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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코로나시대, 청각의 시각화…서울시향 온라인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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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5-31 11:27:24
강은경 대표 "플랜 A·B 이상 대비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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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향 온라인 공연. 2020.05.31. (사진 = 페이스북 라이브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휘자와 스트링 거리 1.5m, 스트링 연주자간 거리 1.5m, 스트링과 목관 거리 3m, 호른 과 클라리넷 거리 3m, 트럼펫·트롬본·튜바 앞 공간 거리 5m…….

흡사 진영을 짜듯, 일정 거리를 두고 교향악단 연주자들 자리가 배치됐다. 사실 현재 세계의 모든 이가 그렇든 클래식음악 연주자들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적과 맞서는 중이다.  

서울시향이 지난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친 실시간 스트리밍 온라인 콘서트 '#여러분덕분에'는 코로나19 시대에 '교향악단의 유연함'이 무엇인지 보여준 무대였다.

애초 서울시향은 이달 초 코로나19 관련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으로 전환된 이후 이날 무대를 오프라인 정기공연인 '2020 서울시향 오스모 벤스케의 수수께끼 변주곡'으로 선보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태원 소재 클럽발 'N차 감염'의 지속적 확산, 대형병원 의료진 감염 등 다중이용시설의 지역사회 감염 사례 등으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로 대신했다.

이에 따라 기존 100명 안팎의 대규모 편성 대신 최대 50명의 단원이 함께 무대에 올라 연주할 수 있는 곡들을 골랐다. 원래 예정됐던 프로그램은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등이었다. 변경된 프로그램은 스트라빈스키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 본 윌리엄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 모차르트 교향곡 39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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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 2020.05.31. (사진 = 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이날 지휘봉은 서울시향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가 들었다. 지난 2월1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취임 연주회로 서울시향의 '부활 찬가'를 들려준 그가 코로나19로 인해 약 3개월 반 만에 국내 무대에 오른 자리.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도 겸하고 있는 벤스케 감독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내한, 2주간의 자가 격리도 거쳤다.

벤스케 감독이나 서울시향 단원들 모두 온전한 컨디션을 유지하기에는 악조건이었지만, 이날 비대면 온라인 공연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음악의 생생함을 전달했다.

스트라빈스키 '관악기를 위한 교향곡'의 고즈넉한 울림을 거쳐 본 윌리엄스 '탈리스 주제에 의한 환상곡'을 연주할 때 즈음에는 온라인 공연에 대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현악기 뼈대의 이 곡 연주는, 랜선이라는 세계에서 현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스케치하는 듯했다. 그래서 청자는 그 음악 통로 안으로 들어가게 됐다. 자칫하면 보고 있던 스마트폰 화면 안으로 들어갈 뻔했다.

보통 클래식음악 감상은 공연장의 울림을 함께 듣는 것까지를 최고로 친다. 그런데 연주자와 청자가 음의 결과물을 개별적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경험하는 과정은 선율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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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시향 온라인 공연. 2020.05.31. (사진 = 페이스북 라이브 캡처) photo@newsis.com
무지갯빛 음색과 울림이 조화를 이루는 모차르트 교향곡 39번은 그 입체감을 계속 느끼고 싶어 스스로도 모르게 볼륨을 계속 키우게 됐다. 

온라인 공연만의 장점도 도드라졌다. 관악기 연주자를 제외하고 벤스케 음악감독을 비롯한 모든 단원들이 마스크를 써 세세한 표정은 상상을 더해야만 했으나, 그 감정의 절실함은 고스란히 전달됐다.

무대 곳곳을 훑는 카메라 동선 덕분에, 연주자들의 세밀한 손동작도 한 눈에 들어왔다. '연주를 듣는다'는 것을 넘어 '본다'는 것을 실감했다. 말 그대로 '청각의 시각화', 즉 '공감각적 심상'이 몸을 휘감았다. 덕분에 공연 시청자 수도 점점 늘어났다.

연주자들 사이가 일정 간격으로 띄어 있는 '무대 위 거리두기', 기존에 현악기 연주자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사용한 보면대의 개인 사용, 관악기 연주자 주변에 설치된 투명 방음판도 눈길을 끌었다. 서울시향은 독일 오케스트라 협회(DOV) 권고사항 등을 참고해 이날 방안을 마련했다.

강은경 서울시향 대표는 이날 공연 스트리밍 전 영상에서 "국내를 넘어 바이러스라는 공통의 적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세계 시민들에게 '원 팀'이 된 서울시향의 음악적 연대의 힘을 보여주고자 하는 헌정 공연"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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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라이브 스트리밍 현장. 2020.05.31. (사진 = 서울시향 제공) photo@newsis.com
강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한 변화를 잘 감지하고 있었다. 서울시향은 이번 온라인 공연을 '새로운 일상'(뉴노멀)의 첫 무대라고 규정, 향후 예정된 정기 공연도 유연한 전환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강 대표는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일상 속에서는 뉴 노멀, 즉 새로운 표준이 필요로 하고 온라인 공연으로의 유연한 전환 대비도 필요하다"면서 "위기 경보 단계의 변화, 확진자 수에 맞춰 유관중을 무관중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플랜 A와 B 이상을 동시에 대비해 여러분의 안전과 사랑하는 공연예술을 함께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벤스케 감독은 공연 전 서울시향을 통해 "우리는 관객들을 무척 그리워하고 있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철저한 준비를 할 예정이니, 공연을 보러 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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