 믿음이 있었다. 배두나씨는 워낙 월드스타고, 얼굴로 말하는 연기자 아닌가. 어차피 서비는 천민이고 궁궐 말투를 쓰지 않는 캐릭터라서 배두나씨의 해석이 새로웠다. 중전(김혜준)은 김성훈 감독과 캐스팅할 때부터 10대 후반의 어린 느낌이 나길 원했다. 세도가의 자식으로 태어나서 오십 가까이 되는 왕과 결혼할 수 밖에 없는 비극성이 표현되길 바랐다. 초반에는 대사 톤이 왔다갔다 했지만, 김혜준씨가 가지는 마스크가 정말 좋아서 시즌2에 '포텐'이 터질 거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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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의 엔딩을 장식한 전지현(39)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신'으로 등장, 생사초로 수차례 생체실험을 진행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작가는 "전지현씨는 '킹덤' 시즌3에서 시즌1, 2의 주인공들과 함께 중심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해 기대감을 높였다.

"'킹덤' 시즌2를 통해 새로운 배경에서 좀 더 커진 세계관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창이나 서비, '영신'(김성규) 모두 더 이상 역병이 나타나지 않길 바라며 근원을 쫓지 않았나. 시즌1은 배고픔, 시즌2는 피에 관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넷플릭스가 허락해준다면 시즌3에서는 한을 담고 싶다. 서비, 영신 등 이 나라의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지현은 김 작가의 차기작인 드라마 '지리산' 출연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전지현씨는 누구나 알다시피 매력이 많은데 여전사 같은 느낌이 좋더라"라면서 "몸을 정말 예쁘게 잘 써서 액션을 같이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킹덤2'뿐만 아니라 '지리산'에서도 실제로 전지현씨가 갖고 있는 통통 튀는 매력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킹덤2'는 미국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리즈와 함께 거론되고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킹덤2'는 최고의 좀비쇼"라며 "'피어 더 워킹 데드' 초반부와 비슷하지만 훨씬 더 훌륭하다. '왕좌의 게임'과 같은 정치적 음모와 환상적인 캐릭터 묘사가 등장한다"고 호평했다.

이에 김 작가는 오히려 "'왕좌의 게임'에 죄송할 따름이다. 재미있게 본 시리즈이고, 책도 좋아할 만큼 광팬이다. 영광스럽고 비교되는 자체가 기분 좋다"며 몸을 낮췄다.

"시즌1, 2를 이끈 주요 악역이 사망했는데, 시즌3에서는 그분들을 능가하는 악역이 새롭게 나온다. 시즌1, 2 배역 중에 '이 사람이 악역을 할 수 있나'라고 할 만큼 깜짝 놀랄만한 이야기가 그려질 거다. 이창도 죽는거 아니냐고? 하하. 내가 '(극중에서) 사람을 잘 죽인다'고 망언을 했는데, 시즌2에서 죽은 조학주, 안현대감, '무영'(김상호) 모두 원죄가 있었다. '어떻게 마지막을 맺는 게 맞을까' 고민해 나온 결과물이다. 시즌제 드라마는 캐릭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맛이 있고 연기자, 스태프들과 호흡도 점점 좋아진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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