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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하려고"…'클럽 살인 혐의' 태권도 선수 황당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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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27 08:01:00
클럽서 시비 붙어 끌고 가 집단폭행…사망
검찰 "3명 모두 태권도 4단…전국대회 우승"
"사망가능성 인식했을 것"…징역 12년 구형
"상가 안 폭행 친구들이…난 뒤에서 봤다"
'왜 안 말렸나?'…"사람 때린 적 없어 당황"
'보통 사람 정통으로 맞으면?'…"크게 다쳐"
"제대로 얘기해"…재판부, 진술 태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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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정윤아 기자 = "아무리 본인 행위를 모면하려고 해도 운동한 사람답게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죠!"

지난 25일 오후 서울동부지법 401호 법정. 살인 혐의를 받는 21세의 태권도 전공 체대생 3명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이 사건 재판부인 형사합의12부 박상구 부장판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검찰의 구형 전 진행되는 피고인 신문에서 피고인들의 대답이 계속 모호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27일 검찰 등에 따르면 조사된 사건 내용은 이랬다.

20대 초반인 피해자 A씨는 여자친구와 함께 올해 1월1일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을 찾았다. 피고인 3명 중 1명인 B씨가 A씨 여자친구에게 같이 놀자는 식으로 접근했고, 이를 A씨가 제지하면서 시비가 붙었다.

B씨는 그날 동갑내기 친구 2명과 함께 클럽을 찾았는데 이들은 중학교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며 친해진 사이였다.

B씨는 피해자를 길거리에서 멱살을 잡고 끌고 갔고, 이 과정에서 두차례 피해자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B씨의 두 친구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 과정이 CCTV에 다 담겼고 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다.

모두 태권도 유단자인 3명은 CCTV가 없는 건물 안에서 A씨를 집단구타했다. A씨는 초반 양팔을 올려 방어했지만 B씨의 친구인 C씨와 D씨의 주먹질과 발차기에 결국 쓰러졌다. 이들은 A씨가 의식을 잃었음에도 얼굴을 걷어찬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목격자의 신고로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 B씨 등은 폭행 직후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택시를 탔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택시기사가 폭행한 일이 있냐고 묻자 아니라고 대답도 했다. 

B씨는 전날 열린 결심공판 피의자 신문에서 자신은 상가 안에서 A씨를 폭행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A씨 멱살을 끌고 가면서 발을 걸어 넘어뜨린 건 맞지만 상가 안에서는 두 친구만 A씨를 폭행했다는 것이다.

B씨는 검찰이 "두 친구가 피해자를 폭행하는 동안 뭘 했느냐"고 묻자 "뒤에서 보고 있었다"고 답했다. 말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예상을 못했고 순식간에 (폭행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한 번도 사람을 때려본 적이 없는데 당시 (친구들이) 사람을 때리는게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B씨는 검찰이 A씨를 상가로 데리고 간 이유를 묻자 "대화만 하려고 했다"고 했다. 클럽에서 처음 시비가 붙은 것도 자신이고, 클럽을 나와 상가까지 A씨 멱살을 잡고 끌고 갔는데 대화만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지켜보던 박 부장판사는 "수년간 태권도를 했고 태권도로 대학도 갔는데 보호장구를 안한 보통 사람이 피고인들이 날리는 주먹이나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으면 어떻게 될 것 같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B씨는 "크게 다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답은 살인 혐의를 피하기 위해 재판 내내 해온 '죽이려는 고의가 없었다'는 주장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피해자의 사망 가능성을 인식했던 것으로만 판단돼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맞아 쓰러졌는데 어떤 상태인지 몰랐느냐"며 "병원에 갈 정도라고도 생각 못했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번엔 B씨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상가 안에서 피해자를 때리지 않았다고 거듭 진술했다.

하지만 C씨의 진술에 따르면 B씨는 폭행 후 친구들과 탄 택시 안에서 A씨 머리를 차는 시늉을 하면서 폭행을 설명했다.

다른 피고인의 변호인이 B씨에게 "왜 택시 안에서 자신도 폭행했다고 두 번이나 말했느냐"고 묻자 "처음 다툼의 시작이 저였는데 제가 안 때렸다고 하면 없어 보이고 쪽팔려서 그랬다"고 답했다.

박 부장판사는 C씨에게 "폭행 이후 탄 택시 안에서 친구들에게 '내가 (A씨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줬다'고 이야기 했다는데 자랑한 것이냐"고 물었다. C씨는 "자랑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C씨는 자신의 주먹에 맞은 A씨가 쓰러지자 얼굴에 발차기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자신의 발차기와 C씨의 발차기 중 어떤 것이 더 세기가 강했냐는 박 부장판사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박 부장판사는 "아무리 본인 행위를 모면하려고 해도 운동을 한 사람이면 운동한 사람답게 구체적으로 말을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들 3명에게 각각 징역 12년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의견에서 "피고인들은 모두 태권도 4단 유단자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간 경험이 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사망 가능성, 위험이 있음을 미리 인식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B씨 등에 대한 선고기일은 다음달 25일에 열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yoon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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