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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이상 vs 1만원 이하...서로 다른 최저임금 주판알 튕기는 양대노총

등록 2020.06.2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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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올리자" vs "1만원 이하로" 엇박자

노동계 지형변동에 입장 고수 가능성 커

29일 3차 전원회의 노동계 案 어려울 듯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위원(한국노총,왼쪽)과 윤택근 위원(민주노총)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2020.06.2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위원(한국노총,왼쪽)과 윤택근 위원(민주노총)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2020.06.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심의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엇박자를 내고 있는 노동계 속내가 복잡하다. 최근 노동계 지각 변동으로 양대노총이 각자의 입장을 고수할 확률이 커지며 노노(勞勞) 간 갈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7일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노총은 현재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팽팽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4% 인상한 1만770원으로 제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민주노총은 "인상안이 과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민주노총 인상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1만원 이하로 최저임금을 제시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실상 민주노총 인상안을 거부한 것이다.

한국노총은 특히 노동계 공동 요구안을 논의하기 앞서 민주노총이 먼저 최저임금 요구안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관례를 깬 행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불쾌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간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단일안으로 경영계에 대응해온 양대노총이 이례적으로 불협화음을 내고 있는 것은 최근 노동계 지형이 달라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전국 노동조합 조직 현황 통계'에 따르면 민주노총(96만8035명)은 1995년 설립 후 출범 23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노총(93만2991명)을 조합원 수에서 앞질렀다.

노동계의 대표성이 규모에 따라 부여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1노총 교체는 노사 및 노정 관계 변화와 직결된다.

제1노총이었던 한국노총이 각종 정부 위원회에서 차지하는 몫은 민주노총보다 컸는데 이것이 뒤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당장 내년 5월 임기가 종료되는 최저임금위원회부터 한국노총(5명)과 민주노총(4명)의 영향력이 역전될 수 있다.

이처럼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인상론은 일단은 수적 우위에 기반해 협상 주도권을 쥐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저임금 이슈를 선점해 취약계층 노동자를 포섭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민주노총은 그간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의 조직화에 공을 들여왔다. 대표적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 다수가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반면 수적 열세에 몰린 한국노총은 강경한 민주노총과의 차별화 전략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2020.06.25.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박준식 위원장이 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2020.06.25.  [email protected]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은 과거에도 투쟁과 함께 협상을 병행해왔다. 같은 맥락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한 현실론으로 국민적 지지를 확보하고, 이상적인 협상 파트너로서 위상을 다지려는 것으로도 읽힌다.

노동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요구안을 먼저 발표한 것은 조율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며 "수적 우위를 이룬 민주노총이 한국노총과 논의해야 하는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못 느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올리면 노동자에게는 좋겠지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명분에 매몰되면 국민적 지지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며 "이런 맥락에서 한국노총은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 선택을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가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노동계 단일안 도출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시한이기도 한 오는 29일 제3차 전원회의까지 노사에 최초 요구안 제출을 요청했지만 양대노총이 이견을 좁히기에는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한 목소리로 단결해서 경영계에 대응해야 할 노동계가 헤게모니(주도권) 싸움에 치우쳐 정작 최저임금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노동계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 경영계는 인상 자제론을 펼치며 연일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해 물은 결과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5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올해보다 인상해야 한다'는 28%에 불과했다. '올해보다 인하해야 한다'는 11%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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