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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고문 현장 본 文대통령…김정숙 여사, 무명손수건 헌화(종합)

등록 2020.06.10 16:3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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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대통령중 처음으로 남영동 대공분실 방문

文대통령, 현장설명에 "철저 고립감으로 무너져"

김정숙 여사는 눈시울 붉혀…헌화 꽃 직접 준비

文, 경찰청장에 "민주인권 기념 공간 제공 감사"

민갑룡 청장 "경찰 역사 순례길로 지정해 반성"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과 대화하고 있다. 2020.06.10.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509호 조사실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지선 스님과 대화하고 있다. 2020.06.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홍지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0일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 참석을 계기로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옛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조사실을 방문했다. 

남영동 대공분실 509호 방문은 현직 대통령 중 처음이다.

남영동 대공분실은 1987년 박종철 열사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물고문으로 숨진 곳이다.

다수의 국가폭력이 자행됐던 대공분실은 이제 '민주인권기념관'이 되어 시민들이 피 흘리며 싸워 쟁취한 민주주의 발전사를 기억하는 장소가 됐다.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기념식을 마친 문 대통령 내외는 건물 후문으로 이동해 유동우 민주인권기념관 관리소장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 2020.06.10.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국민훈장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유 소장의 설명에 따르면, 1976년 처음 지어진 이 건물은 민주화 운동으로 연행된 사람들로부터 고립감과 공포감을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유 소장은 "연행되어 오는 사람들이 통과하는 모든 문은 5층 조사실 안에 들어갈 때까지 모든 게 철문으로 돼 있다"며 "마찰음과 굉음이 눈을 가린 상태에서 들으면 아주 공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소장은 문 대통령 내외 앞에서 철문을 밀어 당시의 공포스러웠던 소리를 재연했다.

이후 건물 안으로 들어온 문 대통령 내외는 1층에서 바로 5층까지 올라갈 수 있는 나선형 형태로 된 철제 계단 앞에 섰다. 총 72개 계단으로 이뤄졌고, 5층까지 올라가려면 세 바퀴를 돌아야 하는 매우 가파른 형태였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한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0.06.10.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마친 후 고 박종철 열사가 고문을 당한 509호 조사실을 둘러보고 있다. 2020.06.10. [email protected]

유 소장은 "눈을 가린 상태로 끌려 올라가게 된다"며 "떠밀리면 안 되니까 앞에서 수사관 한 사람이 옷깃이나, 옷이 없는 경우에 머리끄덩이를 잡고 올라가고, 또 떨어지지 않게 뒤에 허리춤 있는 데를 뒤에서 받치면서 들어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나선형 계단은 2층, 3층, 4층으로는 나가는 통로가 없다"며 "여기 발 디디는 순간 5층까지 끌려 올라가서 바로 조사실로 올라가게 된다"고 부연했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 현장인 509호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물고문했던 욕조를 지그시 바라봤다.

문 대통령 부부는 이후 박종철 열사 영정 앞에 헌화 후 묵념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고개 숙여 묵념하고 있다. 2020.06.10.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고개 숙여 묵념하고 있다. 2020.06.10. [email protected]

영정 앞에는 김 여사가 준비한 무명손수건으로 감싸진 붉은 장미와 카네이션, 안개꽃 등 꽃다발이 놓였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6월 항쟁 당시에 어머니들이 전투경찰 가슴에 달아준 꽃은 붉은 카네이션과 장미였다"며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수많은 국민의 마음을 담은 안개꽃과 그 해 거리에서 건네졌던 카네이션과 장미를 무명손수건으로 감싸 만든 꽃다발을 헌화했다"고 설명했다.

무명손수건과 관련해선 "항쟁 당시 최루탄 속에서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휴대했던 그 때의 기억을 되살린 것"이라며 "역사를 전진시킨 평범한 국민들을 상징하는 무명천으로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지선 스님은 과거 자신이 조사실에서 겪었던 경험과 심정 등에 대해 회고했고, 문 대통령은 박종철 열사를 고문했던 욕조에서 손을 떼지 못한 채 그 설명을 청취했다.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故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06.10.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태 기자 = 민갑룡 경찰청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민주인권기념관(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열린 제33주년 6·10민주항쟁 기념식에 참석해 故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에게 인사하고 있다. 2020.06.10. [email protected]

문 대통령은 고문 현장에 대해 "이 자체가 처음부터 공포감이 딱 오는 거다. 물고문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철저하게 고립감 속에서 여러 가지 무너뜨려 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지선 스님의 설명을 듣던 김 여사는 "어휴"라고 한숨을 연거푸 내쉬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설명 도중에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공간을 민주 인권을 기념하는 공간으로 만든 데 대해서도 언급하며 "큰 용기"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헌화를 마치고 나오면서 민갑룡 경찰청장에 "이 장소를 민주인권 기념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공해 주시고, 또 어제는 공개적으로 사과 말씀도 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이에 민 청장은 "이곳을 경찰의 역사 순례길로 지정해 가지고 새로 경찰이 된 모든 사람들이 반성하고 성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민 청장은 전날 고 이한열 열사 추모식에 참석해 이 열사 유족에게 사과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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