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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카드 없는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항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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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27 14: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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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지난 2009년 피해자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농업용 배수로 모습. (뉴시스DB) woo1223@newsis.com

[제주=뉴시스] 우장호 기자 = 검찰이 '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며 11년 전 어린이집 보육교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에 대한 보강 증거를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했다.

8개월여 만에 항소심 공판이 재개됐지만, 새로운 증거는 없었다. 검찰이 이날 제출한 감정서는 이미 1심에서 판단을 거친 증거물을 감정 방식만 달리한 것이어서 반전 카드 없이 항소심이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2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모(51)씨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린 이후 8개월 만이다.

검찰은 이날 피해자의 신체에서 검출한 미세섬유와 박씨의 택시 안에서 찾은 미세섬유를 비교 분석한 법화학감정서와 유전자 감정서를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미세섬유 증거물에 대해 "대량 생산되는 면섬유 특성상 두 개의 섬유가 서로 동일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취지를 설명했다.

증거로 채택된 섬유가 비록 같은 종류의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의류 15군데에서 무작위로 표본 섬유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재감정을 의뢰했다.

검찰은 "무작위로 채취한 표본 섬유를 통해 증거의 객관성을 확보했다"며 "1심때 제출한 증거물보다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피고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물 감정서에 부동의했다. 변호인은 "두 섬유가 다르고 대조군 또한 없어서 증거로써 가치가 없다"면서 "1심과 달라진게 없다. 추가 감정에 부동의한다"고 부동의 사유를 밝혔다.

반면 검찰은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맞섰다. 검찰은 "(피해자가 입었던)무스탕 등 동물털에 대한 증거가치를 높이기 위해 국과수 재감정을 실시했다"며 "피고인에게 불리하거나 또는 유리한 증거가 될 수 있어서 재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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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이정빈(73) 가천대학교 법의학과 석좌교수가 25일 오전 제주지방경찰청 2층 한라상방에서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과 관련한 동물사체 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04.25. woo1223@newsis.com

항소심 재판부는 6월10일 열리는 추가 공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추가 감정물에 대한 증거조사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다른 증거물을 제시하지 못 할 경우 추가 공판은 결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제주지역 대표 미제 사건으로 남은 이번 사건은 11년 전인 2009년 2월 첫날 발생했다. 새벽시간에 집에 간다며 남자친구와 헤어진 보육교사 A(당시 27세·여)씨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이다.

곧 실종신고가 접수됐고, 경찰의 대대적인 수색 속에 A씨는 실종 7일 만인 같은 달 8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봉 인근 농로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택시기사였던 피고인 박씨가 피해자를 살해한 것으로 보고 유력 용의자로 수사해왔다.

택시의 동선이 피해자의 이동 동선과 유사하고, 여러 정황 증거가 일치한다는 추정이 근거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점이 있고,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으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입증됐다고 볼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oo122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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