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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경화 예술감독 "여우락, 랩과 결합...법고창신 감동 줄것"

등록 2020.06.0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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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경화 2020여우락페스티벌 예술감독(사진=국립중앙극장 제공)2020.06.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유경화 2020여우락페스티벌 예술감독(사진=국립중앙극장 제공)2020.06.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과거 모두가 향유했던 전통음악은 이제 소수만이 즐기는 음악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전통음악의 선율과 음색, 장단에 흥겨움을 느끼는 이들은 극소수가 됐다. 

여우樂(락) 페스티벌은 이에 대한 위기에서 시작된 축제다.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에서 글자를 따온 여우락 페스티벌은 한국의 전통 음악에 타 장르의 음악가들,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소리를 찾아 온 '퓨전 음악 축제'다.

국립극장 주최로 2010년 시작해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여우락 페스티벌은 올해 4대 예술감독으로 유경화를 선임, 굿 음악부터 힙합까지 장르의 경계를 허문 12편의 공연을 7월 3일부터 25일까지 23일간 선보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인 유경화는 대표적 여성 타악 주자이자 독보적 철현금 연주자로 알려져 있다.

현대무용을 거쳐 국악계 수많은 명인들로부터 사물놀이, 씻김굿, 별신굿, 고법을 사사하고 프리뮤직과 인도 리듬까지 공부했다.

"현대무용에서는 전통무용에서 배울 수 없었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배울 수 있었다. 서울대학교 재학 당시 타악에 있어서는 자신감이 넘쳤었다. 그런데 강릉단오제를 가게 됐는데 굿 음악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학교를 휴학하고 무당들한테 음악을 배웠다. 학교에서는 내가 신내림을 받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더라."

그는 "전통 음악이라고 해서 절대 고루하지 않다"며 "가장 고전적인 게 가장 모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경화 예술감독은 "종묘 제례약, 동해안별신굿 등은 가장 난해한 리듬이다. 첫 박이 무엇인지 알기가 정말 쉽지 않다. 외국인들에게 들려주면 이들은 이런 음악들을 되게 현대적인 음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타 장르의 여러 음악을 섭렵해 파격적이면서도 과감한 무대와 작품을 선보여 온 그의 인생행로는 그 자체가 '여우락'의 목적과 일치한다. 

"여우락의 색채는 제가 살아온 것과 너무 잘 맞물린다. 법고창신이라는 말이 있다. 학생들에게 나는 법고(옛 것을 본받다)보다 창신(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 더 중요하다고 항상 강조한다. 지금 공동체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미감(아름다움에 대한 느낌)이나 시대적 감각들을 전통음악에 담을 필요가 있다."

그는 타 장르와의 '융합'을 추구하는 여우락의 취지에 대해 "내(내 장르)가 갖고 있는 유전자의 우월한 부분과 상대방(타 장르) 유전자 중 우월한 부분을 합치는 거다. 그렇게 서로 다른 음악의 장점들이 살아나 최고의 예술을 지향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이전과는 다른 예술'을 만들어내는 일이었다.

"예술가의 궁극적 자세는 '남과 다르려는 자세'다. 남과 다르려면 기존에 남들이 하고 있던 것을 깨야 한다. 힌두교에서 최고의 신으로 통하는 시바신은 '파괴의 신'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예술가는(기존의 것을)파괴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야 한다."

특히 올해 페스티벌에서 눈여겨볼만한 점은 굿 음악을 통째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예술이라는 건 '감동'이 있어야 한다. 나이아가라 폭포를 보면 '예술이다!'라고 표현하지 않나, 그건 사람들이 감동받았기 때문이다. 굿 음악은 대중에게 아주 생소한 장르지만, 거기에 깃들어 있는 혼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까지 있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매우 수준이 높은 장르다. 굿은 악보로 체보하기조차 어렵고, 악보를 보더라도 연주하기조차 어렵다. 굿 음악은 기존의 전통음악을 뛰어넘는 초절정의 테크닉이 있는 음악이다."

폐막작 '그레이트 크로스(Great Cross)'는 유경화 감독이 직접 나서 타이거JK와 손잡고 전통음악과 힙합의 컬레버레이션 공연을 선보인다. 특별히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되는 폐막작은 영상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CF 감독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인 조풍연 한예종 멀티미디어 영상과 교수까지 합류했다.

엄마를 좇아 국악을 전공하고 있는 두 자녀들이 합힙에 빠져있는 것을 보고 가장 젊은 음악인 힙합 가수와의 협연을 생각해 냈다고 한다. 지인을 통해 타이거 JK에게 연락을 했고, 타이거JK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타이거JK가 너무 영광이라고 해줘서 기뻤다. 커머셜(상업적)한 걸 하다가 파인아트(순수예술)의 절정에 있는 사람과 음악작업을 하는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흔쾌히 허락해줬다."
[서울=뉴시스]'2020 여우락 포스터'(사진=국립극장 제공)2020.06.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020 여우락 포스터'(사진=국립극장 제공)2020.06.04 [email protected]

폐막작에 대해 앞으로 4차례 공개될 영상을 통해 그 과정과 작품의 색깔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아악'과 '힙합'의 만남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유경화 감독은 "아악에서 사용되는 대표적인 악기인 '편종'과 '랩'의 결합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수궁가를 주제로 타이거JK가 랩을 짜고 있다.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는데, 랩의 비트에 도살풀이 장단이 맞물려 전에 없는 여우락 페스티벌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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