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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美 감염폭발 이유는 '방심'…사회적 거리두기 느슨해진 국내도 우려↑

등록 2020.04.07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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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유입·감염경로 미상…'제2의 쓰나미' 우려

재택근무·돌봄휴가 등 유인책 점점 한계 달해

"추가 대책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유도해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29일 오후 대구 동구 금호강변 둔치에서 시민들이 활짝 핀 벚꽃 길을 산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인파가 몰리는 실내공간에 대한 기피는 여전하지만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행렬은 점차 늘고 있다. 2020.03.29.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29일 오후 대구 동구 금호강변 둔치에서 시민들이 활짝 핀 벚꽃 길을 산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인파가 몰리는 실내공간에 대한 기피는 여전하지만 야외 활동을 즐기려는 행렬은 점차 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연희 기자 = 지난 주말 벚꽃놀이와 놀이공원 등 야외로 나들이 나온 상춘객들이 늘어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유럽과 미국 등 서구 국가, 싱가포르에서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등한시하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국내에서도 '제2의 쓰나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7일 구글이 지난 1월3일~2월6일 이동인구 평균치 대비 3월27일~29일 131개국 인구 동선 증감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공원 등 야외활동이 50% 늘어난 반면 미국과 이탈리아 독일 등 코로나19 확진자 수 상위 5개국은 동선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는 ▲소매 및 오락 ▲식료품 및 약국 ▲공원 ▲교통시설 ▲직장 ▲주거지 방문이 모두 큰 폭으로 줄었으나 한국은 공원이나 해변 등을 방문한 동선이 51% 늘었고 식료품점이나 약국 방문도 11% 증가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지난 23~29일까지 국민들의 이동량을 분석했을 때에도 20만명의 유동인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방역당국에서는 이를 2개월여 이어진 코로나19 예방 및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국민들이 방심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분석하고 있다.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6일 정례브리핑에서 "많은 국민들께서 불편함을 참고 2주간의 집중적인 노력을 펼쳤지만, 아직 상황은 안심할 단계가 아니고 언제라도 코로나19가 급증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며 오는 19일까지 연장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서는 코로나19에 방심했다가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바 있다. 중국·한국 사례를 보고서도 코로나19의 빠른 전파력,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 대한 치명성을 간파하지 못하고 느슨하게 대응한 것이다.

6일 오후 5시40분(한국시간 기준) 존스홉킨스대 실시간 통계사이트에 따르면 전세계 코로나19 발생자 수는 127만7962명, 사망자 수는 6만9555명이다.

 [런던=AP/뉴시스] 5일 영국 수도 그린위치 공원에서 기마경찰이 코로나 19 자택칩거령에 위반된다며 공원 벤치에 홀로 신문 보던 사람에게 일어나 집에 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0. 4. 5.  

[런던=AP/뉴시스] 5일 영국 수도 그린위치 공원에서 기마경찰이 코로나 19 자택칩거령에 위반된다며 공원 벤치에 홀로 신문 보던 사람에게 일어나 집에 가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0. 4. 5.

미국이 33만명대로 가장 많고 스페인 13만명, 이탈리아 12만9000명, 독일 10만명으로 중국(8만2000명)보다 많다. 확진자 대비 사망자를 가리키는 치명률은 이탈리아가 12.3%로 가장 높고 프랑스 11.5%, 영국 10.3% 스페인 9.5%, 인도네시아 9.1%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컸던 롬바르디아주 등지에서는 지난 1월 중국 관광의 해 행사를 열었고 2월 잠복기를 거쳐 확진자가 3주 만에 1만5000여 명이 늘었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2월 밀라노에서 열린 원정 축구경기, 지난달 8일 개최한 세계여성의 날 행사로 바이러스가 크게 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관중이 운집하는 행사를 그대로 유지했다가 슈퍼감염이 일어났다는 얘기다.

영국과 네덜란드에 이어 스웨덴은 지역사회 감염 초반 봉쇄전략 대신 집단면역(herd immunity) 전략을 검토하다가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전략을 바꾸기도 했다.

미국은 감염 전파 시기는 가장 늦었으나 지금은 확진자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다. 지난달 슈퍼전파자로 일컬어지는 최초 확진자는 감염 전 마이애미를 다녀왔으며 뉴욕주에서 맨해튼으로 출퇴근하며 50명 이상을 감염시켰다. 그러나 이후에도 플로리다 해변 등에는 인파가 몰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Chinese virus)라고 부르며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논란에 휩쌓였다. 지난 3일 미 질병관리본부(CDC)가 자발적인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을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 자신은 쓰지 않겠다고 하거나 스카프가 마스크보다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유럽과 미국 등은 3월부터 국경을 걸어잠그고 외출도 자제시키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또는 권고하고 있다.

감염병 전파 연결고리를 파악하고 차단하기 위한 확진자 동선 추적에 대해서도 스페인, 이탈리아가 4월 들어서야 방역에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일 한국시간 오후 1시 기준 세계 최대 코로나 19 환자 발생국은 미국으로 총 33만6830명이다. 뒤이어 스페인 13만1646명, 이탈리아 12만8948명, 독일 10만123명 순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6일 한국시간 오후 1시 기준 세계 최대 코로나 19 환자 발생국은 미국으로 총 33만6830명이다. 뒤이어 스페인 13만1646명, 이탈리아 12만8948명, 독일 10만123명 순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진원지인 중국 우한과 가까워 비교적 초반에 역풍을 맞았던 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중순 확진자 수가 하루 20명 이내로서 안정됐다고 판단해 학교를 개학했다가 2주도 안돼 환자가 1000명까지 늘어났다. 싱가포르 정부는 다시 휴교령을 내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5일 연속 신규 확진자가 100명 이하 두 자릿수인데다 6일 0시 기준 확진자는 50명 이하로 떨어졌다고 해서 국가는 물론 전 국민이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면 유행이 큰 폭으로 커질 가능성과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환자가 5%라는 점도 '적신호' 중 하나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해외유입 위험이 있고 또 지역사회 내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사례들이 계속 보고되고 있어, 집단발병으로 이어지면 굉장히 폭발적인 유행 양상을 보여준다"면서 "현재 하고 있는 많은 방역조치 등을 충실히 수행하는 게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결국 백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이행하는 것만이 코로나19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달 중앙임상위원회는 이미 올 가을까지 백신 개발이 어렵고 다시 대유행할 가능성을 전망한 바 있다.

한편으로는 국내에서 2개월 이상 이어진 코로나19에 생업을 포기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을 유인하기에는 경제적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학교는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으나 학원 등 운영제한 업종이나 다중이용시설 휴업, 재택근무, 가족돌봄휴가 등은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 먹으면 열 수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가 검토하는 재난지원금 등 경제적 지원 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추가적인 사회정책과 고위험군 보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고용·돌봄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인할 추가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제껏 유지해온 방역을 지탱하기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며 "지금까지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해왔지만 정부가 한 번 잘못된 싸인(sign·신호)을 주게 되면 한 번에 무너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교수는 "현 상황에서는 의료진과 산업, 농업을 최우선으로 체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 집회는 금지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령층이나 천식 알레르기 등이 있는 환자는 연령이 낮아도 가능한 집안에서 보호해야 한다"며 "이들을 위해 선천적인 면역을 증진시킬 수 있는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등 코로나19 장기전에 대비할 만한 의학적 예방법도 추가연구를 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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