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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위성정당과 여의도 '말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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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3-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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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진형 정치부 기자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말빚은 반드시 돌아온다."

선거철마다 여의도 정가를 맴도는 격언이다. 선거에 나선 후보 상당수가 과거 자신의 발언이 경쟁자의 '칼'이 돼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이다.

일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있다. 이들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방지 법안을 이달 초 심의하는 과정에서 했던 발언들이 회자되며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한 의원은 "일기장에 혼자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처벌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고, 또다른 의원은 "청원한다고 법 다 만들 수 없다"고 했다. 당시 발언을 담은 회의록이 보도된 뒤 '졸속심사' 논란이 제기됐고, 이들은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는 해명을 하며 진땀을 뺐다.

말빚이 목을 치기도 한다. 여당의 A 전 의원은 한동안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의원은 친노(노무현)·비노 갈등에 신음하던 당내, 첨예하게 대립하던 집권여당(현 야당) 등 당 안팎을 막론하고 맹폭을 퍼부었다.

A 전 의원의 '말'이 작렬할 때마다 지지층은 열광했지만 강성 이미지도 쌓여갔다. 결국 지난 총선에서 공천배제(컷오프)가 됐고, 당시 '물갈이'의 상징이 됐다.

B 후보는 일찌감치 야당 강세 지역에 하방해 바닥을 다졌다. 그러나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으로 벽보조차 붙이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했다. 당내에선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했던 B 후보의 핵심 당직자 시절이 회자됐다. 말빚이 돌아온 셈이다.

말빚으로 곤욕을 치르기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빼놓을 수 없다. 현안마다 SNS에 수시로 의견을 밝힌 것이 결국 스스로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조적조'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최근 n번방 피의자들의 '포토라인' 문제를 놓고도 야당 측은 조 전 장관을 물고 늘어졌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서 선거제도 개편안이 올랐던 지난해 여당의 C 의원은 속앓이를 했다. "위성정당을 너무 세게 비난하면 안 된다. 퇴로를 좁힌다"는 것이 요지였다.

당시 지도부는 '설마'의 기색이 강했다. 야당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비례한국당을 만들겠다"고 공언을 해도 마찬가지였다. 위성정당이 출범하자 여당 지도부는 "꼼수정당이자 쓰레기 정당"이라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야당이 위성정당에 '의원 꿔주기'를 하자 당대표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불과 한 달 뒤 여당이 참여하는 비례대표 연합정당이 출범했다. '친문·친조국'을 내세우며 사실상 '위성정당'임을 자임하는 외곽 비례 정당들도 속속 등장했다. 여당 대표는 연합정당 대표들을 국회로 불러 "문재인 정부의 성공과 국정운영을 바라는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비례연합 정당"이라고 지칭하며 총력 지원을 다짐했다. 연합정당에 파견할 의원들도 발빠르게 제명했다.

여당 사무총장은 선거법 처리가 임박했던 지난해 12월 위성정당에 대해 "꼼수다. 위성정당은 결국 못 만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원내대표는 위성정당 등록 불허를 촉구하며 "퇴행적 정치행위"라고 했다. 이들은 연합정당 창당 국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 과연 말빚이 어떻게 돌아올지 지켜볼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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