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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문의 시대' 종말하고 '창의 시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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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22 11:05:50  |  수정 2020-05-22 11:09:48
국악 평론가·기획자·연출가
코로나 시대 '온라인 공연' 창에 비유
"'문(門)은 몸이, '창(窓)은 마음이 들어오는 것"
'오빠는 풍각쟁이' 기획...라이브 관악·HCN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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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중강 국악평론가. 2020.05.22.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코로나19는 '문(門)의 시대'가 종말하고, '창(窓)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해요."

국악평론가 윤중강은 '온라인 공연'을 '창'에 비유하며 '(글)문의 종언'을 짚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잘 닦인 창밖을 내다보듯 캄캄하기만 했던 코로나19 시대의 고민을 나눠가질 수 있었다.

최근 대학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가의집에서 만난 윤 평론가는 "문은 '몸'이 들어오는 것이고, 마음 '심(心)'이 포함돼 있는 창은 '마음'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악을 비롯한 공연 평론가일 뿐만 아니라 기획자, 연출가이기도 한 윤 평론가는 온라인 '창'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그가 기획한 '오빠는 풍각쟁이'가 지난 18일 관악구 공식 유튜브 채널인 '라이브관악'을 통해 스트리밍했다. 유선방송 HCN에서도 18일과 20일 중계를 했고, 22일에도 3회(오전 11시·오후 4시·밤 10시) 내보낸다.

관악문화재단(대표이사 차민태)이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코로나19로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펼치는 온라인 공연이다.

 '오빠는 풍각쟁이'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희로애락을 담은 노래 '만요(漫謠)'를 통해 우리 삶의 다양한 모습을 전달한다. 우리 민요, 일본 엔카, 재즈 등이 혼합됐다. '오빠는 풍각쟁이' '빈대떡 신사' 같은 곡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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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빠는 풍각쟁이'. 2020.05.22. (사진= 관악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상투적으로 일제 강점기가 어둡고 침울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음반 산업과 코믹송이 발달했어요. 어두운 시대일수록 음악이 매개로서 중요하죠."
 
'오빠는 풍각쟁이'는 지난 2018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ACC 브런치 콘서트' 시리즈 중 하나로도 선보여 주목 받았는데, 윤 평론가의 만요에 대한 관심은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30년대 판소리랑 민요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만요를 알게 됐다. 일부에서 만요에 대해 '치열한 시대정신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에 발끈, 본격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명동예술극장이 재개관 1주년을 맞았던 지난 2010년 '오빠는 풍각쟁이' 같은 옛 노래로 명동의 초기모습을 재연한 공연을 기획하기도 했다.

윤 평론가는 코로나19 시대에도 만요가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다고 봤다. "만요는 풍자의 기능이 있어요. 예컨대 '빈대떡 신사'에서 '양복 입은 신사가 요리집 문 앞에서 매를 맞는다'라는 노랫말이 있는데 인간관계에서 오는 애틋함을 느낄 수 있죠. '거리 두기'에 따라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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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중강 국악평론가. 2020.05.22.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코로나19 시대에 국악계는 관객과의 관계맺기에 힘들어하고 있다. 공연예술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월 국악 매출은 0원을 기록했다. 특히 마당에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연희 장르가 직격탄을 맞았다. 

윤 평론가는 "연희라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없어요. 공동체가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연희죠. 몸을 부대끼고 같이 땀을 흘리면서 연주를 하는 것인데 그럼 점 때문에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죠"라고 진단했다.

앞으로 온라인 공연이 계속 될 텐데, 윤 감독은 역량 있는 촬영 감독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국악 공연에서는 현란한 카메라가 어울리지 않아요. 국악 공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거죠. 온라인 공연에 맞게 촬영 감독도 잘 훈련이 돼야 하죠."
 
서울대 국악과와 일본 도쿄예술대 대학원 음악연구과를 졸업한 윤 평론가는 지난 1985년 제1회 객석 예술평론상을 받으며 평론가로 데뷔했다. 올해 평론가로서 35주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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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윤중강 국악평론가. 2020.05.22.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photo@newsis.com
얼마나 부지런하게 활동했는지 그간 국악 평론의 8할은 윤 평론가의 글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부지런히 현장을 누비는 그의 활동 반경 때문에 '체험의 평론'이라는 수식도 붙었다.

윤 평론가는 평론(評論)에 대해 '말로서 어떤 장르를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평에는 평평할 평(平)이 포함돼 있잖아요. 특정 장르가 잘 굴러갈 수 있게 평평하게 만드는 것이 평론가의 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예술과 시대를 쉽게 전달하고 설명하는 윤 평론가는 '코로나19 시대의 예술'은 '1인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악에서는 '산조(散調)'가 대표적이다. 한국의 전통음악에 속하는 기악독주곡을 가리킨다.

"1인 예술을 문화체육광광부와 지역 예술극장, 문화재단에서 지원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죠. 모노극 같은 혼자 하는 드라마도 주목 받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그런 작업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죠."

지난해 출범한 관악문화재단의 이사장이 된 '연극계의 대모'인 배우 박정자가 1인극 거장이기도 하다. 그런 박정자가 이끄는 관악문화재단을 비롯 각 지역의 문화재단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1인 시대인 '코로나 19' 시대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없어질 거예요. 요즘 코로나19 시대에 아마추어들이 자가격리하며 연주한 피아노, 트럼펫 영상이 정말 큰 감동을 주기도 하잖아요. 그런 때 문화재단이 예술 활동을 위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연결해주는 것이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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