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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난지원금, 합리적 세부기준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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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6 15: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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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나라에서 전체 가구의 70%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론상으론 국민의 70%가 반겨할 일이지만 실상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내가 받을 수 있나요"란 질문이 쇄도하고 "맞벌이가 죄냐", "은퇴하고 가진 거라곤 서울 집 한 채가 전부다"라는 등 일부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소득 하위 70% 가구에게 현금성 지원을 한다는 정책은 지금 경제 현실이 얼마나 다급한가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적·인적 모빌리티(mobility)의 급감이 기업의 매출 악화로 이어지고,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자영업자 등 내수산업 종사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모이고 돈을 써야 시장은 기름칠 한 듯 잘 돌아가게 마련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은 당장 휴·폐업이나 휴·실직으로 절박한 이들에겐 상실한 소득을 보전해주자는 목표도 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마친 뒤에는 다시 돈을 쓰게 해서 수요 재창출을 보조한다는 의미도 있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자면서 돈을 뿌리는 건 아이러니지만 그렇다고 뾰족한 다른 수도 없다.

정부는 돈을 풀어서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민층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잔뜩 움츠러든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경기가 나아질 거란 기대감 없이는 미래 증세에 대한 걱정이 앞서 소비를 굳이 늘리지 않을 수 있다. 당초 정부가 목표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지 불확실하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효과도 불확실한 '현금 살포' 정책을 기왕에 쓰기로 했다면 그 설계가 치밀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10조원 가까이 들어가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민들을 소득 수준으로 줄 세워 아래서부터 70%까지 주기로 했다"는 기준만 덜컥 발표했다. 완벽을 기한 정책을 내놓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부처간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다. 일각에선 일부 관계부처 수장이 발표 당일에서야 내용을 처음 접했다는 '설'도 돈다.

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빨라야 5월에나 지원금이 나온다고 한다. '긴급'이란 단어가 무색해질 수 있고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때문에 지금부터는 빠른 속도로 가장 합리적이라 할 수 있는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다.

모두가 내는 세금으로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는 식의 정책은 필연적으로 불만을 낳는다. 그렇다면 국가위기 사태에서 가장 힘든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합리적이다. 이번 사태로 매출이 반 토막 난 치킨집 사장님이나 일감이 줄어 쉴 수밖에 없는 근로자가 소외돼선 안 될 일이다. 수십 억대 자산가인 알짜부자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일은 더욱 없어야 한다.

혼란이 계속되자 여당에서는 국민 모두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을 6일 내놓기도 했다. 기준점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당의 제안이 향후 논의에 어떻게 작용할지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의 선택지에 항목 하나가 더해졌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힘든 시기 국민들을 다시 일으켜 세울지, 되레 갈등만 조장할지는 정부의 올바른 정책적 판단에 달렸다.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촉발된 혼란을 매조질 수 있는 키 역시 정부가 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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