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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왕따 주동한 고교생…법원 "그 부모도 책임있다"

등록 2020.05.02 05:01:00수정 2020.05.02 07: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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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친구끼리 비아냥·침뱉기 등 괴롭힘

학급 교체 처분 후에도 수시로 찾아와

피해 학생, 엄마와 심리검사·상담치료

"재산상·정신적 손해 배상 책임 져야"

"부모에겐 자녀 훈육 소홀히 한 책임"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학교에서 친구를 괴롭히며 집단 따돌림을 주도한 학생의 부모에게도 그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법원은 자녀를 잘못 가르치고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부모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봤다.

2일 법원에 따르면 10대 고교생 A와 B는 지난 2018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같은 반이 된 사이다. 조별 수업에서 조장을 도맡고, 학내 선도반도 할 정도로 주도적으로 활동하던 A는 그런데, 어느날부터 B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반 친구들에게 B를 가리키며 "쟤가 따(왕따)"라고 말하며 비웃는가 하면, 수시로 비아냥에 "병X"이라는 욕설, 외모를 동물에 비유하는 놀림 등이 이어졌다. 뒷자리에서 악기로 B의 뒤통수를 찌르고 침을 뱉기도 했다.

B의 요청으로 열린 학교폭력심의위원회에서는 학급교체 처분이 내려졌다. 위원 7명 중 4명이 폭력의 심각성이 높다고 봤고, 6명이 고의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화해 정도는 5명이 낮다고 봤다.

그러나 A가 반을 옮긴 이후에도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수시로 이전 반을 찾아왔고, 2학년으로 진급한 후에도 빈번하게 B의 반에 찾아오기도 했다. 학급교체의 목적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항의하는 B와 시비가 붙어 주의를 받는 일도 있었다.

A의 따돌림 주도 행위로 우울감과 절망감이 깊어진 B는 병원 및 상담심리연구소에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았다. B의 어머니까지 심리검사 및 상담을 받기도 했다.

B 측은 이에 "A가 학교폭력을 행사했고, 학폭위의 처분에도 B에게 지속적으로 학교폭력 행사한 것은 민법 제750조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불법행위이며 그로 인해 재산상,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어 "A의 부모 역시 학교폭력에 관한 불법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감독의무를 부담하고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며 "A와 함께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B가 A를 모욕 혐의로 형사 고소한 사건에서는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단독 유영일 판사는 "미성년자인 A의 부모들은 친권자로서 자녀가 학교생활 중 저지른 가해행위의 성격과 지속성에 비추어 이에 대한 훈육 및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보고 B에게 2077여만원, B의 부모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유 판사는 "A의 행동은 B의 인격과 명예, 감정을 훼손한 위법행위"라며 "B를 교우관계 함께할 수 없는 사람으로 평가하거나 그러한 인식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을 해 고립을 두려워하는 B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고 봤다.

특히 "A의 부모들은 학폭위에 직접 참석해 사건의 경과를 진술하고 알고 있었음에도 A가 학급교체 처분의 취지를 충실히 따르지 않는 것을 방치한 점에서도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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