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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맘대로 올린 배민…직접 제재 망설이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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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09 06:00:00
배달의민족, 공정위 M&A 심사 중 요금 인상
"민감 시기에도…절대적 시장 지위 덕분" 비판
공정거래법에 '가격 남용' 제재 조항 있음에도
공정위, 시장 가격에 직접 개입 어렵다는 입장
민간에서는 "M&A 심사 부담만 커질 것"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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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지난 6일 네이버 배달의민족 요금 인상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사진=네이버 캡처)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한 회사가 브랜드만 다르게 해서 (시장의) 99%를 점유하고 있는데, 도대체 공정거래위원회는 하는 일이 뭐냐."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요금 인상 논란과 관련해 지난 6일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한 기사에서 공감(추천)을 가장 많이 받았던 댓글이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1일 입점 외식업주에게 받는 요금 체계를 정액제 광고 중심에서 수수료제로 바꿨다가 요금 인상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요금 체계 변경 시점이 화를 키웠다. 우아한형제들은 지금 배달 앱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와의 기업 결합에 문제가 없는지 공정위로부터 심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딜리버리히어로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87%를 인수하는 데 지불하기로 한 비용은 40억 달러(약 4조9160억원)다. "공정위로부터 수조원짜리 기업 인수·합병(M&A)을 심사받는 민감한 시기에 입점 업주 요금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배달의민족이 가진 절대적인 시장 지위에서 나오는 자신감 덕분"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우아한형제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의 시장 점유율은 상당하다. 지난 2019년 11월 배달의민족 이용자 수(MAU·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기준)는 596만 명으로 요기요(206만 명)의 3배에 육박했다. 딜리버리히어로-우아한형제들 결합 시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 3개 앱 이용자 수는 1110만 명(중복 사용자 포함)으로 늘어난다.

1110만 명이라는 수치가 한국 배달 앱 시장 이용자의 98.7%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달의민족이 강력한 지위를 바탕으로 가격을 올렸다는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마침 공정위 소관 법령인 공정거래법(독점 규제와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에도 이와 관련된 조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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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현 기자 = 라이더유니온 소속 배달의민족 배달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사옥 앞에서 일방적 배달료 삭감 반대 및 지역 차별 개선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0.02.17. khkim@newsis.com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상품의 가격이나 용역의 대가를 부당하게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공정거래법 제3조의 2(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 금지)

시장 점유율이 높아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해당하는 기업(우아한형제들)이 플랫폼 기업의 고객(배달의민족 입점 업주)에게 받는 가격을 부당하게 결정(수수료제 도입을 통한 인상)했으니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 사안에 직접 개입해 우아한형제들에 가격 부당 결정 혐의에 관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아한형제들을 제재하려면 배달의민족 가격이 경쟁사 가격보다 부당하게 높아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배달의민족 수수료율(5.8%)은 2위 업체인 요기요(18.5%)보다 낮다.

그런데도 배달의민족 가격이 적정하지 않다고 처벌하려면 공정위가 적정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 공정위 심사 기준에 따르면 이 경우 최근 해당 서비스의 가격 변동·수급 상황·생산자물가지수, 해당 사업자의 수출 시장 내 가격 인상률 등이 필요하다. 상당히 복잡할 뿐만 아니라 새롭게 탄생한 배달 앱 시장에 적용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점을 공정위는 가장 곤란해 한다. 예를 들어 전기처럼 사업자가 1곳(한국전력공사)뿐이고 그 사업자의 서비스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아닌데도 섣불리 나섰다가는, 공정위가 경쟁 당국이 아니라 가격 규제 당국이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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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선례도 있다. 지난 2001년 공정위는 "조달 금리(비용)가 낮아졌는데도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할부 수수료율(가격)을 낮추지 않았다"며 비씨카드 등을 가격 부당 혐의로 제재했다가 2005년 대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 2015년에는 CGV 등 주요 영화관의 팝콘 폭리 여부를 조사했다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덮기도 했다.

공정위는 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 진행 중인 딜리버리히어로-우아한형제들 기업 결합 심사에서 시장 획정 등 필수 심사 항목 외에 새 요금 체계가 입점 업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지는 않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겠다는 계획이다. 합병 이후 '정보 독점' 현상이 생기지는 않는지도 살피기로 했다.

결국 외부의 시선은 기업 결합 심사 칼자루를 쥔 공정위의 손으로 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적정 가격 산정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배달의민족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공정위가 행정 편의주의적으로 판단한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 "대형 M&A를 불허하기에는 부담이 큰데, 허용하면 '배달의민족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공정위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짚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str8fw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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