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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감염병은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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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3 11: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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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한창인 가운데 교회 예배가 유난히 주목받고 있다. 정부의 집회 자제 요청에도 일부 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강행,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와 불교가 미사와 법회를 전면 중단한 반면 개신교계는 달랐다. 서울의 주요 대형교회들이 대부분 교회를 폐쇄하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지만, 상당수 중소형 교회는 예배당 예배를 지속했다. 집단 감염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서울 경기지역 교회 예배에 참여한 신자들 중에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했고 거센 비난이 이어졌다.

서울시 등 지자체의 집회금지 행정명령이 발동됐지만 통하지 않았다. 일부 교회는 예배를 강행하며 "교회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하는 조치는 부당하며, 심각한 종교탄압”이라고 맞섰다. 찾아오는 신자들을 막을 수가 없다며 2m거리 유지와 감염병 예방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고도 했다.

일부 교회의 주일예배는 "현금때문"이라는 논란도 있어 개신교 대형 교회와 교단들은 미자립 교회의 임차료(월세)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전국 6만여 개에 이르는 교회 중 80%정도는 헌금으로 월세를 내기도 버거운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공(公·현장)예배를 유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교회의 역사성이고, 둘째는 교회의 소통 기능이다.

첫번째 근거는 예배가 '주일성수'(주일을 거룩하게 지킨다는 의미)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가치이며, 일제강점기는 물론 한국전쟁 때도 현장예배를 중단한 적이 없다는 논리다. 소통의 기능은 예배가 단순히 목사의 설교를 듣는 자리가 아니라, 교인들이 한 주간 살면서 지친 심신을 서로 위로하고 하나님의 뜻에 따르지 못했던 점을 함께 반성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이 계속되며 모든 것을 멈추게 하고 있다.

초기 기독교도는 '파라볼라노이(παραβολάνοι)'라는 영광스러운 칭호를 얻었다. '위험을 무릅쓰는 자'라는 의미로 전염병이 유행할 당시 기독교인들이 감염될 위험 앞에서도 병든 이들을 돌보고 목숨을 구한 데 따른 것이다.

코로나는 일상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깨닫게 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참고 인내하며 힘을 합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공예배에 참석하기 보다 사회와 병든 자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썼던' 기독교의 미덕을 보일 때다. 감염병은 종교를 가리지 않는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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