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지원금' 정치권 경쟁…시민들 "선거때가 됐구나"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두고 경쟁중
정작 시민들, 선거구호 엇갈린 목소리 내
"모두에 지원금 주는 것 부적절해 보인다"
"힘든이에 집중해야 만족감 높다" 반론도
명동상인은 "한푼이라도 큰 도움돼" 반색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0.03.29. [email protected]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학원가 앞에서 만난 대학원생 이태영(30)씨는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지원금을 주는 게 부적절하다고 본다"면서 "당장 저만해도 코로나19로 아쉬운 건 영어시험이 연기된 것뿐이고, 경제적으로 별로 타격을 입은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25만원이나 50만원을 부자들에게 줘봐야 별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힘든 이들에게 집중적으로 주는 게 만족감을 높이는 방법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국민 한 명에게 지급하자고 주장한 재난지원금 액수는 50만원이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은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70%의 4인 가족에 100만원을 지급하자는 기존 안에서 지급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종로구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22)씨도 이같은 생각에 부정적이었다. 최씨는 "재난 상황이라는데 (저희 가족은) 피해를 직접적으로 본 것 같지 않다"면서 "돈이 생긴다면 술값 등으로 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논쟁이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이라는 시각도 상당하다.
종로구 소재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32)씨는 "총선 전 국고 낭비하는 느낌"이라면서 "어차피 나중에 세금으로 메워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반면 외국인 감소 등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서울 중구 명동 상인들은 지원금 지급 대상 확대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명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65)씨는 "건강보험료 기준 소득 하위 70%를 기준으로 준다고 했을 때 3인 가족인 저희 식구는 해당이 안 됐다"면서 "금고를 떼어 한푼도 못 벌고 있는 현실을 직접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답답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코로나19 이전 식당 매출이 하루 100만원 가량 됐는데, 요새는 한달 30만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정씨는 "지난해 가게에 화재가 발생해 몇천만원 대출을 한 이력 때문에 이번에 신청한 소상공인 대출이 얼마나 나올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면서 "이런 때에 다만 몇 푼이라도 지원 받을 수 있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 가게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0.03.29. [email protected]
이씨는 "매출이 거의 99% 줄어서 월세 1300만원에 인건비, 전기세, 수도세를 합쳐 최대 2000만원 이상 손해가 나고 있다"면서 "죽지 못해 살고 있는데 지원금이라도 주면 그나마 나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긴급재난지원금 관련 논쟁에 대해 국가 경제 상태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 같다며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작년에 기업실적이 안 좋아지면서 법인세를 제대로 못 걷어 목표한 세금이 안 걷히는 세수결손이 발생했다"면서 "재정이 충분한 상태면 모르겠지만, 현재 국가 경제가 이런 정책을 펼 여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세수는 기업 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감소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1조3000억원 덜 걷혔다.
성 교수는 "무리해 긴급재정지원금을 나눠주면 코로나19 정국 이후 세금이나 국가부채로 메워야 한다"면서 "이런 정책보다는 소득이 낮거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계층에 지원하는 게 의미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런 때에는 피해구제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면서 "경제적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실손 보상을 하듯이 지원해야 실효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계층만 따로 골라내느니 국민 전체에 지원금을 주는 게 맞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70% 소득 기준을 세우면 거기에 맞게 분류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며 "실제로 최근에 건강보험료 조정해달라고 기관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차라리 소득하위 70%를 기준으로 주기로 한 재정은 현재 확보가 돼 있으니 그 비용을 전국민에 공평하게 나누는 게 어떨까 싶다"면서 "소득이 높은 사람은 이렇게 얻은 비용도 재산이나 소득으로 파악해 이후 세금으로 걷어낼 수 있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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