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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성용 감독 "대구시립무용단, 모다페 대미 장식 희망될 것"

등록 2020.05.17 16: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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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겨내고 이후의 무용 구상

28·2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모다페 초이스 #2'

[서울=뉴시스] 김성용 예술감독. 2020.05.17 (사진= 대구시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성용 예술감독. 2020.05.17 (사진= 대구시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대구시립무용단은 대구를 알리는 역할, 나아가 우리나라를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예술이라는 것을 1, 2등으로 나누는 것은 말이 안 되고, 이번에 중앙(서울)에서 저희가 확실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큰 희망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대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관련 잠시 암흑이었다가 희망의 도시가 됐다. 어둠 아래 속 불안과 우울을 연대와 인내로 이겨내고 있고, 그 절박한 기록이 다양한 형식으로 새겨지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현대무용협회(회장 이해준 한양대 교수)가 대학로 일대에서 펼치고 있는 '제39회 국제현대무용제'(2020 International Modern Dance Festival·모다페 2020)의 폐막작을 대구시립무용단이 맡은 것이 증거다.

김성용(44)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이끄는 대구시립무용단이 오는 28·2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치는 '모다페 초이스(MODAFE Choice) #2'로 이번 모다페의 대단원을 장식한다.

그간 대구시립무용단 정기공연에서 선보이며 호평을 들은 '군중', '트리플 빌' 중 '더 기프트', 'DCDC', '더 카'의 하이라이트 부분, 그리고 신작 '더 신 앤드 롱 메시지(The thin and long message)', '비(Be)'까지 총 여섯 작품을 옴니버스식으로 선보인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김 예술감독은 깜깜했던 지난 3~4월의 대구를 돌아봤다. "길거리에 사람도 거의 없고, 방호복을 입고 다니는 분들이 계시니, 정말 낯선 풍경이었죠."

무용단은 약 3주 전에야 조심조심 모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약 2개월 동안 재택에서 자가격리를 하며 소통했다. 스마트폰용 소셜 메신저로 '댄스 챌린지'를 하며 몸 풀기와 트레이닝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여러 대화와 각자 동영상 촬영으로 신작 시뮬레이션도 병행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더 신 앤드 롱 메시지'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미국의 모더니즘 작곡가 찰스 아이브스(1874~1954)의 곡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김 감독은 아이브스의 곡과 현대무용의 본질이 만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의 곡을 몸이라는 악기로 표현을 했다. 사실 미국에서 대구시립무용단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구상한 작품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공연 역시 잠정 미뤄진 상황이다.
 
[서울=뉴시스] 제76회 정기공연' 더 카(The Car)'. 2020.05.17 (사진= 대구시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제76회 정기공연' 더 카(The Car)'. 2020.05.17 (사진= 대구시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존재'에 대해 묻는 '비'는 수직선과 수평선의 철학을 회화로 구현한 추상화가의 거장 몬드리안의 그림들을 무대 위로 옮기고자 했다.

"작년에 (자동차가 무대 위로 올라온) '더 카' 작업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미술 세트 같은 무대를 관객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좋은 작품은 예상치 못하게 시대를 통찰한다. 작년 말에 공연한 '더 카'에서는 무용수들이 검정색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의도치 않았지만 지금을 은유할 수 있게 됐다.

'비'도 결국 삶의 본질을 염두에 둔 작품이다. 비'는 애초 지난 3월 초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6월로 미뤄졌다. 하지만 6월 공연도 힘들어지면서 영화로 만들어 8월 상영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무용수들의 포지션을 변화시키는 실험적인 동선으로, 몬드리안 그림의 분위기를 재현하고 싶었죠. 30명의 무용수들이 좌우로 움직이는 것은 사회 질서, 앞뒤로 움직이는 것은 개인적인 삶을 뜻해요. 음악은 미니멀하고요. (목표물을 직접 볼 수 없는 참호나 잠수함 따위에서 쓰는 반사식 망원경인) 잠망경(潛望鏡)을 떠올리면서 만든 작품이기도 해요."

코로나19 이후의 무용에 대해 고민하게 된 김 감독은 오는 9월에는 야외에서 거리두기를 염두에 둔 기획공연도 구상하고 있다. "공무원 지망생들이 운동장에서 거리를 두고 시험을 보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 중인 김 감독이다. "현실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런 방법도 있고, 저런 방법도 있고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저희 무용단은 여러 고민을 하며 대구 시민과 우리나라 국민을 만족시켜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간 외교까지 맡아야 하거든요."

대구시립무용단은 1981년 창단한 국내 최초의 국공립 현대무용단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은 국립현대무용단은 2010년 창단했다. 또 대구시립무용단은 유일하게 상임단원을 두고 월급제를 시행하는 국공립 현대무용단이기도 하다. 국립현대무용단은 시즌 단원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 19 시대에 상당수가 프리랜서인 예술가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더 책임감을 느끼는 이유다. 2017년 말 2년 임기로 부임해, 작년 말 연임한 김 감독은 "계속 함께 하면서 기계적인 관계가 아니라 인간적인 정서를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무용단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제74회정기공연 '더 기프트(The gift)'. 2020.05.17 (사진= 대구시립무용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제74회정기공연 '더 기프트(The gift)'. 2020.05.17 (사진= 대구시립무용단 제공) [email protected]

무용단에는 스물세살부터 '선생님'이라 불리는 마흔아홉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무용수들이 속해 있다. 이스라엘 명문 '키부츠현대무용단' 출신의 이탈리아 댄서도 속해 있다. "해외의 수많은 명문 무용단에서 몸 담았던 분들이 저희 무용단에 지원해요. 국공립인 만큼 안정적이고, 무용단 수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무용계 젊은 예술감독으로 각광 받는 김 감독의 이력은 화려하다. 1997년 최연소로 동아 콩쿠르 금상을 수상했고 서울무용제 대상 등 다양한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대구 출신인 그는 중3때 무용을 시작, 경북예고를 거치면서 대구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꿈 꿨다. 재수 끝에 예술감독으로 발탁됐고, 무용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1000석의 공연장을 채우는 작품도 선보였다.

어릴 때 불량 학생이었는데 무용이 자신을 바꿨다고 고백한 김 감독은 얼마 전 아들을 얻었는데 무용을 시키고 싶다고 할 만큼 무용 자체에 대해 만족도도 크다. "제 삶이 바뀌었고, 질적으로도 좋아요."

하지만 주변 때문에 힘든 시절은 물론 있었다. 엄격한 상하 관계로 공황장애를 앓기도 한 그는 '보이지 않는 폭력'을 소재로 한 작품 '린치(LYNCH)'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제가 선보인 작품들은 특정 상황들이 제 안으로 들어와서 표현된 거였어요. 제 몸에 남아 있던 것이 무용 언어로 변화된 거죠. 우리 사회를 할퀸 코로나19도 그렇게 표현에 포함이 되겠죠."
 
김 감독은 무용이 정치, 사회 등의 변화에 흐름에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니 무용도 사회 구성원에게 영향이 간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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