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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생명연장하는 보존과학…전시로 경험해보세요

등록 2020.06.03 11:5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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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막..오는 10월4일까지 전시

[서울=뉴시스]500여 종의 다양한 안료 설치 전경.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0.06.0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500여 종의 다양한 안료 설치 전경.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미술작품은 수집, 전시, 보존·복원이라는 생애주기를 겪는다. 작품이 탄생한 이후 환경,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지만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는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바로 이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보존과학자 C의 하루' 기획전을 오는 10월4일까지 청주관에서 선보인다.

미술작품의 보존·복원은 퍽 낯선 분야다. 통상 전시된 작품의 감상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물론 오래된 작품의 경우 '어떻게 관리할까' 정도의 의문은 품을 수 있겠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보존과학자 C'라는 가상인물을 앞세워 미술작품의 보존·복원을 보다 쉽게 소개한다. 전시제목의 C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를 의미하기도, 전시가 열리는 '청주(Cheongju)'를 가리키기도 한다. 나아가 삼인칭 대명사 '-씨'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해 의학이 있다면 미술작품의 생명 연장은 보존·복원을 통해서 이뤄진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자의 다양한 고민들을 시각화한 흥미로운 전시"라며 "하나의 작품을 보존·복원하기까지 작가와 작품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연구와 담론, 실제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과학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시는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비춘다. C가 보존·복원을 수행할 때 작가와, 작품과, 또는 관객과의 관계를 놓고 염두에 둬야하는 부분들을 조명했다. 전시가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 등 5개 주제로 구성된 것도 보존과학자가 일상 속에서 겪는 상황을 고루 다루기 위해서다.

[서울=뉴시스]이갑경,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설치 전경.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0.06.03.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이갑경,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설치 전경. (사진 =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email protected]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한 C의 상황은 텅 비고 어두운 공간에 울리는 기계음과 파열음 등으로 표현했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상태에서 무언가 손상되는 듯 한 소리들로 긴장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이다.

'C의 도구'에서 작가 김지수는 미술작품 보존에 사용하는 도구, 분석자료, 재해석된 이미지 등을 통해 보존과학실 풍경을 재현했다. 그 공간에서 날 법한 냄새와 C의 체취 등을 연상할 수 있도록 설치했다.

여기에 각종 과학 장비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한 정정호 작가의 사진 작품들과 시간과 시간을 오가며 작품을 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형상화한 주재범 작가의 픽셀 애니메이션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이외 한국 근·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과 오지호의 유화작품을 비롯해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 자료 등 실제 보존 작업에 사용되는 물품들도 배치됐다.

자외선, 적외선, X선 등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실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도 확인할 수 있다. 구본웅의 1940년 작 '여인'에서는 집 또는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를, 오지호의 1927년 작 '풍경'에서는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실물과 복원 기록은 '시간을 쌓는 C' 섹션에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야외전시로 변색 등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의 '검은 나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보존 방법론을 소개하고 신미경의 '비너스' 등 비누 조각 작품에서는 작품의 재료 특성을 확인한 뒤 다각도 실험을 거쳐 보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갑경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으로는 작품의 보존 과정이 한 차례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1989년 보존 처리됐다가 2011년 재보존 처리된 바 있다.

[서울=뉴시스]우종덕,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 2020년 작 설치 전경.

[서울=뉴시스]우종덕, 'The More the Better (다다익선)' 2020년 작 설치 전경.


이런 보존 처리를 도맡는 보존과학자들이 어떤 고민을 하는지, 그 고뇌도 표현했다. 우종덕 작가는 최근 이슈가 된 백남준의 '다다익선' 복원 문제에 관한 세 가지 의견을 영상 설치 작품으로 소개한다. 보존, 복원을 위해 다각도의 고민을 하며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C의 서재'는 이러한 보존과학자들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 미술, 과학도서들로 채워졌다. 규칙적 공간에서 불규칙적인 자료들을 해석하는 공간으로서의 서재로 표현됐다. 이 실험실 느낌의 공간으로 꾸밈으로써 보존과학자들의 일상을 담아낸 셈이다. 또 과거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자였던 강정식, 차병갑, 김겸이 직접 말하는 보존과학자의 일상을 들을 수 있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전시기획자인 김유진 학예연구사가 설명하는 전시 중계는 다음달 2일 오후 4시 공개된다.

청주관 전시 관람은 홈페이지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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