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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온라인 공연]수어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등록 2020.05.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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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까지 네이버TV 세종문화회관 채널서 무료 공개

[서울=뉴시스]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2020.05.03.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2020.05.03. (사진 = 세종문화회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예상치 못한 위기의 상황에서 진경을 보는 경우가 있다.

극단 '핸드스피크'의 수어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이 그렇다. 한국어 대신 수어(手語·수화)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농인배우 6명과 청각장애가 없는 일반인을 가리키는 청인 5명이 어울린 공연은 영상을 통해서도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됐다.

지난달 28일 세종문화회관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 공연 '힘내라 콘서트('힘콘')를 통해 선보였는데 당시 9438뷰, 5391번 좋아요를 기록했다. 

오는 31일까지 네이버TV 세종문화회관 채널을 통해 무료로 볼 수 있어 놓치기가 아쉽다. 핸드스피크의 창작 수어 연극으로 수어와 음성이 동시에 보여진다.

작품은 1장 '주인 없음', 2장 '달빛도망'으로 구성됐다. '주인 없음'은 주인 없는 땅을 사이에 둔 '묶은 머리 나라'와 '풀은 머리 나라'의 갈등을 그린다. 우리 한반도의 남북이 자연스레 연상된다.

새 한 마리를 쫓던 풀은 머리 나라 소년은 묶은 머리 나라로 건너가 소녀를 만난다. 두 사람은 각 나라의 왕자와 공주다. 둘은 서로 첫 눈에 반한다. 하지만 양쪽 부모들의 반대는 이어지고 결국 전쟁을 벌인다. 젊은 남녀는 서로를 베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른다. '다음 생에 다시 만나면 손잡고 길이나 한번 걷자'는 절규가 가슴을 찌른다. 

[서울=뉴시스]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중 1장 '주인 없음'. 2020.05.03. (사진 = 네이버TV 세종문화회관 채널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중 1장 '주인 없음'. 2020.05.03. (사진 = 네이버TV 세종문화회관 채널 캡처) [email protected]

달빛도망은 적군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리를 다친 소녀 때문에 도망이 지체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그린다. 급박한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이기심이 안타까운 여운을 남긴다.

두 작품 모두 미장센이 아름답다. '주인없음'은 부채, '달빛도망'은 우산을 주요 오브제로 사용한다. 두 소품은 다양한 장치로 변화하며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부채가 새를 상징하는 장면은 아름답다. 음악 사용도 좋다. 현악기 위주의 선율을 '주인없음'은 간절하게, '달빛도망'은 긴박하게 사용했다.

핸드스피크는 청각장애와 농인의 사회적 활동을 돕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번 공연은 취소됐으나,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세종문화회관의 도움으로 온라인을 통해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 화면에 정부 당국자와 수어 통역자가 동등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시대다. 예전에 수어 통역자 는 소외됐다. 화면 오른쪽 아래 모퉁이에 겨우 내준 자리를 동그랗게 차지했을 뿐이다. 이렇게 조금씩 발전해나간다. 연극, 온라인,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순간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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