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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여성들은 잘못없냐"…여혐 쏟아내는 대학생들

등록 2020.06.23 14: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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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타임 익명 게시판의 '소수자 혐오'

'n번방' 피해자 2차 가해…중국인 모욕도

대학 여성주의 단체 "모니터링 필요해"

여성계 "익명 게시판에 혐오 글 방치"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서울 한 사립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N번방'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게시글이 올라온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사진=에브리타임 캡처) 2020.06.23. ryu@newsis.com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서울 한 사립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N번방' 사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듯한 게시글이 올라온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사진=에브리타임 캡처) 2020.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대학가 유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여성과 소수자를 혐오하는 글이 다수 발견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 여성주의 단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여성주의 단체인 '유니브페미'는 전날 '에브리타임 새로고침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에브리타임 측에 요구하는 사항을 담은 자체 가이드라인이다.

가이드라인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차단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골자로 한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이 학생 신분을 인증한 후 이용하는 시간표 어플리케이션이다. 이 어플리케이션에는 익명 게시판, 중고장터, 강의 평가 등 기능이 있다.

유니브페미는 게시판이 익명으로 운영되면서 여성을 비롯한 약자 혐오 게시글이 다수 올라온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한 서울 소재 한 사립대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n번방 사건의 한 줄 요약은 디지털 성매매 여성(일탈계) 영상 성착취"라며 "조주빈이 정말 사형감인 건 맞지만 아무 잘못없는 순수한 애들이 단순히 억울하게 당한 것처럼 몰아가는 여론이 너무 답답하다" 등의 게시글이 올라와있다.

여성계는 n번방 사건 피해자에게 책임 소재를 돌리는 것 역시 2차 가해이자 여성혐오라고 지적해왔다.

다른 대학 게시판에는 "n번방 가해자가 내 주변에 있을까봐 무섭다는 사람들은 매춘부가 내 주변에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감성도 이해가 되느냐"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중국인을 낮춰 이르는 말)와 페미(페미니스트)랑 공통점은 죽으면 착하다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도 올라왔다.

노서영 유니브페미 대표는 "이외에도 학내 여성주의 활동을 하는 학생의 신상을 털기도 하고 인신 공격도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의 배경에는 에브리타임 게시판이 익명성을 기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 있다. 온라인 공간 자체가 '닉네임'을 기반으로 한 익명성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에브라타임은 닉네님 조차 없이 글을 쓸 수 있다.
[서울=뉴시스]류인선 기자 = 한 대학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중국인과 페미니스트는 죽어야 착하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온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사진=유니브페미 제공) 2020.06.23. ryu@newsis.com

[서울=뉴시스]류인선 기자 = 한 대학 에브리타임 게시판에 '중국인과 페미니스트는 죽어야 착하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올라온 사실이 23일 확인됐다. (사진=유니브페미 제공) 2020.06.23. [email protected]

신지예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 연구소 소장은 "에브리타임 사측이 익명 게시판을 운영하면서 여성혐오 글을 양산하게  방치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 소장은 "플랫폼이 윤리의식을 가지고 운영해야 하는데 윤리의식이 부재한 것 같다"며 "문제 제기하기도 어려운 방식으로 돼 있다"고 했다. 권리침해신고센터 등을 운영하지만 업체에 신고하기가 매우 까다롭게 돼 있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에브리타임 게시글은 회원들의 신고가 10회 이상 누적되면 삭제된다. 신고자가 없으면 해당 글은 삭제되지 않는다.

노 대표는 "에브리타임 측은 신고 누적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하지만 심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라고 했다. 업체가 모니터링을 통해 혐오표현 이용자를 차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들은 게시글의 삭제 및 차단의 기준으로 소수자를 공격하는 혐오표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표는 "에브리타임 측에서 게시글에 대한 최소한의 모니터링, 현실에 맞지 않는 권리침해신고센터 접근성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에브리타임에서 피해를 입어 권리침해센터를 이용하려면 피해 내용과 개인정보를 팩스로 보내야 한다"며 "접근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고·심의·사건 처리를 위해 ▲소수자에 대한 차별·혐오 조장 및 권리침해 ▲특정인에 대한 모욕·명예훼손·괴롭힘 ▲성폭력 2차피해 유발 ▲혐오선동·폭력 암시·협박·가학적 콘텐츠 포함 등을 신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니브페미는 지난 4월 에브리타임 측에 n번방 2차가해·여성혐오성 게시물에 대한 제대로 된 신고 및 삭제 시스템과 윤리규정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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