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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현대차 손잡는데...LG화학-SK이노는 아직도 전쟁 중

등록 2020.05.15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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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삼성-현대차 손잡는데...LG화학-SK이노는 아직도 전쟁 중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법적 분쟁이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가뜩이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적 출혈이 심해지고 있어 주변 우려는 더욱 커져만 간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월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예비결정을 내리자 SK이노베이션 측은 "LG화학과는 선의의 경쟁 관계이지만, 산업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합의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LG화학도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고 했다. 업계 안팎에선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측과 합의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은 아직 없다.

올해 두 회사가 처한 경영 위기는 엄중하다.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으로 불요 불급한 사안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분기 1조775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 '어닝쇼크(실적 충격)'는 물론 창사(1962년)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극심한 수요부진과 국제유가 폭락, 정제마진 악화 등이 맞물린 결과로 2분기도 영업손실이 확실시된다.

LG화학은 1분기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란 악재를 맞았다. LG폴리머스 공장에서 스티렌 가스 누출로 인근 주민 12명이 사망하고, 수천여 명이 건강 이상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사고 후 현지 주민들은 공장 폐쇄 등을 요구했으며 당국도 환경 규정 위반 사실이 적발될 경우 공장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인도 현지 피해 주민과 환경단체의 소송이 제기될 경우 상당 기간 민·형사 재판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두 회사가 위중한 경제현실 속에서도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는 동안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 총수는 이 둘을 외면한 채 삼성을 찾았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13일 충남 천안의 삼성SDI 배터리 공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전고체(全固體) 배터리 개발 현황과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삼성 배터리를 전혀 쓰지 않았다. 현재 현대차 전동화 모델에는 LG화학 배터리가, 기아차 전동화 차량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주로 사용된다. 때문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끝없는 공방전이 현대차의 방향전환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유럽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및 전기차 배터리 시장 투자 등으로 2025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공급 과잉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고객 확보가 시장 선점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란 이야기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서 국내 업체의 입지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SNE리서치는 올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는 LG화학이지만 10년 뒤에는 중국 업체에 선두를 내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고체 전지 기술은 대체로 일본에 비해 3~5년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일본 업체에 더해 아우디, 볼보 등 유럽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10년간 1450억유로를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글로벌 경쟁사의 공세가 거세지만 한국기업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 협력은 LG와 SK의 배터리 전쟁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유럽연합(EU)이 아시아 기업들이 선점한 배터리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기 위해 지역 간 파트너십, 민관 합동 컨소시엄 구성 등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인 것과 대비된다.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선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서 핵심소재 연구·개발(R&D), 제조와 사용 및 재활용까지 자급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공동 연구개발 및 펀드 조성 등 서로 손잡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가슴에 새길 때다. 두 회사의 싸움 장기화는 단순히 둘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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