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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정환 교수 "사포그릴레이트, 노인 당뇨환자의 심혈관 예방에 최적"

등록 2020.05.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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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 "아스피린의 대안"

당뇨병 및 말초동맥질환자의 심혈관 질환 1차 예방에 항혈소판제 적극 고려돼야

항혈소판 효과 외에도 파행증상 개선 등 부가적 효과 기대

다양한 임상연구 진행 중

[서울=뉴시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

[서울=뉴시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

[서울=뉴시스] 송연주 기자 = "사포그릴레이트는 노인 당뇨병 환자 등 심혈관계 질환 고위험군의 1차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대체할 최적의 대안이다."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정환 교수는 최근 사포그릴레이트의 가치를 조명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대웅제약이 지난 2015년 5월 출시한 '안플원'이 출시 5주년을 맞으면서, 항혈소판제인 사포그릴레이트가 재조명되고 있다. '안플원 서방정'은 사포그릴레이트를 주성분으로 한 제품이다. 출시 3년 만에 블록버스터로 등극한 후, 800억원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사포그릴레이트는 세로토닌에 의해 유발되는 혈소판 응집·혈전 형성·혈관 수축을 억제한다. 세로토닌 수치 증가는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 진행의 위험을 높이는데, 사포그릴레이트는 이를 억제할 수 있다.

당뇨병 치료에서 심혈관계 질환 예방은 오랫동안 궁극적인 치료 목적이 돼 왔다. 당뇨병 환자의 대표 사망원인 중 하나가 뇌졸중·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심혈관 질환 예방에 1순위로 꼽혀온 약은 아스피린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미국 FDA가 심장마비나 뇌졸중 병력이 없는 사람이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면서, 상황은 변했다. FDA는 병력이 없는 사람이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출혈 위험이 높아져, 복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는 "아스피린은 혈소판에 비가역적으로 결합하는데, 이는 출혈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이런 특성으로 심혈관계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당뇨병 환자나 출혈 위험이 높은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선 아스피린의 예방 효과가 반감되고 출혈위험은 부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스타틴은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입증해 가장 많이 쓰이지만, 이 약 역시 당뇨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박 교수는 "출혈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면 항혈소판제도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계 1차 예방에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대표적인 약제는 사포그릴레이트, 실로스타졸, 클로피도그렐"이라고 제시했다.

특히 사포그릴레이트는 출혈 위험과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으면서 파행 증상을 개선할 수 있어 이상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사포그릴레이트는 항혈소판 효과 외에도 당뇨병 환자의 말초동맥질환이나 말초신경병증 혹은 당뇨병성 콩팥병증 등에서 다양한 부가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어 당뇨병 환자의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항혈소판 약제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말초동맥질환자와 당뇨병 환자는 걷거나 운동할 때, 잠을 잘 때 일명 ‘다리에 쥐 나는’ 파행 증상으로 고통 받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환자들의 일상생활 유지를 위해 항혈소판 효과뿐 아니라 증상 개선도 필요한데, 아스피린과 클로피도그렐은 증상 개선 효과가 거의 없다"며 "사포그릴레이트는 혈관의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 수축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말초동맥질환 환자에서 항혈소판 효과와 함께 파행 증상을 개선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고령의 당뇨병 및 말초동맥질환 환자에서 사포그릴레이트의 이점은 더욱 부각된다.

박 교수는 "세로토닌 수치가 높은 대표적인 질환이 당뇨병과 말초동맥질환"이라며 "65세 이상에선 10명 중 3명이 당뇨병 유병자일 정도로 노인 당뇨병 환자가 많다. 이들은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높지만 출혈위험 때문에 아스피린을 쓰기 어려워, 사포그릴레이트가 좋은 대안이다. 당뇨병 환자의 약 50%에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가 건강보험을 적용받기 위해선 말초동맥질환 증상이 동반돼야 하므로 주로 노인 당뇨병 환자 중 손발이 차갑거나 손발 저림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에 당뇨병 치료제와 병용 처방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서방정은 하루 3번 복용해야 했던 기존 약을 하루 1번으로 줄여 편의성과 복약순응도를 높인다.

단, 기존에 심혈관계 질환 병력을 가진 환자에 대한 2차 예방에선 아스피린을 뛰어넘는 약제는 없다고 피력했다.

기존 사포그릴레이트 임상연구에 대한 아쉬운 점도 있다. 사포그릴레이트는 임상시험을 통해 항혈소판 효과뿐 아니라 ▲죽상동맥경화증의 억제 ▲적혈구 변형능력 개선 ▲당뇨병 환자에서의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단백뇨 개선 등을 입증했지만, 규모 있는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 연구는 아니다.

 그는 "아스피린 등 기존 항혈소판제 만큼의 대규모 RCT 자료가 없는 것은 사포그릴레이트의 제한점"이라며 "심혈관계 고위험군의 1차 예방을 위해 쓸 만한 항혈소판제가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규모 있는 근거가 나온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현재 아스피린+클로피도그렐 병용과 아스피린+사포그릴레이트 병용의 비열등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등 2차 예방 목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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