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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영구집권'의 길 열리나?…러시아, 개헌 국민투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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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01 13:30:00
개헌 이전 대통령직 수행 횟수는 0회로 간주
푸틴, 개헌 통과되면 2036년까지 집권 가능
'문화적 전통·안보·복지' 중심으로 개헌 홍보
개헌안, 3월 승인 마쳐…투표는 정당성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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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잔스키=AP/뉴시스] 30일(현지시간) 한 남성이 러시아 카잔스키 역사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헌법 개정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본투표가 1일 시작됐다. 2020.7.1.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러시아에서 헌법 개정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1일 시작됐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은 보도했다.

이번 개헌이 이뤄지면 현재 4번째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4년으로 예정된 다음 대선에 또다시 출마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영구집권의 시작점이 되는 셈이다.

러시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우려, 유권자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의 사전투표를 진행했다.

기차역, 학교 등 실내는 물론 마을의 큰 나무 아래, 공원 벤치 등 야외에도 투표소를 마련해 코로나19의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러시아 국민의 참여율은 높은 편이다. 정부가 투표에 나선 이들을 상대로 쇼핑 바우처는 물론 자동차, 아파트까지 얻을 수 있는 경품 추첨권을 미끼로 삼으면서다.

야당은 무력하다. 적절한 감시나 독립적인 조사도 없이 진행되는 이 일주일 동안의 투표가 '익살스럽다'는 입장만 내놓을 뿐 달리 막을 방법도 없다는 태도다. 

◇개헌, 핵심 내용은?
 
가장 논란이 되는 내용은 '개헌 이전의 대통령직 수행 횟수는 0회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대통령직의 3연임을 금지한다. 1999년 12월31일 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한 푸틴 대통령이 2008년 자신의 부총리였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대통령에 올리고 총리로 자리를 옮겼던 이유다. 2012년과 2018년 다시 투표를 통해 대통령 자리를 취한 푸틴 대통령의 임기는 2024년까지다.

그러나 이번 개헌이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도 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 개헌 이전에 수행한 대통령직 수행 횟수가 모두 사라져 '0회'가 됐기 때문에 연임 규정에 어긋나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또 한 번의 연임까지 성공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2036년까지 러시아를 이끌게 된다.

두 번째 핵심은 러시아 '보수' 이념의 옹호다.

개헌안은 러시아 영토를 침략하는 어떠한 행동도 금지한다고 명시한다. 남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를 놓고 일본과, 남중국해 지역에서 중국, 미국 등과 갈등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강경한 태도로 맞서겠다는 의지다.

소련 시절 2차대전 중 독일에 맞서 싸웠던 대조국전쟁(1941년~1945년)의 "역사적 진실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또 참전한 이들의 업적을 경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련 시절의 영광을 회복하겠다는 메시지다.

사회적으로는 결혼 제도를 남녀의 결합으로만 인정한다고 했다. 러시아 내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다.

그밖에 고위 관리들이 이중국적 및 해외 거주지 소유와 해외 은행 계좌를 보유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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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슈케크=AP/뉴시스] 지난해 3월 블라디미크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에 선물받은 개를 쓰다듬고 있다. 동물 애호가로 알려진 푸틴 대통령은 이번 개헌안에 동물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2020.7.1.


세 번째는 '복지'다.

2018년 연금 수령 연령을 늦추며 전국적인 반대 시위에 부딪힌 푸틴 대통령은 이번 개헌안에 "연금 수령액은 물가와 연동한다"는 다소 유화적인 내용을 담았다.

최저임금은 최저 생계비용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동물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동물 복지 분야까지 아울렀다.

◇국민 선택권은 '예' '아니오' 뿐

일주일 동안 진행되는 이번 개헌안 국민투표는 사실 법적인 의미가 전혀 없다.

개헌안은 이미 지난 3월 상하원의 심의와 헌법재판소의 승인을 마쳤다. 국민투표를 하지 않아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새로운 헌법은 이미 인쇄돼 서점에서도 유통되고 있다. 그런데도 전국적인 투표를 진행한 이유는 재집권을 위한 정당성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CNN, BBC 등 영미권 매체는 이번 개헌과 관련해 러시아 매체들은 '애국' '동성결혼 금지' 등을 연거푸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문화 보수주의를 구상하고 있다면서다.

최저임금 보장과 같은 사회적이고 이상적인 내용을 놓고 국영 TV는 토론회를 열고, 유명인사들은 이같은 내용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인 발표를 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의 재집권과 관련된 내용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예'와 '아니오' 뿐인 선택안에 대해서도 BBC는 지적했다. 모든 개헌안을 수용하거나, 모든 내용을 거부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일부 수용을 원하는 이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러시아 싱크탱크 'R.폴리틱'은 "푸틴 대통령이 그저 제 입으로 '권좌를 지키기 위해 뭐든 해야겠다!'고 말할 순 없다. 원래 사람들은 거대하고 긍정적인 일 뒤에 숨어 그들이 진짜로 하는 하찮은 일을 진행한다. '나는 위대한 러시아를 만들겠다. 그리고 권력도 계속 지키겠다'고 말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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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셰보=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우리는 살고 싶은 나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위해 투표를 하고 있다"며 개헌 국민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설 장소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들을 기리는 소련의 붉은 군대(Red Army) 동상 앞이었다. 2020.7.1.


◇푸틴 "애국을 위한 투표"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은 "높은 투표율과 함께 70% 이상의 지지를 원한다"고 밝혔다.

마케팅 포인트는 '애국'이다.

푸틴 대통령은 마지막 사전투표일인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우리는 살고 싶은 나라,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위해 투표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연설 장소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들을 기리는 소련의 붉은 군대(Red Army) 동상 앞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투표는 러시아 역사의 획기적인 진전"이라며 "우리는 막을 수 없는, 천여년을 위한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함께 할 때,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어려운 과제들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지율이 몇 퍼센트까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5월 초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레바다 첸트르(Levada Centre)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59%까지 하락한 상태다.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면서다.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글루코프스키는 독립 언론 노바야가제타에 칼럼을 기고하고 "2020년 7월1일은 러시아 역사에서 종말의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그날 우리는 현대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중앙아시아 스타일의 (독재) 통치로 향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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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AP/뉴시스] 30일(현지시간) 흰 옷을 입은 여성이 모스크바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이다. 2020.7.1.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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