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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종식 위한 중앙임상위 위험한 발상 '집단면역'…찬반양론 팽팽

등록 2020.03.2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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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임상위 '유행 장기화' 예상 완화정책 화두 던져

찬성측 "백신 없으니…통제하에서 면역 형성해볼만"

반대측 "젊은이 바이러스 숙주화 우려…연착륙해야"

英, 저위험군 인구 60% 집단면역 만든다 최근 밝혀

보건전문가들 비판쏟아져…英정부 전략 철회하기로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 감염병(코로나 19)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의료진이 사망자 폐사진 등을 보여주며 임상 개요 및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 센터장,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진료부원장. 2020.02.26.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 감염병(코로나 19)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의료진이 사망자 폐사진 등을 보여주며 임상 개요 및 사망 원인 등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오명돈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 센터장,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고임석 국립중앙의료원 진료부원장. 2020.02.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연희 기자 =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중앙임상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종식을 위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집단면역'(herd immunity) 을 대안으로 제시해 감염병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24일 감염병학계에 따르면 중앙임상위는 현재의 억제 일변도 정책은 한계가 있고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종의 고육지책으로 '집단면역' 개념을 도입할 것을 주창한 게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이 안에 찬성하는 측에서도 보완 장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반대하는 측에선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을 죽음의 위험에 몰아 넣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 코로나 바이러스 면역을 가진 사람의 비중을 크게 높여 바이러스 유행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인구 중 60%가 면역을 얻으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이론적 접근이다.

국내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개학연기, 가족돌봄휴가제 등 감염병 억제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앙임상위는 그러나 장기간 방역조치를 총동원한 억제정책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교수)는 지난 23일 "우리 (억제 위주) 방역정책은 바이러스 노출로부터 보호하고 있어 그 결과 감염되지 않고 면역도 갖고 있지 않다"며 "제일 좋은 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한없이 가면 한 집단이 일정 수준 면역도가 도달하기까지 어쩔 수 없이 유행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그러면서 억제정책이 끝나는 4월6일 개학 시점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거나 날씨가 다시 쌀쌀해지는 가을이 되면 다시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억제를 풀면 스프링이 다시 튀듯 유행이 다시 시작될 수 있으며, 가을이 되면 유행이 다시 찾아오게 된다"면서 "장기전에 대비해 학급에서 학급으로, 학년에서 학년으로, 학교에서 학교로 전파되지 않도록 미리 방역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코로나19에 의해 사망한 확진자는 23일 오전 0시 기준 7명 추가돼 총 111명이다. 확진환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1.24%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코로나19에 의해 사망한 확진자는 23일 오전 0시 기준 7명 추가돼 총 111명이다. 확진환자 대비 사망자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1.24%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이처럼 집단면역 전략을 찬성하는 학자들은 백신이 단기간에 개발되지 않으면 장기화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신 개발부터 일반인 접종까지 적어도 12~18개월이 걸린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 신형식 교수는 "기저질환이 없는 30대 이하 젊은이들은 치명률이 훨씬 낮기 때문에 일단 (이들을 중심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고령자 등이 안전해질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교수는 단 학생들이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일부 통제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내걸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증상 전파도 가능하다는 학계 보고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방안이 실현되려면 특정 건물에 학생 또는 젊은이들이 입소해 생활하면서 스스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발열이나 기침 등 증상이 비교적 심한 아이들은 폐렴을 예방하는 약을 주면서 폐 손상을 막는 식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해 스스로 면역을 형성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반면 아직 발병한지 100일도 채 안 된 신종 감염병인 만큼 완화정책을 섣불리 취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완치 후 재감염 되는 사례가 중국과 국내에서도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집단면역의 전제가 되는 재감염 방어 항체가 만들어지고 면역도 형성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위험도가 높지 않은 젊은 연령층이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기회를 늘린다면 이들이 바이러스 매개체가 돼 고령자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위험해지고, 또 죽음에 이르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김우주 교수(감염내과)는 "집단면역은 실제로 있는 이론 개념이지만 공중보건학적으로 경계해야 하며 해결책이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집단면역을 형성하더라도 국내 의료여건이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도록 연착륙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런던=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런던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것"이라면서도 일단은 대응 1단계인 '억제' 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9일 기준 319명이고 사망자는 3명이다. 2020.03.10.

[런던=AP/뉴시스]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런던 총리관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안보회의인 코브라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가 크게 확산할 것"이라면서도 일단은 대응 1단계인 '억제' 단계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9일 기준 319명이고 사망자는 3명이다. 2020.03.10.

4월5일까지 2주간 고강도의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에 착수한 우리 정부로서도 고령자 등의 희생이 뒤따르는 대응전략을 취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도 최근 저위험군 인구 60% 사이 집단면역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가 보건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고 전략을 철회하기로 한 바 있다.

최근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20대 확진자가 위중 상태에 빠지는 등 젊은이도 코로나19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경고가 나온 상황에서 자원할 젊은이가 나올 가능성도 낮다.

김 교수는 "젊은 사람은 가족, 특히 노약자에 대한 코로나19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다"며 "특히 젊은이가 확진되면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기 때문에 간접살인에 이르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는 만큼 '코로나19에 걸려도 괜찮다'는 식의 잘못된 메시지를 받아들이게 해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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