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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온라인 공연] 남산예술센터 '파란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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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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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연극 '파란나라'. 2020.04.26. (사진 =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학생에게조차 무시당하는 기간제 교사와 CA 영화반 학생들이 꿈꾼 건 말 그대로 파란나라였다. "파란 나라를 보았니 꿈과 사랑이 가득한 / 파란 나라를 보았니 천사들이 사는 나라 / 파란 나라를 보았니 맑은 강물이 흐르는 / 파란 나라를 보았니 울타리가 없는 나라" 말이다.

특히 어떤 것으로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미명은 불량학생, 가난한 학생, 부자지만 힘이 없는 학생, 왕따 학생 심지어 모범생마저 끌어들인다.

이런 마법 같은 일이 가능한 건 전체주의라는 주문에 있다.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하지만, 파시즘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집단주의 앞에 속절없다. 집단의 힘이 곧 자신의 힘이며, 이 집단만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는 허황된 믿음으로 세운 왕국은 그처럼 굳건하다. 흰색 티셔츠와 파란 네임 카드는 이 울타리의 보증 수표다.

극단 신세계 배우들과 '뮤지컬 멘토링'에 참여 중인 고등학생 등 60명에 가까운 이들이 '파란! 파란! 파란'이라고 맹목적으로 구호를 외치는 순간은 어떤 액션 영화보다 폭력적이다. 그 위로 히틀러와 나치스 영상이 겹쳐지는 순간은 어떤 공포영화보다 섬뜩함을 선사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가 27일 오전 10시부터 30일 오후 10시까지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channel/UCeQKlCS0hnyWdlbiMq_fjiQ)을 통해 연극 '파란 나라'(작·연출 김수정)를 스트리밍한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신세계가 협업한 작품이다. 2016년 11월 16~27일 초연했고, 이듬해 11월 2~12일까지 역시 남산예술센터에서 재연했다.

극단 신세계의 김수정 연출이 1967년 4월 첫째 주,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의 큐벌리 고등학교 역사수업시간에 진행된 집단주의 실험을 바탕으로 극을 썼다.

독일 감독 데니스 간젤의 영화 '디 벨레(Die Welle)'(2008) 역시 같은 실험을 바탕으로 파시즘이 형성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보여준 수작인데, 갇혀진 극장에서 압박해오는 '파란나라'의 물리적인 충격 역시 만만치 않다. 어느새 '우리 안의 파시즘', 즉 무의식적으로 내면화된 집단주의 질서를 톺아보게 만든다.

이야기의 원심력과 구심력이 잘 조화된 작품이다.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점차 파시즘이 퍼져나가는 이야기의 원심력, 고등학생이 실제 쓰는 질펀한 용어 등 철저한 사전 조사를 통해 골격을 이루는 구심력이 균형을 이룬다. 무엇보다 현재 직면한 청소년들이 겪는 문제들을 수렴하며 집단주의의 본질로 가감 없이 직진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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