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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오늘 두그릇 팔았네요"…명동상인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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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4-29 14: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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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지난달 30일 늦은 오후, 썰렁한 서울 명동 거리를 걷다가 한 귀퉁이에 있는 식당을 찾았다. 텅 빈 매장 한켠에서 마주보고 앉아 있던 60대 남성과 여성이 기쁜 표정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손님인 줄 알았을 그들은 '기자' 명함을 받고는 이내 주저앉았다.
 
주인 정모(65)씨는 이곳에서만 11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를 묻자 "이런 일은 단언컨대 단 한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날 생태탕 두 그릇을 팔아 2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정씨는 "가게 임대료가 500만원"이라면서 "얼마 전 7~8년간 같이 일했던 주방 아주머니와 서빙 보시던 분들에게 다른 직장을 알아보라고 권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달 9일 다시 찾은 정씨의 식당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얼굴을 알아본 정씨가 "오늘은 된장찌개 두 그릇을 팔아 1만4000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는 소상공인 대출로 4000만원을 신청했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는 얘기, 집 대신 가게 다락방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는 얘기, 임대료 부담이 너무 크다며 그런 것 좀 보도해달라는 얘기 등을 쏟아냈다.
 
정씨는 "작년 9월 가게에 불이 나서 몇천만원 대출을 받아 쓴 적이 있다"면서 "그것 때문에 이번에 신청한 소상공인 대출이 절반도 안 나올까 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장사하는 이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명동에는 정씨 부부와 닮은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널려있다.

의류매장에서 일하던 박모(35)씨는 "작년 이맘때에 비하면 매출이 90% 줄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이모(67)씨는 "살려고 목욕탕을 열어두는데, 매출이 거의 없어 월세와 인건비·전기세·수도세를 합쳐 한달 2500만원 손해가 나고 있다"며 "죽지 못해 산다"고 했다.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양모(82)씨는 코로나19 여파를 묻자 맞은편의 문이 닫힌 매장들을 가리켰다. 양씨는 "저기 주인이 자식 같은 사람, 친구같은 사람인데 요새 어떻게 지내는지 얼굴도 못 보고 걱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고용부)는 지난 28일 2020년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말 상용근로자는 지난해 동월 대비 8000명이 줄었고, 임시·일용근로자는 12만4000명이 줄었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10만명 단위다. 
 
코로나19가 일으킨 여파는 비단 명동 같은 대형 상권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그 여파는 폭풍이 돼 대한민국 사회 전체를 휘감고 있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일상에 스며든 '생활방역'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진짜 필요한 건 '생활'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오늘 당장 코로나19가 종식 되더라도 수많은 시민이 잃은 일상이 바로 돌아오지 않는다. '생활'을 가능케 하는 대책이야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정부와 사회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할 화두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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