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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매각 '먹구름'…고민 깊어지는 산은

등록 2020.04.02 13: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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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정옥주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놓이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성사시킨 딜이 자칫 엎어질 가능성에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의 고민도 한층 깊어지게 됐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정정공시를 통해 유상증자 납입일을 오는 7일에서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유상증자 일정 변경의 이유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승인 문제를 꼽았다. 항공업체가 인수·합병(M&A)을 하려면 해당 항공사는 취항하는 각 국가마다 따로 기업결합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코로나19로 승인이 늦어지면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 졌다는 것이다.

당초 HDC는 오는 7일 아시아나항공에 1조4665억원을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하고, 이 중 1조1745억원을 산은과 수은의 지원자금 상환과 단기채 및 주식담보부차입 상환 등의 용도로 사용할 계획이었다.산은과 수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 5000억원을 인수했고 한도 대출 8000억원, 스탠바이 LC(보증신용장) 3000억원을 제공하는 등 총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당사자들이 합의하는 날'이라는 문구로 유상증자 일정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 업계 안팎에서는 전체적인 인수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항공업계가 극심한 경영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HDC가 산은 측과 인수조건 재협상에 나서거나, 최악의 경우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항공업황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HDC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안다"며 "매각을 포기할 경우 치러야하는 위약금이 2500억원 정도인데 아시아나항공이 8000억원 정도의 손실을 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위약금을 내고라도 포기하는게 낫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4437억원, 당기순손실은 8179억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649.3%에서 작년 1386.7%로 2배 넘게 뛰어올랐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아시아나의 부채비율이 300% 아래로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졌다"며 "이에 따라 2조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HDC의 고민이 깊어질 수록 의구심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과 수은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HDC는 산은과 수은 등에 자금 상환 일정을 미뤄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HDC가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영구채와 운영자금 대금을 갚기로 했었는데, 이를 납입하는 대신 만기연장을 해달라고 했다"며 "아직 산은과 수은에 공식으로 요청이 들어온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신용등급이 비교적 우량한 HDC 인수에 추가 금융지원을 하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신중한 고민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자칫 특혜 논란에 시달릴 수도 있다. 동시에 만약 요구를 거절할 경우 매각 무산 가능성 등 감당해햐 할 후폭풍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항공업계에 보다 전폭적인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HDC로부터 추가 지원이든 재협상이든 공식적으로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만약 요청이 온다면 그때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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