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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배달의민족, 일단 고개는 숙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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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8 18: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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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은 기자 = "코로나19로 외식업주가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배달의민족(배민)이 수수료 인상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수수료 정책 개편을 하려다 정치권과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앞서 배민은 지난 1일 수수료 제도를 월 8만8000원 정액제 '울트라콜' 중심에서 주문 1건당 5.8%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 기반의 '오픈서비스'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정률제는 금액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달리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증가하는 구조로, 배민은 이 수수료율이 '전세계 최저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상공인들은 장사가 잘될수록 수익의 상당부분을 배달의 민족이 수수료로 떼가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대료, 인건비 등 고정 지출이 그대로인 가운데 배달앱 지출까지 늘어난다며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또 코로나 확산으로 가뜩이나 매출이 급감해 생존의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의 원성도 높아졌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소상공인을 의식한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독과점 횡포의 시작"이라고 거세게 비판하면서 무료 '공공 배달 앱'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군산시가 내놓은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 같은 앱을 제작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배민은 공식 사과와 함께 새 요금제의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발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오픈서비스 체계를 폐지할 생각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여전히 잠재적인 위험은 도사리고 있는 형국이다. 우아한형제들은 현재 국내에서 요기요, 배달통 등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말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 심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 이후 배달앱 두 회사의 서비스를 합친 시장 점유율은 90%를 훨씬 넘어 지난해 말 합병 발표 당시부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우아한형제들 측은 합병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수수료 체계 변경 논란으로 배달의 민족은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여기에 공정위도 이번 논란으로 양사 합병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예고해 합병 작업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김범준 대표가 직접 사과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비판 여론은 계속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합병을 반대한다는 여론도 86%가 넘는데다가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앱을 삭제한다', '전화로 주문한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그동안 배민은 '우리 민족'이라는 타이틀로 소비자들의 공감을 이끌며 마케팅을 해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식사부터 야식, 디저트까지 주문하면서 삶에 깊숙하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상당수 국민에게 배민이 어떤 기업으로 각인될지는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그 부분이 앞으로 배민이 해결해야할 과제다.


◎공감언론 뉴시스 lj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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