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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재난지원금, 생필품에만 써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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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22 14: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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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쯧쯔, 요새 젊은 사람들이 문제야. 재난이라고 나라에서 세금들여 돈을 퍼줬는데, 그 돈으로 사치를 하고 다니면 어떡해. 나야 살만큼 살았으니 죽으면 그만이지만, 미래 세대를 어찌하면 좋을꼬."

지하철에서 어르신들이 이런 주제로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이후 성형외과가 붐비고, 소고기가 잘 팔린다는 기사를 보고 하시는 말씀이다.

재난지원금 사용처를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소상공인과 지역상권을 살리겠다는 취지의 정책인 만큼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유흥업소 등은 제한 업종으로 구분했지만 병원이나 피부관리실 등에선 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재난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며 마케팅을 하는 성형외과나 스파숍 등이 늘어나고 있다.

애초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때 모든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서 찬거리를 사고, 동네 삼겹살집에서 소줏잔을 기울이는 소소한 소비만 하리란 순진한 생각은 안 하는 게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2020년 대명천지에 상상도 못할 인류 대재앙이었지만, 그 재앙이 모두에게 동일한 아픔으로 다가오진 않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당장 생계가 급한 사람은 지원금을 생활비로 사용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평소 하고 싶었지만 목돈이 들어 주저했던 항목에 과감하게 투자하기도 한다. 피부과에서 잡티제거수술을 하거나 피트니스센터에서 퍼스널 트레이닝(PT) 수업을 받는 등의 소비 말이다.

물론 이것들이 생계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소비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현대 사회에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해 필요한 업종은 얼마나 되겠나 싶다. 그리고 사치로 분류될 수 있는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에겐 그게 곧 생계다. 50분 개인 수업에 7만원이나 하는 필라테스 수업을 하는 강사들은 몇 달 동안 일이 없어 손가락을 빨았다. 직원 십수명을 두고 다달이 월세를 내는 피부과 원장도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전통시장에서 야채파는 상인만 소상공인이 아니지 않은가.

재난지원금은 기본적으로 소비진작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골목상권 등에 대한 지원이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시행되는 정책이다. 미용시술이나 몸매를 가꾸기 위한 운동에 쓰는 것도 재난지원금 지급 취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몇 달 동안 집에 갇혀있어 돈 쓰는 법도 잃어버린 소비자들에게는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서라도 급랭한 소비심리를 녹이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자면 A는 올바른 소비고 B는 불필요한 사치고 하는 잣대는 잠시 내려놓는 게 어떨까.


◎공감언론 뉴시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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