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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허클베리핀 "1집에 음악 인생을 걸어야 한다"

등록 2020.06.25 18: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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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1집 '18일의 수요일', 22년 만에 LP로 재발매

[서울=뉴시스]허클베리핀.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허클베리핀.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홍대 앞 터줏대감인 '허클베리 핀'은 '수륙양용 밴드'다. 육지 같은 아날로그, 바다 같은 디지털의 세계를 동시에 자유롭게 누빈다. 
 
"음악을 담는 그릇들 중 가장 유용한 두 개는 바이닐(LP)과 스트리밍이라고 생각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세계처럼 토끼굴 같은 통로를 지나서 멤버들을 만날 수 있는 연희동 연습실에서 리더 이기용은 음악을 담아내는 용기에 대한 예찬을 펼쳐냈다. 

허클베리핀은 1998년 내놓은 정규 1집 '18일의 수요일'을 22년 만에 LP로 재발매하기로 했다. '18일의 수요일'은 인디계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계에 벼락 같이 등장한 수작이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도 손꼽힌다. 

허클베리핀은 근래작인 정규 6집 '오로라 피플'을 LP로도 발매해 호응을 이미 얻었다. 이기용은 "LP는 음악을 왜소하게 만들지 않아요. 멋있게 보이게 만드는 그릇이죠. 근사하게 음악을 음악답게 만든다고 할까요. 플레이팅의 미학인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팀에 카리스마 넘치는 보컬을 부여한 이소영, 2011년 나온 정규 5집 '까만 타이거' 이후 합류한 기타리스트 성장규는 허클베리핀의 1집을 이번 LP로 온전히 경험하게 됐다. 

이소영은 "텐이블을 사용해야 하는 LP는 한곡 한곡 들을 때마다 조심스럽고 노동이 필요하다"면서"그런 행위가 음반을 대하는 태도를 경건하게 만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허클베리핀 1집 '18일의 수요일' 바이닐.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허클베리핀 1집 '18일의 수요일' 바이닐.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성장규는 "허클베리핀 1집은 제가 인디 음악을 잘 모를 때 접했는데 너바나, 스매싱 펌킨스의 계보를 잇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강렬한 리프가 느껴지는 음반들 중에서 단연 돋보였고요"라고 돌아봤다.

허클베리핀의 팬이었다가 멤버가 된 이소영은 "객석에서 무대를 봤던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면서 "다시 들어도 여전히 좋다"고 미소지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정말 외국 음반 듣는 느낌"이라고 했다. 
 
1집 대다수의 곡을 작곡, 작사한 이기용은 "1집에 음악인생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해만 해도 많은 팀들의 음반이 쏟아지잖아요. 1집 밖에 못 내고 사라지는 팀들도 많아요.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음반을 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기회는 없어질지 모르니 1집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걸리는 시간은 중요하지 않아요. 개인적인 사정은 말 그대로 내 사정이죠. 듣는 분들은 그런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결과물만 들을 뿐입니다." 허클베리핀 1집이 세상에 빛을 봤을 때 그의 나이는 스물일곱살이었다. 

이번 1집을 시작으로 허클베리핀은 모든 앨범을 LP로 다시 낸다는 계획이다. 이기용의 솔로 프로젝트 '스왈로우'의 앨범들도 LP 옷을 다시 입는다.

[서울=뉴시스]허클베리핀.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허클베리핀.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그런데 앨범 단위로 음악을 내는 허클베리핀은 최근 디지털 싱글 '선라이트(Sunlight)'를 발매했다. 유려한 기타리프는 허클베리핀의 분명 그것인데 기존 노래들보다 좀 더 비트감이 도드라진다.

제주에 머물면서 체험한 '높고 넓은 곳'에 대한 정서를 표현한 6집 '오로라 피플'이 자연친화적이라면, '선라이트'는 도심에 있는 듯하다.

이기용은 "6집이 5집과 많이 달랐듯이, 앞으로 내놓을 7집도 6집과 많이 다를 것이에요. '선라이트'는 그런 변화의 포인트가 되는 곡"이라고 했다.

물론 변화를 위한 변화는 아니다. 듣는 사람들이 허클베리핀의 음악을 계속 궁금해하고 흥미를 느꼈으면 했다. 이기용은 "팬들이 저희를 무조건 좋아할 수는 없죠. 좋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이유를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새로운 것을 해서 저희 동력을 만들 필요성도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6집은 제주가 중심이었지만 포인트는 바다가 아닌 하늘이었요. 넓은 공간감을 담은 거죠. 서울로 돌아와보니, 이곳에서 일상을 산다는 것은, 긴장감이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번 곡은 기존 허클베리핀 곡의 노랫말과 달리 구체적인 촉감이 많이 나온다. "지친 어깨 감싸던 너의 두 손에"라는 식이다. 시적인 노랫말이 좀 더 산문적으로 됐다. 수채화가 유채화로 변했다고 할까. "약간은 까슬까슬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서울=뉴시스]허클베리핀.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허클베리핀. 2020.06.26. (사진 = 칠리뮤직 제공) [email protected]


'선라이트'를 싱글로 낸 것은 코로나19 영향도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될 초기에 작업을 해서 지난달 27일에 공개했다. 그 사이 공연 등이 연달아 취소되면서, 안에만 틀어박혀 마스터링·믹싱 작업에 매달렸다.

그렇게 음원 작업을 하는 와중에 '온라인 공연'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됐다. 최근 아이돌 그룹의 화려한 유료 온라인 공연뿐 아니라 볼거리가 넘치는 온라인 세상에서 자신들의 콘텐츠를 대중이 볼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 고심 중이다. 동시에 오는 8월8일 네이버파트너스퀘어 홍대에서 할 오프라인 공연도 준비하고 있다.

이기용은 "변화를 마지못해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LP처럼 스트리밍에도 뚜렷한 장점이 있고 지금의 변화들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서 "전기가 없었으면 (음향을 증폭시킬 수 없었으니) 록 페스티벌이 어떻게 열 수 있었겠어요. 테크놀로지는 음악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순진하게 있기보다 시대의 변화에 적극 고민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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