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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휘발유 끼얹고 방화살해 61세 남편, 징역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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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23 11:41:31  |  수정 2020-04-23 11:4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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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길거리에서 아내의 몸에 불을 붙여 살해한 60대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수열)는 23일 살인·폭행 혐의로 기소된 A(61)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혐의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으며, 증거에 비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는 데 문제가 없다. 생명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전제이며, 살인은 피해 회복을 못 하는 범죄다. 결과 자체에서도 방법이 잔혹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범행 당시 살해 의도는 없었고, 딸과 둘이 들어간다는 피해자의 말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피고인 측 주장에 대해서는 "사전에 휘발유통 사진을 찍어 불을 지르겠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피해자를 죽이고 자신도 죽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있으며, 실제 휘발유통을 준비해 피해자에게 뿌리고 불을 붙였다. 현장에서 다소 우발적 요소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건 범행은 전체적으로 피고인의 범행 동기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는 결혼생활 중 고된 일상에 건강이 안 좋아졌고, 피고인의 정서적 학대로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왔다. 피고인은 피해자를 집요하게 위협하다 살해했다. 그 과정에서 이혼 요구 말고는 살해 동기를 찾기 어려워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 측은 처벌을 원하고 있고, 어머니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한 딸은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이 피해자와 죽기 위해 스스로 불을 붙였고, 뒤늦게 후회와 반성을 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9월18일 0시20분께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길거리에서 아내 B(62)씨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와 함께 있던 딸을 폭행한 혐의도 있다. 

A씨는 범행 전 성남 딸의 집에 간 B씨에게 "내가 보복할 일만 남았어" 등의 협박성 연락을 수차례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일 A씨는 미리 휘발유와 라이터를 준비했고, B씨가 딸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범행했다. 3도 화상을 입은 B씨는 결국 패혈증 쇼크로 숨졌다. 

마스크를 쓴 채 파란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선 A씨는 재판부를 향해 큰절하듯 무릎을 꿇고 수차례 고개를 숙였다.

판결이 나오자 방청석의 피해자 유족들은 흐느끼듯 울었다. 유족은 선고 뒤 법정을 나와 "뒤늦은 반성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피해자 유가족을 생각한 판결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B씨의 딸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2019년 9월18일 분당구에서 발생한 방화 살인 사건 피의자의 진상규명 및 엄벌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저의 어머니와 피의자는 2013년에 재혼한 부부관계"라며 "피의자는 물리적 폭행만 없었을 뿐 어머니에게 혼인 기간 내내 경제적, 정신적 학대와 과도한 가사노동 등의 심각한 가정폭력을 가했고, 결국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가출해 제가 사는 분당으로 오셨다"고 전했다.

 "(사건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그날 있던 일이 바로 어제 일어났던 일처럼 생생하다. 제 눈앞에서 불에 타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매일을 눈앞의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e94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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