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인터뷰]이철우 경북지사 "신속 과감한 방역전략으로 코로나19 극복하고 있다"

등록 2020.05.20 17:37:57수정 2020.05.20 17:55:2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경북 '코로나 사태' 3개월 이철우 지사 서면 인터뷰

"코로나 전담병원에 적절한 보상할 것"

"감염병 대응 매뉴얼 개발하고 백서 내겠다"

"특별행정명령 없었다면 소상공인 지원 큰 혼란 있었을 것"

"코로나19 이후 거시적 관점에서 원격의료 도입 서둘러야"

[안동=뉴시스] 이철우 경북도지사. (사진=경북도 제공) 2020.05.20

[안동=뉴시스] 이철우 경북도지사. (사진=경북도 제공) 2020.05.20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지난 2월 19일 경북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처음 발생한 이후 20일로 3개월이 지났다. 초기 급증하는 환자에 대처하기 위해 큰 홍역을 치렀으나 현재는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의 감염확산을 막고, 갑자기 닥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사투 현장을 진두지휘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위기극복 과정과 앞으로의 대책을 들어보았다. 이 지사와의 인터뷰는 서면으로 이뤄졌다. [편집자 주] 

- 경북도청 간부들은 이 지사의 통 큰 결단이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을 막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혼란을 적게 했다고 입을 모은다. 환자 수용을 위해 도립의료원들을 통째로 비운 것, 집단시설에 대한 전격적인 코호트 격리 등이 그 예다. 도립의료원을 통째로 비우는 것에 대해서는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안다.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게 됐고 이후 불만에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감염병은 환자의 신속한 선별과 격리로 2차감염을 막는 게 관건이다. 환자 발생 후 가장 서두른 일이 병상확보였다. 2월 말 의료원 3곳과 적십자병원 2곳, 동국대 경주병원의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비워 963병상을 확보했다. 의료원이 있는 지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그곳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분들이 퇴원을 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옮겨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국가적 위기에서 공공병원이 앞장설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결단을 내렸다. 이 조치로 3월초 하루 환자가 100명 이상 발생하는 절박한 상황이 있었지만 병상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위기를 넘겼다. 우려와 달리 전담병원 지역의 감염이나 의료진 감염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 조치로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해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고 정체성을 더 분명히 하게 됐다고 본다. 전담병원 운영으로 난 손실과 노고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을 할 예정이다."

- 집단복지시설에 대한 전격적인 코호트 격리도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고 인력 관리와 비용 측면에서 무리하게 시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았다. 이 조치를 하게 된 배경과 어려웠던 점,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코로나19 초기 환자의 70% 이상이 집단감염이었고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었다. 이런 긴급 상황에서 감염의 원천차단을 위해서는 예방적 코호트 격리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3월 9일부터 2주간 564곳에 대해 전격 단행했다. 전례가 없던 강력한 조치였던 만큼 불편을 감내해야 할 종사자들의 불만이 컸다. 현장으로 달려가 이해를 구했다. 종사자의 안전과 근로상황에 대한 질책과 항의, 요구와 제언을 수렴했다. 부득이 참여하지 못하는 종사자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했다. 사전 준비가 미흡해 종사자들의 사정을 세심하게 헤아리지 못한 것은 송구스럽다. 코호트 격리 기간 중 해당시설에서 신규 환자가 한 명도 없음은 이 판단과 조치가 옳았다는 방증이다. 중대본도 집단감염 차단의 해법으로 입증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재해·재난 대응 매뉴얼 개발에 전념하고 백서도 제작해 대응지침으로 활용할 것이다."


[안동=뉴시스] 필터 교체형 면마스크. (사진=경북도 제공0 2020.03.13

[안동=뉴시스] 필터 교체형 면마스크. (사진=경북도 제공0 2020.03.13


- 경북형 마스크 15만개를 제작·공급한 것이 마스크 대란을 줄였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갑자기 추진한 것이라 담당 공무원들이 이 일 때문에 다른 일도 하지 못하고 엄청나게 애를 먹었다. 어떻게 했으면 좋았는가.

"마스크 대란은 공급이 절대 부족하면서 생긴 현상이었다. 경북형 마스크는 도청 직원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면마스크에 스펀본드(SB) 부직포 필터를 교체하며 사용하는 형식이다. 전문기관인 경북테크노파크의 실험을 거쳐 KF94급은 아니지만 비말 차단으로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제품을 만들 기업이 없어 고생했다. 국내기업들이 인건비나 시설 유지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로 생산기반을 옮겼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전국을 다니며 기업을 찾아 주생산품 생산 중단과 한시적인 마스크 제작을 부탁해야 했다. 고생한 직원들, 손해를 감수하며 제작해주신 업체에 감사드린다. 봉제산업은 노동집약형이라 신흥국의 가격경쟁력을 따라잡기 어렵다. 고부가가치 첨단소재를 개발하거나 글로벌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 신흥국을 대상으로 국내 섬유기계와 부품산업 판로개척에도 나서야 한다. 우리가 가진 기반이나 기술은 신흥국의 봉제인력을 대체할만한 자동화 봉제시스템을 개발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

- 이번 사태로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고 일손부족도 심각하다. 대책은.

"농어촌진흥기금 750억원을 신속하게 지원했다. 이미 지원된 농어촌진흥기금 1001억원에 대해서는 상환을 1년 연장하고 올해 이자를 전액 감면했다.농산물 판매운동도 펼쳤다. 사이소 등에서의 판촉행사와 농특산물 완판운동을 온오프라인에서 벌여 2주 동안 105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일손부족 해소를 위해서는 13개 시군에 농촌인력지원센터를 운영해 5월 중순까지 2만2872명의 도시인력을 농가에 연결했다. 공무원, 군 장병 등도 일손돕기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대내외 여건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생산, 유통, 가공, 기술, 인력, 공간 등 6대 혁신과제를 선정하고 중점 추진해 미래농업을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

- 코로나19 사태에서 특히 빛났던 정책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1조원이라는 큰 규모의 지원을 하면서 무이자, 무담보로 그것도 다른 시·도와 달리 지원자들이 이리저리 오가면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혼란 없이 해냈다는 것이다. 비결은.

"정부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저리대출 지원은 큰 혼란을 빚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새벽부터 공단과 신용보증재단에 줄을 서거나 수차례 오가며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서류 마련을 위해 며칠씩 가게를 비우기도 했다. 급선무는 '공단'과 경북신용보증재단으로 집중된 병목현상 해결이었다. 3월 22일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해 금융기관에서 100명의 직원이 재단에 투입되도록 하고 재단 본부와 10개 지점에서만 접수하던 것을 6개 금융기관 250여 지점에서도 하도록 했다.이렇게 하자 하루 100~200건이던 보증심사 처리 건수가 3월 29일부터는 500건을 넘어섰고 많게는 1300~1700건씩 처리됐다. 5월 15일까지 5만2582건에 1조3444억원의 보증서가 발급됐다.4월 2일 출시한 무이자, 무담보, 무보증료라는 파격적인 조건의 특별경영자금 1조원도 모두 조기 소진됐다. 5일 동안 4만여 건의 소상공인 특별경영자금이 접수됐지만 줄서기 등의 혼란도 없었고 보증처리 기간도 대폭 줄었다. 특별행정명령 발동과 같이 과감하고 빠른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 감염병 전문병원 지정을 정부에 건의했는데 어떻게 돼 가나.

"대구 경북에서 동시에 감염병이 대유행하면 병실이 부족해진다. 이번에도 경북의 환자 168명이 전국 41개 상급 종합병원으로 이송되는 어려움을 겪었다.상급 종합병원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계속 요청하고 자구책도 고심하고 있다. 의료 기반이 부족한 경북은 자원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거점전담병원을 동부권(동국대경주병원)과 북부권(안동의료원)에 각 1곳씩 운영할 계획이다. 거점전담병원은 감염병 1일 확진환자 100명 이상의 위기상황 때 환자, 의료진, 장비를 한 곳에 집중시켜 효율적인 대응을 하게 된다. 1일 확진환자 100명 미만인 단계에는 위기대응 훈련과 의료자원 목록화로 사전에 대비하게 된다.권역 감염병전문병원은 치료, 교육훈련, 연구 등 감염병 대응의 결집체다. 호남권에서만 운영돼 왔는데 코로나 관련 정부 추경예산이 통과되면서 영남권, 중부권 2곳에도 구축하기로 하고 22일까지 공모가 진행 중이다. 대구와 협력해 권역 감염병 전문병원을 유치하겠다."

- 감염병의 재확산 또는 재유행 때 더 효율적인 대처방법이나 현재 방역시스템 및 제도상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이번 사태로 K-방역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지방정부가 신속하고 과감한 방역전략 추진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감염병 대응의 출발은 기본원칙 준수다. 경북도는 이 원칙에 따라 철저한 예방과 3T(Test 검사, Trace 접촉자관리, Treat 치료)로 요약되는 기본 방침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신속하게 적용하고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예방적 코호트 격리, 병상수급 문제를 안정화시킨 생활치료센터 운영이 좋은 예다. 코로나 이후에도 생활속 거리두기는 정착돼야 한다. 신속한 검사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워킹 스루, 찾아가는 이동 검체팀 등 다양한 검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IT기술을 접목한 원격의료의 도입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의료사각 지대에 국한한 제한적 진료 등 부분적 허용, 의료단체간의 타협점 마련 등 과제가 있으나 거시적 관점에서 필요하다. 또 민간의료기관에서 진료하기 모호한 호흡기 증상 환자를 위해 호흡기감염 클리닉 운영 등 환자치료의 새로운 민관협업체계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