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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트로트 전성시대, 배고픈 생계형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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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20-07-03 10: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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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트로트 부르는 게 부끄러워 복면을 썼어요." 음악예능 '복면가왕' 덕에 복면(覆面)은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그 무엇이 됐다. 하지만 영화 '복면달호'(2007)에서 로커를 꿈꾸던 '달호'(차태현)는 트로트 가수로 나서게 된 현실이 떳떳치 못해 복면을 썼다.

상전벽해(桑田碧海)다. 트로트가 복면을 벗어던지고 양지 한가운데 있다. 21세기에 입사한 언론사 가요 담당 기자에게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이전 트로트는 부차적이었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2017년 11월 3일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나훈아가 11년만에 컴백하는 무대였다.

여러 음악을 편견 없이 골고루 듣는다고 자부해왔는데 그날 전혀 다른 세계를 접했다. 트로트 공연도 K팝 아이돌 콘서트 이상으로 이야기가 넘치며 흥미롭고 역동적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이후에 분 트로트 열풍의 충격이 비교적 덜했다.

아니, 사실 'TV용 트로트'가 슬슬 지겨워지려고 한다. '트롯' 시리즈는 '업적'이라고 칭해야 할 정도로 트로트의 위상을 격상시켰다. 누군가 먼 훗날 트로트 백과사전을 쓴다면, 두 시리즈 이전과 이후로 트로트 구약·신약을 만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송가인·임영웅 등 걸출한 '트로트 스타'의 탄생은 트로트계의 빛만 보게끔 만들었다. 종편은 물론 지상파, 케이블 심지어 유튜브마저 트로트 스타들이 장악하고 있다.

 트로트 스타들의 방송가 점령은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킨다. 겉보기에 새로운 전성시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트로트계 역시 코로나 19 여파로 위기다.

TV출연이 요원한 대부분의 생계형 트로트 가수들은 행사 절벽 앞에 절망하고 있다. TV를 통한 트로트 가수들의 부흥은 불행하게도 코로나19를 겪으며 빈익빈부익부를 낳고 있다. 트로트 스타들이 광고 출연과 온라인으로 부와 명예를 쌓아가는 동안, 생계형 가수들은 주 수입원이던 지역 행사의 잇따른 취소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트로트 르네상스 효과를 누구나 골고루 누리지는 못하는 것이다.

'트롯' 시리즈 출신이 아니면 명함도 못 내미는 시대. 방송제작자들은 제2의 '트롯' 프로그램 압력에 시달리고, 음지의 트로트 가수들은 제2의 송가인·임영웅을 꿈꾸며 그 프로그램 출연에 몰두한다.

송대관의 네 박자에도 나오는 '쿵짝 쿵짝 쿵짜자 쿵짝'이라는 리듬 때문에 '뽕짝'이라고도 불린 트로트는 TV에 나오기 전부터 우리 일상을 위로해 왔다. 패티김을 좋아하는 아버지가 저녁에 반주로 소주를 곁들이면서 잔잔히 읇조리던 '이별', 배호를 애정하는 어머니가 빨래를 하시며 흥얼거리던 '돌아가는 삼각지'. 

좋은 음악은 뿌리를 가지고 늘 그 자리에 있다. TV로 그 잎사귀를 발견할 수 있지만, 굳이 그 열매만 따 먹을 필요는 없다. 코로나19로 취소됐던 '미스터 트롯' 전국 투어가 띄어앉기를 전제로 결국 공연을 하기로 했다. 보나마나 피켓팅(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인데 포도알(예매창에서 보랏빛으로 보이는 좌석)쯤 못 땄다고 절망 말자. 트로트는 도처에 있으니까.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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