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초점]공연, 온라인 중계의 맛...영상 유통 새 화두는 유료화?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등록 2020-04-05 09:19:13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유튜브 상영.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2020.03.25. realpaper7@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 공연계의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우리 사회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면서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 공연계에도 그런 변화가 눈에 띄게 생길 조짐이다.

최근 들어 국내의 웬만한 국공립 공연장과 국립 예술단체가 속속 합류한 '온라인 중계'가 대표적이다. 공연실황을 생중계하거나 공연 영상물을 특정 시간에 유튜브와 네이버TV 등을 통해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다.

국립극장·예술의전당·세종문화회관 같이 공연계를 대표하는 3대 국공립 공연장은 물론 경기아트센터·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정동극장도 온라인 공연에 합류했다.

국립극단·서울예술단·서울시향·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KBS교향악단·국립국악원 등 공공의 지원을 받는 예술단체는 물론 크레디아 뮤직앤아티스트 같은 민간 클래식 기획·매니지먼트사, 유니버설발레단 등 민간발레단도 가세했다.

공연 영상물 관련 쟁점에서 항상 서두를 장식하는 것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다. 오페라계 '꿈의 무대'로 통하는 이곳은 2006년 '메트: 라이브 인 HD' 시리즈를 시작했다. 2006년 소니 클래시컬 레코드 대표였던 피터 겔브가 메트 오페라 단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오른 오페라를 HD 화질로 위성 생방송하거나 녹화 상영한다. 국내에서는 영화관 메가박스가 지난 2009년부터 '메트: 라이브 인 HD'를 상영해왔다.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동시대 최고 수준의 오페라를 비교적 저렴한 값에 즐길 수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메트는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공연을 취소한 가운데 그간 명작들을 온라인으로 스트리밍하는 '나이틀리 오페라 스트림스(Nightly Opera Streams)'를 통해 매일 한 작품씩 무료로 선보이고 있다.

독일의 세계 정상급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08년 온라인에 '디지털 콘서트홀'을 만들었다. 주요 공연을 스트리밍하는 것은 물론 지난 주요공연 영상도 업로드하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무대의 마술사'로 통하는 로베르 르파주가 연출한 뉴욕 메트 오페라 '이룰 수 없는 사랑'. (사진 = 메가박스 제공) 2020.04.05. realpaper7@newsis.com
2009년부터 영국 국립극장은 내셔널 시어터 라이브(National Theatre Live)의 약칭인 NT 라이브를 선보이고 있다. 연극계 화제작을 촬영해 세계 공연장과 영화관에서 생중계 또는 앙코르 상영하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4년 3월 국립극장이 최초로 도입했다.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공연 영상화가 본격화된 것은 2013년 예술의전당의 '콘텐츠영상화사업-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이다. 우수 공연·전시 콘텐츠를 영상물로 제작, 전국에 배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탄생했다.

'메트: 라이브 인 HD'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했다. 카메라는 일반 청중이 접할 기회가 없는 무대 깊숙한 곳은 물론, 백스테이지 풍경까지 보여준다. 주역 뮤지션의 인터뷰도 곁들여진다.

예술의전당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자 '싹 온 스크린'을 온라인을 통해 처음으로 스트리밍했다. 연극 '보물섬'과 '페리클레스', 유니버설발레단 발레 '심청' 등이 호응을 얻었다.

2015년 6월에는 영화사 숨이 연극 공연과 영화의 협업을 표방한 'DnC 라이브(Live)'를 론칭, 연극 '혜경궁 홍씨'를 스크린으로 옮겨내기도 했다. 

공연평론가인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이런 공연 영상물을 '라이브캐스트 시네마 시어터'(Livecast Cinema Theatre·LCT)로 정의한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싹 온 스크린' 콘서트 실황 중계. (사진 = 예술의전당 제공) 2020.04.05. realpaper7@newsis.com
'LCT의 상호매체적 관계와 매체성에 관한 연구' 논문을 쓰기도 한 지 교수는 LCT를 라이브 공연과 영화, TV의 복합적인 산물로 간주한다.

환경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LCT는 공연과 영화의 관습이 공존한다. 제작의 양식은 TV 중계방식을 주로 참조하고 있다.

지 교수는 "LCT의 매체적 속성은 다층적인 상호매체적 관계에 기반 한다. LCT는 라이브 공연 콘텐츠를 전이하고 있지만, 공연과 TV, 영화가 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조합되고, 참조된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라고 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LCT가 공연의 대체제가 아닌 공연의 상호 보완물에 가깝다는 것이다. 지 교수는 "LCT는 공연의 본질을 유지한 상태로 무대를 영상으로 담아내는 세심한 과정을 거쳐 독자적인 매체성을 담지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을 다른 트랙으로 확장시키는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얘기다.

이런 공연의 영상화 작업은 정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유통과 배급 등의 환경 구축, 초상권과 저작권 등 관련 법규 개정과 신설 등 선결과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불황인 공연계가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관객 사이 2m' 같은 주먹구구식 규제만 대가 없이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화 작업처럼 공연의 미래가 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같이 고민하며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위기에서 영상화, 디지털화를 적극 추진하는 회사에 세제 혜택 등을 강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LCT의 상호매체적 관계와 매체성 표. (사진 = 지혜원 교수 제공) 2020.04.05. realpaper7@newsis.com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창작 콘텐츠가 각광을 받는데, 이 참에 공연의 영상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공연 영상을 만드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만드느냐 따라 질 차이가 많이 난다. 단순히 '공연을 멈춰라'라고 주문하기보다, 위기를 잘 활용해서 영상 제작, 유통, 보급을 전국민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현 시점에 OTT, 배달업, 영상 강의 등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공연장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연 영상화 작업, 유통과 함께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공연의 유료화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중계를 해주는 국내 공연 관련 단체의 대다수는 국공립이다. 대중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 공연에 대한 관심의 환기를 위해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이미 해외의 경우는 유료 영상이 자리를 잡았다. '메트: 라이브 인 HD'와 'NT라이브'가 대표적이며 코로나19로 인해 한달간 '디지털 콘서트홀'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 베를린필도 유료 구독 체계를 구축했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조성진, 마티아스 괴르네. (사진 = 독일의 오발미디어 스트리밍 캡처) 2020.03.28. realpaper7@newsis.com
현재 우리 공연계에는 영상 수익을 내는 구조가 딱히 없다. 네이버TV와 협업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 등이 공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일찌감치 해온 실황 중계도 무료다.

공연 온라인 중계에 대한 가능성은 확인됐다. 2016년 10월10일 공연제작사 라이브의 '팬레터' 공연 실황이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 생중계됐는데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은 뒤 오프라인에서도 관객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뒀다. 국내에서 뮤지컬 전막이 온라인으로 상영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후 창작산실의 '레드북', 최근 라이브의 '마리 퀴리' 공연 실황이 온라인 중계로 호응을 얻었고 역시 오프라인 관객도 크게 늘어났다.

K팝 콘서트 중계는 글로벌 스타인 그룹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통해 이미 수익성을 확인했다. 지난해 6월2일(한국시간으로 새벽)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 공연은 네이버 V라이브 플러스를 통해 생중계했는데 세계에서 14만명이 본 것으로 집계됐다. 3만3000원을 결제해야 시청할 수 있었으니 매출로 치면 46억원가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28일 독일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온라인 생중계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의 공연은 소정의 입장료(7.90유로·약 1만500원)를 내야했음에도 900명 이상 이 연주를 지켜봤다.

예매하면 바로 표가 매진되는 것으로 유명한 뮤지컬계의 스타들인 조승우, 홍광호, 김준수, 박효신의 공연도 온라인 중계 등을 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 '셜록'의 스타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출연한 NT라이브 '프랑켄슈타인'. (사진 = Catherine Ashmore 제공) 2020.04.05. realpaper7@newsis.com
다만 지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공공 서비스나 홍보 차원에서 하는 온라인 중계가 많았는데, 유료화의 필수 조건은 영상물의 완성도"라고 짚었다.

"NT라이브를 통해 보여준 연극 '프랑켄슈타인'과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은 공연장 관객에서는 볼 수 없는 '버드 아이 뷰 숏'으로 무대 바닥을 보여주기도 한다. 공연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의 연출가와 영상의 연출가의 긴밀한 협업은 필수이며, 따라서 오랜 기간 제작 기간과 기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지 교수는 "단순히 공연장에서 볼 수 있는 것을 기록처럼 남기는 영상물이 아닌, 공연을 본 관객도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영상만 접한 관객은 실제 공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는 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공연의 가치도 자연스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문화 핫 뉴스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