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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온라인개학 앞둔 특성화고 정상수업 불능…"원격수업 콘텐츠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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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8 19:49:06
온라인 실습 살리려다 "수업 한회 준비에 하루 썼다"
로봇, 프로그램 사줄 수 없어 "코드 하나하나 옮겨와"
EBS 콘텐츠도 직업 전공과목엔 무용지물 "쓸게 없어"
수업 85.3% 실습…"등교 후 실습 다시 해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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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한 선생님이 8일 서울 강남구 서울로봇고등학교에서 9일부터 시작되는 원격수업에 앞서 학생들과 온라인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있다. 9일 중·고교 3학년의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다. 2020.04.08. radiohead@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정현 기자 = 사상 초유의 온라인개학을 하루 앞둔 8일 서울 강남구 로봇고등학교의 4층 복도에는 드론 프로펠러 4개가 진동하는 소리로 가득했다.

드론 소리가 들리는 교실에선 벽에 띄워진 화면에는 원격수업을 듣고 있는 3학년 학생 20명이 드론 비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A(여) 교사가 진행하는 3학년 전공 교과목 '드론1' 수업 현장이었다.

A 교사가 앉은 컴퓨터 책상 옆에 뜬 드론은 사선으로 좌우로 움직이다가 교실 끝으로 날아왔다. 기자 얼굴 앞까지 다가와 몸을 피했더니 문에 부딪혀 떨어졌다. 다시 드론을 켰더니 날지 못했다. A씨가 말했다. "배터리가 없나?"

이 수업은 프로그램을 짜서 드론을 움직이게 만드는 실습이다. 드론은 왜 제멋대로 움직였을까. A 교사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둬도 밝기 등 환경에 따라 오류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류를 보고 느끼고 고치는 데 의의가 있다는 것이다.

A 교사는 학생들이 만든 프로그램에 따라 드론이 움직이는 모습을 웹캠을 통해 직접 보여주려 했다. 그는 "세 차시(수업 횟수) 수업인데 한 회차 자료 만드는데만 하루를 꼬박 썼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어떤 실수를 할까, 경우의 수를 따져서 자료를 하나하나 준비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A 교사는 수업을 지켜보던 학생들에게 "이번 학기 수업의 목표는 군집 비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습을 온라인으로 하면 어떨 거 같느냐"고 물었고, 한 학생이 "막상 직접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답했다.

2층에서는 '로봇제작' 수업을 준비하는 B(남) 교사가 컴퓨터를 켜 두고 있었다. 화면에는 프로그래밍 코드가 띄워져 있었고, 로봇이 컴퓨터에 연결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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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한 선생님이 8일 서울 강남구 서울로봇고등학교에서 원격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9일 중·고교 3학년의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다. 2020.04.08. radiohead@newsis.com
B 교사는 화상 프로그램인 줌(ZOOM)을 함께 띄워두고 있었다. 그는 "학생들에게 코드를 직접 받고, 제 컴퓨터 프로그램에 옮겨서 동작 여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실습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이 맞으면 로봇이 생각처럼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교사가 잘못된 점을 가르쳐주는 식이다.

교실에는 컴퓨터가 10대 정도 놓여 있었다. 학생들이 등교했으면 컴퓨터에 설치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쓸 도리가 없었다. 이 수업에서는 L사의 '로봇시(robotc)' 프로그램을 쓰는데,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학생들에게 프로그램을 무료로 보내 설치하게 할 수 없었다. 로봇도 마찬가지였다. 대당 70만원인데 수업을 듣는 학생은 다 합해 160명이지만 지원할 예산이 없었던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작업하고, 로봇을 여러 대 연결해서 변하는 모습을 봐야 하지만 그 과정을 B 교사가 전부 도맡아 하는 셈이다. B 교사가 고안해 낸 일종의 자구책이었다. B 교사는 "등교해서 실습할 때와 비교하면 학생들에게 5분의 1에서 10분의 1 정도의 경험밖에 줄 수 없다"고 말했다.

1층 도서관에는 학생들에게 발송할 교과서가 쌓여 있었다. 로봇고는 전교생 중 100여명이 기숙사에 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현재는 전부 자택에 머물고 있었다.

로봇고 강상욱 교장은 "학생들에게 일일이 교과서를 보내줘야 해 교사들이 주소 확인에 정신이 없다"며 "직업계고 교과서 특성상 구하기 어려운데 잘못 가면 큰일이다. 택배 비용도 전부 학교가 부담한다"고 토로했다.

교무실과 교실을 지나며 만난 교사들의 얼굴엔 피로한 흔적이 역력했다. 로봇고는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기 8일 전인 지난달 23일부터 교사들에게 온라인 수업 대비를 지시했다. 고3 담임들은 지난 6~8일 사흘 내내 수업을 준비했다.

강 교장은 "개학이 세 차례나 미뤄지면서 교무부장은 주말 없이 학교에 나와 작업했다"며 "교사들의 피로도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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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8일 서울 강남구 서울로봇고등학교 도서관에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보낼 교과서가 쌓여 있다. 9일 중·고교 3학년의 온라인 개학을 시작으로 중·고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6학년은 16일, 초등학교 1~3학년은 20일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하게 된다. 2020.04.08. radiohead@newsis.com
강 교장에게 로봇고의 한 학기 수업시간표를 건네 받아 살펴봤다. 1주일동안 실험실습이 아닌 수업은 34교시 중 5교시 밖에 없었다. 85.3%가 실습인 셈이다.

이에 교사들은 "등교한 후 실습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기술을 익혀야 하는 특성상 기기를 만지고 직접 실수를 겪어보면서 손에 익혀야 하는데 유례 없는 원격수업은 그 결과를 장담키 어렵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원격수업 콘텐츠도 이 학교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교육부가 EBS만 믿고 있는 것 같다"며 "우리 직업분야 전공과목에서는 하나도 못 쓴다"고 말했다.

강 교장은 "실습을 위한 이론을 가르치는 것과 같이 온라인으로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하고, 개학하면 본격적으로 실습을 하는 방법으로 하면 4월까지는 별 문제가 없다"며 "5월까지 넘어가면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형편이 나은 편인데 다른 곳은 어떻겠나"고 말했다. 로봇고는 산업수요 맞춤형 고등학교(마이스터고)로 직업계고 중에는 사정이 나은 축에 속한다. 

강 교장은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는 학교에 가장 보탬이 되는 것과 관련, "교육부는 대입 위주의 일반적인 대책만 내놓는다. 4월말, 5월말, 6월말까지 등교개학이 미뤄질 경우를 대비한 계획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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