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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10년 만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추천작…'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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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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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톰보이' 중 '로레/미카엘' 역의 조 허란(사진=영화특별시SMC 제공)2020.05.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정적으로 보이는 흐름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 내는 건 셀린 시아마만의 특기가 아닐까.

영화 '톰보이'는 평범한 일상을 비춘다. 하지만 이를 보는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쥔 채 몰입하게 된다.

짧은 머리에 남자아이 같은 차림새를 고집하는 여자아이 '로레'(조 허란)는 잦은 이사를 다닌다. 남자 같은 외향을 지향하고 남자아이들과만 어울려 노는 로레에 대해 그의 어머니는 늘 걱정이다.

'로레'는 이사를 가 처음 마주친 여자아이 '리사'(진 디슨)에게 자신의 이름을 '마키엘'이라고 소개한다. 미카엘은 프랑스에서 남녀 모두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중성적인 이름이다. 외향만으로는 남자아이 같은 모습에 리사를 포함한 그의 새 친구들은 그를 남자로 알게 된다.

물론 '로레'도 남자처럼 행동한다. 그는 남자아이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싸움 실력을 자랑(?)하며 축구 실력 또한 보통의 남자아이들보다 외려 뛰어나다. 바닥에 침을 뱉는 것과 같이 남자아이들이 자주하는 행동을 따라하고, 수영하러 갈 때는 원피스형 수영복을 잘라 만든 삼각 수영복 안에 지점토로 만든 남성 성기를 넣어 입고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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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톰보이' 중 '로레/미카엘', '리사' 역의 조 허란(왼쪽)과 진 디슨(사진=영화특별시SMC 제공)2020.05.08 photo@newsis.com

영화는 제목부터 절묘하고 적절하다. '톰보이'(Tomboy)는 남성스럽거나 중성적인 여성, 특히 활달한 10대의 여자아이를 지칭할 때 쓰인다.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인 '톰(Tom)'에 소년을 뜻하는 '보이(Boy)'를 합성한 단어다. 성적 지향이나 성정체성과는 관계없이 겉으로 드러나는 여자아이의 이미지를 뜻한다.

영화에서 '로레'는 표면적으로는 남성이 되고 싶고 여성을 좋아하는 아이로 그려진다. 하지만 셀린 시아마 감독은 그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그가 정말 남자가 되고 싶은 건지, 여자만 좋아하는 건지 관객은 영화를 통해 확신할 수 없다.

이를 통해 시아마 감독은 관객에게 성 관념, 성정체성, 성적 지향의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지점을 제시한다. 과잉이나 과함 없이, 그러면서 일반화시키거나 규정짓지 않아,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고민해 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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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톰보이' 중 '로레/미카엘', '리사' 역의 조 허란(왼쪽)과 진 디슨(사진=영화특별시SMC 제공)2020.05.08 photo@newsis.com
또 영화의 특기할 만한 점은 '로레'의 '다른' 생각과 이로 인한 '다른' 행동을 담담하면서도 차분하게 담아냈다는 점이다. '다름'에 대해 다수의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영화들이 주인공들을 고뢰워하고 번뇌하는 존재로 그려내곤 했다. '톰보이'는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로레'가 느꼈을 고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물론 이 역시 시아마 감독의 전매특허다.

인물 각각이 지니는 상징성이 뚜렷하다는 점도 이 영화를 높게 평가하게 한다. 영화에 나오는 어떤 등장인물도 버릴 것이 없다. 영화의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이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분류의 사람들을 축소해 보여준다.

'로레'의 엄마는 '(남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싶지만,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혹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미숙한 사람을 상징한다. '로레'의 동생 '잔'은 '다른 사람들'을 그 사람 자체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와 순전한 내면의 교류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대표한다.

'로레'의 친구인 남자아이들은, 다수가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보지 못했기에, 낯설어서, 그냥 싫어서 '다른 사람들'을 밀어내는 군상일 것이다.

'리사'의 역할은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핵심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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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톰보이' 중 동생 '잔', '로레/미카엘' 역의 말론 레바나(왼쪽)와 조 허란(사진=영화특별시SMC 제공)2020.05.08 photo@newsis.com
셀린 시아마 감독은 소녀 간의 첫사랑 이야기를 다룬 장편 데뷔작 '워터 릴리스'(2007)로 바로 제60회 칸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후 2011년에 '톰보이'로 제61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테디심사위원상을 수상했고, 2014년 '걸후드'로 제67회 칸영화제 퀴어종려상을 받았다. 최신작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지난해 열린 제72회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거머쥔 바 있다.

10년 전이지만 소수자들에게 훨씬 더 관대한 유럽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한국에는 그곳보다 훨씬 더 많은 로레의 '남사친'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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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톰보이' 포스터(사진=블루라벨픽쳐스 제공)2020.04.13 photo@newsis.com
감성적이지만 감상적으로 그려내지 않았다. 교묘하지 않게 정면으로 그려냈다. 걸작까진 아니더라도 충분히 수작이라 할 만하다.

이 영화는 영화의 소재나 주제 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만하고, '노잼'이라고 치부되기 십상이다. 일부 마니아들만 보고 마는 그런 영화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92분, 12세 관람가, 5월14일 개봉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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