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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말씀만 듣고 선행학습 안한게 이제 후회 막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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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1 14:53:29
"왜 우리 의견은 안 물어보나요"…원격수업에 학생들 불만토로
"시험대신 수행평가 하면 선생님 주관 많이 반영될 수밖에…"
고3 수험생들은 "재수생보다 절대 불리…멘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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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주 연기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신고등학교에서 고3 담임선생님이 비어있는 복도를 걷고 있다. 2020.03.31.



 mspark@newsis.com

[대구=뉴시스]이지연 기자 = "왜 우리에겐 안 물어보나요"

전국 초·중·고교 온라인 개학 일정이 발표되자 개학을 준비한 학교뿐 아니라 학생들 조차 크게 당황하는 등 학년별 온도 차는 있지만 대부분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례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란 위급 상황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의견과 함께 일선 교육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대구교육청에 따르면 개학 연기 여부나 온라인수업에 대해 별도의 설문조사는 실시하지 않았다.

 경북교육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간 4월6일 개학 여부에 대한 자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20만3101명이 참여했고, 학생은 65%, 학부모는 74%, 교원은 73%, 행정직은 68%, 일반인은 72% 등 전체 71.48%가 개학을 반대했다. 온라인 수업 찬성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묻지 않았다.

대구 혜화여고에 재학 중인 이모(17·여)양은 "학년별로 처한 상황이 다르니 개학 연기와 관련해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물어보는 설문조사를 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학생과 부모, 선생님 모두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반영되는 부분도 다르겠지만 교육주체인 학생들 입장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느낌이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오는 9일부터 가장 먼저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는 고3, 중3 학생들은 원격 수업방식에 있어 어느 정도 익숙한 편이지만 성적 평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

경신고에 다니는 조모(18)군은 "중간고사가 수행평가로 대체될 가능성도 있다고 해서 걱정된다. 수행평가는 아무래도 선생님들의 주관이 많이 반영될 수밖에 없고 과제형일 경우에는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든다. 수능일도 연기되면서 지금의 상황은 오히려 재수생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는 말들이 친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어 사실 말 그대로 멘붕인 상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청구중에 다니는 최모(15)군은 "고등학교 수업 과정을 이미 선행한 친구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친구들은 학습 공백이 더 커질 것 같다. 선행 여부에 따라 시험 성적이 극명하게 갈릴 수 있다. 주위에선 노트북 1대는 수업 돌리고 다른 노트북이나 휴대폰으로는 게임이나 다른 영상을 보겠다는 친구들도 꽤 있다"며 학생들 사이의 상반된 분위기를 전했다. 

올해 신입생들은 과제나 시험 준비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크다.

올해 성명여중에 입학한 강모(13·여)양은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면 여러모로 불편할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인 남동생과 노트북도 나눠 써야한다. 동생과 시험 기간도 비슷할텐데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된다. 공부도 낯선 데 과제를 많이 내 주실까봐 겁도 난다"고 했다.

그나마 자율학습이 가능한 중·고등학생과 달리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수업 진행 자체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

초등학교 4학년·2학년 남매를 둔 이모(42·여·신천동)씨는 "학원 수업도 이미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초등학생은 컴퓨터로 수업하는 자체가 쉽지 않다. 집중도 어렵지만 옆에서 지도해야 할 부분이 많다. 선행학습 위주로 공부한 아이들이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온라인에서 배운 부분을 학교에서 다시 배울 기회가 있을까 싶다"며 학습 격차에 대해 우려했다.

새로 부임했다는 초등학교 교사 이모(56·여)씨는 "초등학교는 강의식 진행이 전체의 20%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접 풀이하는 과정을 보면서 학생마다 부족한 부분을 체크해야 하는데 동영상만 봐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초등생은 개인별 지도가 필수적이라 솔직히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안모(48·여)씨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온라인과 현장 강의를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오전·오후반으로 나눠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수업 시간을 조정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교사들 조차 이런 수업을 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 입장에서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학년별에 맞춘 좀 더 세부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보완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최근 해외 입국자 등 감염 우려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온라인 수업 대책이 최선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들도 있다.

중학교 3학년·2학년 연년생 자매를 둔 김모(50·여·수성동)씨는 "혼선은 있겠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학교측에서도 잘 대비할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지 않나. 학교를 가든 안 가든 어차피 학생 개개인의 의지가 제일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이모(55)씨는 "지금은 무엇보다 아이들 안전이 최우선 아닌가,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오로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어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앞서 교육부는 4월9일부터 중학교·고등학교 각 3학년 학생들을 시작으로 16일에는 중·고 1~2학년과 초등 4~6학년, 20일에는 초등 1~3학년이 순차적으로 개학한다고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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