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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터너티브 팝밴드 이날치, '이것이 정말 K팝'

등록 2020.06.12 18: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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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날치 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2020.06.1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날치 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2020.06.1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악의 힙한 변신'이라는 수식은 빤하거나 부족하다.

11일 오후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진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의 무대는 '이것이 정말 K팝'이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최근 발매한 정규 1집 '수궁가'를 중심으로 꾸민 이번 공연은 현재 최전선의 음악은 무엇인지 증명 받는 자리.

판소리 '수궁가'의 원형을 살리면서도 신선하고 세련되고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두 대의 베이스와 드럼이 고수의 북반주를 확장하기 때문이다. 소리꾼 권송희·신유진·안이호·이나래의 목소리는 장영규와 정중엽의 베이스, 이철희의 드럼을 타고 승천했다.

그런데 요즘 이날치의 무대는 음표의 비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염이 없으면 춤을 만들지 못하는' 안무가 김보람이 이끄는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소속 무용수 8명의 현란한 몸짓도 함께 날개에 올라탔다.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 조회수 150만뷰를 넘긴 영상의 주인공인 '범 내려온다'를 현실에서 마주했을 때의 흥겨움과 뜨거움을 객석에 앉아서 참는 것은 곤욕이다. 

심장 박동 같은 두 베이스의 정박과 엇박, 저 멀리 산에서 느릿느릿 전진해오는 듯한 호랑이를 패러디한 능청스런 춤, 밴드와 무용단의 상상력이 이처럼 만개할 수 있다는 것을 '범 내려온다'는 보여준다.

물론 이날 무대는 '범 내려온다'만 있지 않았다. 역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의 조합이 회오리처럼 휘몰아친 '신의 고향', 애절함을 승화시킨 '별주부가 울며 여짜오되'도 인상적이었다.

[서울=뉴시스] 이날치 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2020.06.1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날치 with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 2020.06.12. (사진 = LG아트센터 제공) [email protected]

소리와 연주 그리고 춤의 대칭과 비대칭의 긴장감을 이용해 국악에 잠재돼 있던 에너지를 끌어올린 이 조합이야말로 거리낌 없이 K팝이라 부를 수 있을 법하다. 베이스에도 드럼에도 비보잉 같은 춤에도, 현재에 통하는 우리 가락이 숨어 있었다. 퓨전 국악 그룹이 아닌, '얼터너티브 팝 밴드'로 이날치가 통하는 이유다.

이들의 공연을 본 관객의 후기 중 자주 눈에 띄는 건 "문화재 지정이 시급하다"는 내용이다. 공동체 의식을 경험한 듯한 이들의 무대를 접하면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공연은 LG아트센터의 '2020 러시아워 콘서트' 첫 번째 무대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내한공연이 대거 취소된 LG아트센터가 자체 기획공연을 올리는 건 약 7개월 만이다.

애초 아날만 예정돼 있었으나 '거리두기 좌석제도' 시행을 위해 12일 1회차를 추가했다. 전체 좌석수의 50%인 회당 500석 규모로 나눠 총 2회 공연한다. LG아트센터는 '거리두기 좌석제도' 뿐만 아니라 전 관객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및 방역 수칙을 강화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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