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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사상 첫 금통위 제척에도 주식 안파는 금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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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6-22 14:51:17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7명은 '7인의 현자'로 불린다. 한국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준금리 결정을 비롯해 고도의 통화신용정책을 펼쳐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거시경제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갖춘 금통위원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담겨있다. 자리가 주는 무게감 때문에 금통위원들은 높은 도덕성과 사회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자칫 잘못된 선택과 언행으로 금통위와 통화정책의 신뢰에 금이 가게 만들 수 있어서다.

그런 금통위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조윤제 금통위원이 보유한 주식을 팔지 않아 지난달 28일 금통위 의결에서 제척된 것이다. 당시 금통위는 새로 교체된 위원들이 처음 등판하는 회의였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로 내릴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다. 어느 때 보다 금통위에 역할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주식 문제로 역대 처음으로 금통위원이 금통위 의결에서 빠지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조 위원이 취임 전 보유한 8개 주식 중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있다고 여긴 5개 주식은 처분했지만, 나머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주식 3개를 팔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재산공개목록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조 위원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모두 9억2600만원이었다. 그중 현재 보유 중인 주식은 SGA 74만588주, 쏠리드 9만6500주, 선광 6000주 등 3개로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공직자의 주식 상한액 3000만원을 초과한다.

보유 주식이 상한액을 초과하는 문제가 벌어지자 조 위원은 금통위 회의에 임박한 지난달 20일에서야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해당 주식에 대한 직무연관성 심사를 청구했다. 공직자윤리법상 공직자가 3000만원을 초과한 주식을 보유한 경우 1개월 안에 매각하거나, 주식백지신탁을 하고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조 위원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대신 우회로를 택했다. 심사로 직무관련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을 받아본 다음에 주식 처분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뜻이다.

결국 조 위원은 한은법상 금통위 제척사유에 걸려 지난 금통위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한은법은 이해관계 충돌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 금통위 심의·의결에서 제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때 한은 총재 후보로도 거론되던 조 위원이 금통위 제척에도 주식을 지켜야 했던 내막까지는 알 수 없지만, 자리의 무게감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에 아쉬움이 남는다.

곧 있으면 조 위원의 주식에 대한 인사혁신처의 심사 결과가 나온다. 만약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결론이 나면 조 위원은 다시 주식을 팔 때까지 금통위 의결에서 제척된다. 전례가 없던 금통위 제척이 다시 한 번 재현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취임 당시 "코로나19로 비상한 상황에 처해있는 시점에서 금통위원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던 조 위원의 발언이 무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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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금융.증권부 조현아 기자(photo@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hach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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