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초점] K팝 '코로나 시대' 온라인 공연도 접수...그 배경은

등록 2020.04.30 09:55:3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슈퍼엠 '비욘드 라이브' 현장. 2020.04.27.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슈퍼엠 '비욘드 라이브' 현장. 2020.04.27. (사진 = SM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K팝과 기술은 불가분의 관계다. 세계 대중음악계에서 변방으로 여겨지던 K팝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보기술(IT)이다.

K팝 아이돌 그룹의 매끈한 노래·안무·비주얼이 유튜브나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동시다발적으로 세계에 확산됐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유튜브 시대의 비틀스'로 통하기도 한다.

이처럼 K팝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세계의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 통칭)에게 자연스럽게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비대면 시대에 화두는 '온라인 공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언택트(untact·비대면) 시대'에 화두가 된 '온라인 공연'에서 K팝이 앞서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지난 26일 SM엔터테인먼트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함께 손잡고 네이버 V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한 SM 연합그룹 '슈퍼엠(SuperM)'의 라이브 콘서트 스트리밍 서비스 '슈퍼엠 – 비욘드 더 퓨처(SuperM – Beyond the Future)'는 온라인 공연의 확장성을 확인하게끔 만들었다.

기존 콘서트를 스트리밍하거나 오프라인 콘서트를 온라인으로 선보인 것이 아니다. 랜선만을 위해 만들어진 '온라인 전용 콘서트'였다. SM은 "세계 최초 온라인 맞춤형 콘서트"라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카메라 워킹과 실제 공간이 연동되는 AR 합성 기술(Live Sync Camera Walking)을 도입, 기존의 오프라인 콘서트에서 접하지 못했던 실시간 3D 그래픽이 구현됐다.

멤버들의 세밀한 표정과 구체적인 동작을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화면도 도드라졌다. '안방 1열'을 실감할 수 있었다.
 
멤버 텐의 솔로곡 '몽중몽(夢中夢)'에서는 큰 붓으로 굵은 획을 그린 수묵화 같은 배경이 펼쳐졌고, 카메라는 LED 바닥을 훑는 조감도까지 소화해냈다.

미발표곡인 루카스 솔로곡 '베이스 고 붐(Bass Go Boom)', 역시 마크의 미발표 솔로곡인 '토크 어바웃'에서는 그림과 글자 등이 튀어나오는 듯한 착시 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정점은 내면의 야수성을 이끌어 내 힘든 일을 극복하자는 가사를 담은 슈퍼엠의 미발표 신곡 '호랑이'였다. 멤버들이 철창 안에 갇힌 채 시작했는데, 이내 철창이 무너져 내리더니 사라져버렸다. 영상 효과였던 것이다. 곡 끝에서는 호랑이가 무대 양쪽에서 쏜살같이 달려나가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방방콘'. 2020.04.20.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방탄소년단 '방방콘'. 2020.04.20.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미국의 문화 매거진 '버라이어티(Variety)'는 슈퍼엠 온라인 콘서트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콘서트가 취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디지털 경험으로 수용했다고 봤다.

또 "다양한 국가의 팬들과도 일대일 소통을 통해 직접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다정해보였다"면서 기술적인 부분과 인터랙티브 소통에 주목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최소 3만3000원짜리 관람권을 사야 했음에도 세계 109개국에서 7만5000명이 동시 관람했다. 매출은 최소 24억여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SM이 네이버와 협업한 '비욘드 라이브'가 온라인 유료 공연이 돌파구가 될 지 기대를 모은다. 내달 3일에는 중국그룹 '웨이션브이(WayV)'가 '비욘드 라이브' 공연의 열기를 이어 받는다. 같은 달 10일에는 엔시티 드림(NCT DREAM)', 17일에는 엔시티 127(NCT 127)'이 콘서트를 펼친다.

방탄소년단도 온라인 공연을 통해 영향력을 과시했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8일과 19일 각각 12시간씩 유튜브 공식 채널 '방탄TV(BANGTANTV)'를 통해 무료 공개한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방방콘)는 조회수 5059만 건을 기록했다.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224만 명을 훌쩍 넘겼다.

'방방콘'의 제목 그대로 세계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들은 각자의 방에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즐겼다. 방탄소년단은 2014년 콘서트부터 2018년 팬미팅까지 기존 콘서트와 팬미팅에서 보여준 공연 실황을 묶어, 한 콘서트처럼 꾸몄다.

무엇보다 이번 '방방콘'에서 주목할 점은 단순 공연 시청을 넘어 세계 아미를 하나로 모으며 새로운 관람 문화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빅히트는 자사의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응원봉인 '아미밤'을 연결해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위버스에서 방방콘을 감상 시 블루투스 모드로 아미밤을 연결하면 영상의 오디오 신호에 따라 아미밤의 색깔이 달라지는 기술을 적용해, 팬들이 마치 한곳에 모여 함께 응원하는 기분을 느끼도록 만들었다.

빅히트에 따르면, 이틀간 세계 162개 지역에서 약 50만개의 아미밤이 연동됐다.

유튜브 '방탄TV'는 물론 소셜미디어와 위버스에서도 방탄소년단을 응원하는 실시간 댓글이 쉴 새 없이 쏟아졌다. 슈퍼엠의 온라인 공연 역시 각자 소유하고 있는 응원봉이 연동돼 하트를 보낼 수도 있었고 끊임없이 실시간 댓글로 공연 소감을 나눴다. 

◇온라인 팬 커뮤니티도 확장

[서울=뉴시스] 위버스. 2020.04.20.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위버스. 2020.04.20. (사진 =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email protected]

IT의 발달은 K팝 팬덤의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도 다채롭게 바꾸고 있다. 방탄소년단을 보유한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위버스'가 대표적인 팬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가수들의 일정을 쉽게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편리함 등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위버스를 통해서만 공개하는 특별 콘텐츠도 있다. 작년 11월 방탄소년단의 자체 여행 프로그램 '본보야지' 시즌 4를 위버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전까지 이 시리즈는 네이버 V앱 채널로 공개됐었다.

방탄소년단이 5월12일 선보이는 새 다큐 시리즈인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다큐 시리즈(BREAK THE SILENCE: DOCU-SERIES)'도 위버스를 통해 공개한다.

위버스는 방방콘의 아미밤을 비롯 오프라인과 연동된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는 티켓 매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지만, 커머스 플랫폼 '위버스숍'을 통해 MD를 선주문한 덕분에 줄을 서지 않을 수 있었다. 위버스를 통해 푸드존의 대기 시간을 확인하며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앞서 윤석준 빅히트 공동 대표는 위버스와 위버스숍에 대해 '음악 산업의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 within the music industry)라고 정의했다. 방탄소년단과 이 팀의 후배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그리고 지난해 빅히트 레이블로 편입된 쏘스뮤직 소속 그룹 '여자친구'가 이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빅히트 외에 타 소속사 팀도 위버스에 입점했다는 것이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 '세븐틴'이다. 빅히트와 위버스의 영향력이 점차 넓어지고 있음이 확인된 순간이다.

최근 미국 경제 전문매체 '패스트 컴퍼니(Fast Company)'는 빅히트를 '2020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 명단에 스냅,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에 이어 4위에 올리면서 '위버스'와 '위버스숍'에 주목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에서 보듯 충성도 높은 팬들은 해당 팀을 세계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가수로 만드는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스타와 팬만이 공유할 수 있는 독자적 플랫폼은 이들 사이를 '끈끈한 공동체'로 만드는데 중요하다.

SM과 네이버도 글로벌 멤버십 커뮤니티인 '팬십(Fanship)' 플랫폼의 글로벌 시장 확대에 함께 나선다. '팬십'은 네이버가 지난해 시작한 유료 가입 팬클럽 커뮤니티다.

스타들이 자신의 팬클럽을 직접 관리할 수 있다. 팬들을 위한 전용 콘텐츠를 공개할 수 있고, 팬들이 어떤 활동을 하고 콘텐츠를 얼마나 이용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이미 여러 가수뿐 아니라 배우들도 팬십을 활용 중이다. 네이버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SM 가수들과 협력, 해외 팬 시장을 더욱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도 오프라인 콘서트

[서울=뉴시스] 슈퍼엠 '비욘드 더 퓨처' 중 텐의 솔로곡 '몽중몽(夢中夢)' 장면. 2020.04.26. (사진 = 네이버 V라이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슈퍼엠 '비욘드 더 퓨처' 중 텐의 솔로곡 '몽중몽(夢中夢)' 장면. 2020.04.26. (사진 = 네이버 V라이브 캡처) [email protected]

온라인이 K팝이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도움을 줬다면 오프라인 콘서트는 K팝이 현지에서 영향략을 확인하고 팬덤을 공고하게 만드는데 강력하게 힘을 실어줬다.

화려한 군무와 특수효과, 팬서비스 등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충성도를 강력하게 만들었다. 유명하지 않은 K팝 팀들도 자신들의 기획 역량 등에 따라 해외 곳곳에서 공연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타격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당초 4월 11일과 12일, 18일과 19일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새 월드투어 '맵 오브 더 솔(MAP OF THE SOUL)'을 북미, 유럽, 일본 등에서 이어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재조정하기로 했다. 작년 말 북미 투어를 성료한 슈퍼엠은 최근 일본에서 예정됐던 도쿄돔 콘서트를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안정세를 보이면, K팝 가요 기획사들은 오프라인에 다시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시대에 온라인은 분명 효과적인 플랫폼이지만 오프라인 공연의 현장감과 일체감 그리고 연대, 현지 미디어의 주목, 문화적 유대감, 새로운 팬덤 형성 등에서 갈증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글로벌 음악시장이 공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도 하다. MZ세대는 IT 기술에 익숙한 동시에 자신만의 체험을 중요시한다. 이에 따라 인기 팝스타들의 공연표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방탄소년단, 슈퍼엠 같은 글로벌 K팝 스타가 거기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온라인 맞춤형 콘서트는 코로나19 안정화 등 시대 변화의 속도에 따라 오프라인 콘서트의 보조 수단으로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SM을 중심으로 K팝계는 홀로그램 콘텐츠, 대규모 볼륨메트릭 캡처 기술과 상호작용콘텐츠, 증강현실(AR) 기술을 접목한 K팝 스토리텔링, 360도 무대 등 오프라인에서 사용할 '컬처 테크놀로지'(CT·문화기술) 연구에 한창이다.

9월26일 서울에서 SM이 주관하고 이수만 대표 프로듀서가 총괄 지휘하는 세계 최대 자선 공연 '글로벌 골 라이브: 더 파서블 드림(Global Goal Live: The Possible Dream)'도 관심사다.

'갈등하는 케이, 팝'을 쓴 K팝 전문가인 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이 어려운데 온라인 공연은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볼 수 있어 접근성이 좋다"면서도 "공연장을 찾았을 때 팬들이 느끼는 일체감, 연대감 등 오프라인이 주는 에너지와 현장감은 대체할 수 없다"고 봤다.

"슈퍼엠의 온라인 콘서트에서 거대한 콜로세움과 응원봉 물결을 AR로 표현한 것처럼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프라인에서 느낄 수 있는 즐거움에 가깝게 가기 위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거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