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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코로나도 꺾지 못한 한진그룹 경영권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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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30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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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잠잠했던 한진그룹 경영권 전쟁이 다시 불붙은 모양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KCGI 등 이른바 '3자 연합'이 한진그룹 경영권 확보에 여념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패퇴한 이들은 한진그룹이 대한항공 살리기에 전력하느라 여력이 부족한 현 상황이 오히려 자신들에게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최근 한진칼 지분 약 2.1%를 매입한 '기타 법인'의 정체를 시장에서는 반도건설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건설이 사들인 게 맞다면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율은 42.74%에서 약 44.84%로 늘어, 현재 41.15% 수준인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과 격차를 벌리게 된다. 업계에선 어느 한쪽이 '51%'의 지분율을 먼저 가져야 분쟁이 일단락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실제 3자 연합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재공세에 나서고 있다. 자신들이 불리해질 수 있는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가능성을 반대한다고 압박하는 한편, 지난 3월 열린 한진칼 주총결의 취소 소송도 제기했다. 경영권 분쟁 2차전을 본격 대비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한진그룹은 경영권 분쟁에 정면으로 맞설 여력이 부족한 듯 하다. 간판 계열사 대한항공이 코로나19 사태에 전에 없던 위기에 몰려서다. 최근 대화를 나눈 한 한진그룹 임원은 "지금 회사가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상황이겠느냐"라고 한탄했다.

대한항공은 1분기 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국제선 운항률은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임원들은 임금을 반납하고 직원 70%가량은 휴업 중이다. 위기 탈출을 위해 온 임직원이 달려들며 생존 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그러는 한편 조원태 회장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삶의 터전이자 땀과 열정이 서려있는 모든 사업장을 함께 지키겠다"라며 다독이며 움츠려든 사내 분위기를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간산업인 항공업 살리기에 나선 정부는 대한항공에 1조2000억원을 긴급 수혈키로 하면서 자본 확충을 요구했다. 이에 대한항공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추진 및 유휴재산 매각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 비행기 리스료 등 월 고정비만 5000억~6000억원이 나가는 만큼 코로나19 장기화 때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대한항공은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헐떡이는데, 3자 연합은 '조금만 더 지분을 챙기면 승기를 잡는다'는 문구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 것 같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의견이 다른 양측이 경영권을 놓고 세 대결이 벌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와중에 국적 항공사에서 연출되는 이 같은 장면을 반복적으로 보고있는 게 그리 개운치는 않다.


◎공감언론 뉴시스 ke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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